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발전한 세계 당구계는 오랫동안 아시아의 거센 도전이 이어지며 점점 더 발전하게 됐다. 아시아는 이제 캐롬, 포켓볼, 스누커 등 당구 전 종목에서 서구권을 넘어서는 실력을 보여주고 있고, 이번 캐롬 세계선수권 시리즈와 전통의 포켓볼 세계대회 US 오픈(9볼)을 휩쓸며 세계 당구계의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사진=매치룸스포츠 제공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발전한 세계 당구계는 오랫동안 아시아의 거센 도전이 이어지며 점점 더 발전하게 됐다. 아시아는 이제 캐롬, 포켓볼, 스누커 등 당구 전 종목에서 서구권을 넘어서는 실력을 보여주고 있고, 이번 캐롬 세계선수권 시리즈와 전통의 포켓볼 세계대회 US 오픈(9볼)을 휩쓸며 세계 당구계의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사진=매치룸스포츠 제공

세계 당구계는 과거 유럽과 미국의 양강 체제에서, 이제는 아시아까지 3대륙 경쟁 체제로 변화가 더 확고해졌다.

당구의 두 종목 캐롬과 포켓볼 모두 세계 무대에서 아시아의 돌풍이 거세져 과거 유럽과 미국으로 양분하던 세계 당구계의 세력 구도가 흔들리고 있다.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렸던 캐롬 3쿠션 종목 세계선수권에서는 역사상 처음 유럽 선수가 아닌 아시아 국가 선수가 남녀부와 주니어까지 우승을 휩쓸었고, 포켓볼은 US오픈에서 아시아 선수가 우승하며 이러한 흐름을 입증했다.

3쿠션 남자 세계선수권은 바오프엉빈(베트남)이 우승하며 돌풍을 일으켰고, 여자는 이신영(충남당구연맹)이 한국의 사상 첫 우승의 영광을 차지했다. 한국의  오명규는 주니어부 우승으로 조명우(서울시청-실크로드시앤티)의 뒤를 이었다. 

이처럼 9월 한 달 동안 아시아 선수들은 역대급 성적을 거뒀다. 캐롬 3쿠션 세계선수권에서 남자는 9년 만에, 여자는 6년 만에 유럽의 독주를 막아섰다. 주니어 역시 지난해 튀르키예에 내줬던 우승타이틀을 한국이 다시 찾아왔다.

유럽 선수가 캐롬 종목 세계선수권에서 한 명도 우승하지 못한 것은 역사상 처음이다. 남녀부 모두 결승전을 아시아 선수끼리 치르게 된 것도 처음이다.

거의 대부분 세계캐롬연맹(UMB)가 개최하는 세계선수권 시리즈에서 유럽은 매년 금메달 2개 이상을 목에 걸었지만, 이번에는 주니어에서 은메달을 1개 겨우 따는 데 그쳤다. 심지어 마지막에 개최된 예술구 우승도 멕시코 선수가 차지했다.

그러는 와중에 미국에서 열린 포켓볼 US 오픈마저 아시아 선수가 우승하며 이러한 흐름에 쐐기를 박았다. 대만의 커핑중(28)은 지난 9월 30일에 미국 애틀란틱 시티에서 열린 '2023 US 오픈 9볼 챔피언십'에서 러시아의 신성 표도르 고르스트(23)를 세트스코어 13-6으로 제압하고 우승했다. 

US 오픈을 우승한 대만의 커핑중(28). 그의 형인 커핀이(34)가 지난 2015년에 우승했던 US 오픈은 다시 8년 만에 동생 커핑중에 의해 유럽에서 아시아로 우승트로피가 넘어오게 됐다. 
US 오픈을 우승한 대만의 커핑중(28). 그의 형인 커핀이(34)가 지난 2015년에 우승했던 US 오픈은 다시 8년 만에 동생 커핑중에 의해 유럽에서 아시아로 우승트로피가 넘어오게 됐다. 

US 오픈은 1970년대부터 이어온 가장 권위 있는 대회 중 하나로 올해가 46번째 개최였다. 그중에서 아시아 선수가 챔피언에 오른 것은 이번이 역대 4번째일 정도로 드문 기록이다.

오래전인 1994년에 '포켓볼 레전드' 에프런 레이즈(필리핀)가 한 번 우승했고, 2005년에 알렉스 파굴라얀(당시 국적 필리핀)이 역대 두 번째 US 오픈 우승을 차지했다. 필리핀은 무려 12번이나 US 오픈 결승에 올라갔지만, 레이즈가 4번 중 한 차례, 그리고 파굴라얀이 2번 중 한 차례 우승하는 데 그쳤다.

그만큼 견고한 US 오픈은 긴 세월 미국의 독주가 이어졌다. 그러다가 2000년대 후반에 유럽 선수들이 서서히 올라오면서 포켓볼 판도가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했다. 2008년부터 미국은 4년 연속 유럽에 타이틀을 내줬다.

한때 흔들렸던 미국은 일인자 쉐인 반 보닝(40)이 굳게 지켰다. 반 보닝은 2012년부터 3년 연속 US 오픈을 우승했다. 그런데 이를 흔든 선수가 있었는데, 바로 그가 이번 US 오픈 우승자 커핑중의 친형인 커핀이(34)다.

커핀이는 2015년 US 오픈과 9볼 세계선수권, 10볼 세계선수권까지 모두 휩쓰는 기염을 토했다. 그에 앞서 2014년에는 US 오픈(10볼) 챔피언십에서 동생인 10대 중후반의 커핑중과 결승에서 맞대결을 벌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형의 영향을 받은 커핑중은 2019년에 10볼 종목 세계챔피언에 올랐고, 이번에 US 오픈을 우승하고 8년 전에 대만 선수 중 최초이자 유일했던 커핀이의 기록을 이어받게 됐다. 아울러 '형제 세계챔피언'에서 '형제 US 오픈 챔피언'으로 또 하나의 진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미국과 유럽의 2강 체제는 아시아까지 3대륙 경쟁 체제로 변화하고 있다. 사진은 US 오픈에서 경기를 응원하는 관중들.  
미국과 유럽의 2강 체제는 아시아까지 3대륙 경쟁 체제로 변화하고 있다. 사진은 US 오픈에서 경기를 응원하는 관중들.  

포켓볼에서 최강 미국을 유럽이 밀어냈고 아시아까지 그 싸움에 가세하면서 더 치열한 3대륙의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캐롬은 유럽의 오랜 독주를 완전히 깨고 아시아 선수들의 정상을 점령했다. 세계 당구 무대는 더 흥미로워질 전망이다. 

PBA가 캐롬 3쿠션 종목의 프로화에 성공하면서 포켓볼도 프로화에 가속도가 붙어서 마침내 프로투어가 시작됐기 때문. 유럽과 베트남, 중국 등 전 세계에서 투어가 열리게 됐고, 스누커 프로투어인 '월드 스누커'는 코로나로 중단됐던 중국 투어가 이번 시즌부터 재개된다.

도전자였던 아시아는 '절대 강자' 유럽과 미국과의 거리를 좁혀 당구 각 종목에서 세계 무대를 점령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 당구 무대는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전 세계, 당구 전 종목에서 벌어지는 이들의 계속된 승부, 과연 다음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기대가 된다.

(사진=매치룸스포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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