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넘게 우리말로 '프레데릭 쿠드롱'으로 표기했지만, 국립국어원의 심사를 거쳐 용례로 등재된 이름표기는 '프레데리크 코드롱'이다.   사진=PBA 제공
30년 넘게 우리말로 '프레데릭 쿠드롱'으로 표기했지만, 국립국어원의 심사를 거쳐 용례로 등재된 이름표기는 '프레데리크 코드롱'이다.   사진=PBA 제공

"쿠드롱? 코드롱? 사이그너? 세이기너?"

프로당구(PBA)가 인기를 끌면서 대중들에게 당구선수들의 이름표기가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보통 스포츠 선수의 이름은 대체로 방송과 신문 등 언론을 통해 대중에게 표기가 알려진다.

그러나 전 세계 여러 국가의 언어를 한국어로 표현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국립국어원에서는 심사를 통해 정확한 표기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축구나 야구 등 인기 종목의 유명 선수들에 대부분 국한되기 때문에 당구와 같은 종목은 그동안 국립국어원의 심사를 거친 선수 이름표기가 전무했다.

축구는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국립국어원이 한국을 제외한 31개 출전국 830여 명의 선수와 감독 이름의 우리말 표기를 각 언론사에 제공하기도 했다. 

당구선수도 국립국어원에서 우리말 표기를 심사한 선수가 있다. 국립국어원의 심사를 거쳐 용례로 등재된 당구선수는 '프레데릭 쿠드롱(벨기에)'이다.

오랜 세월 당구계는 쿠드롱을 '프레데릭 쿠드롱(Frédéric Caudron)'으로 이름을 표기해 왔는데, 국립국어원의 심사를 거쳐 우리말 표기로 등재된 정확한 이름표기는 '프레데리크 코드롱'이다.

당구계에서는 30년을 넘게 쿠드롱으로 표기했기 때문에 이를 고치지 않고, 편의상 쿠드롱으로 부르고 있지만, 어느 순간 이름까지 잘못 표기되고 있어서 정확한 표기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

쿠드롱은 PBA를 비롯해 대다수 방송과 언론매체에서 이름을 '프레드릭'이라고 잘못 표기하고 있다.
 

세미 사이그너(휴온스)
세미 사이그너(휴온스)

PBA 등 '세미 세이기너' → 본인 요청 '세미 사이그너'
외래어표기법 발음기호 '세미흐 사이그너', '세미흐 사이그네르'

쿠드롱보다 먼저 화두에 오른 선수는 바로 세미 사이그너(Semih Saygıner·휴온스)다.

현재 가장 주목을 받는 선수이기 때문에 사이그너의 이름표기를 두고 팬들 사이에 논쟁이 오갈 정도로 문제가 되고 있다.

사이그너는 90년대 방송에서 '세미 시그너'라고 표현했다가 2000년대에는 '세미 세이기너'로 불렸다.

이에 불만을 품은 사이그너는 지난 2014년 한국 방문 당시 본지와 인터뷰를 하면서 한글로 직접 '세미 사이그너'라고 쓰고 이대로 부르고 표기해달라고 요청하기까지 했다.

국립국어원의 외래어표기법상 발음으로도 '사이그너'나 '사이그네르'가 맞다. '세이기너'라는 표기는 영어 단어 읽듯이 발음해 잘못 표기한 경우다.

세미의 'i'와 사이그너의 'ı'는 위에 점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있는데, 튀르키예어에서 'i'는 '이', 'ı'는 '으'로 발음한다.

국립국어원에서는 다른 인물의 이름을 심사해 'Semih'를 '세미흐'라고 발표한 바 있다.

따라서 PBA는 '세미 사이그너',  '세미흐 사이그너', '세미흐 사이그네르' 등 선수 본인과 협의한 표기를 수정해서 사용해야 한다.
 

과거 '에디 먹스'로 표기됐던 에디 멕스(벨기에)도 직접 본인의 이름표기 정정을 요청해 '멕스'로 고쳐졌다.  사진=Ton Smilde
과거 '에디 먹스'로 표기됐던 에디 멕스(벨기에)도 직접 본인의 이름표기 정정을 요청해 '멕스'로 고쳐졌다.  사진=Ton Smilde

스스로 요청한 에디 멕스도 '먹스' → '멕스'로 수정
'제러미' '잔 차팍' '응오딘나이' 등 여전히 잘못 표기

사이그너 외에도 선수가 직접 요청한 경우가 또 있다. PBA 선수는 아니지만, 3쿠션 세계 최강자 반열에 있는 에디 멕스(Eddy Merckx·벨기에) 역시 이름에 대해 정확한 보도를 요청했다.

종전에 해외 유명 사이클 선수로 동명이인인 '에디 먹스'로 인해 그의 이름도 '먹스'라고 불렸기 때문.

그러나 멕스는 "내 이름은 '멕스'라고 불러달라"고 오래전에 한국을 방문해 요청했고, 지금은 대부분 멕스로 표기하고 있다.

세계캐롬연맹(UMB) 소속 선수 중에서는 토브욘 블롬달(토르비욘 블롬달·스웨덴)과 제러미 뷰리(프랑스), 롤랑 포르톰(벨기에) 등 우리말 표기가 어려운 이름이 많다.

스웨덴어는 우리말 표기가 가장 까다로운 언어다. 한국어를 전공한 스웨덴 사람에게 물어보니, 토브욘(Torbjörn)은 'j'를 '이' 발음으로 표기해 '토르비욘'이라고 답했다. 

제러미 뷰리(Jeremy Bury)는 협회와 다른 매체에서 '제레미'라고 표기하는데, 국립국어원의 정식 표기는 '제러미 버리'다.

포르톰(Forthomme)은 '롤런드', '롤랜드', '포툼', '포르욤, '포텀', '포톰' 등 가장 헷갈리고 여러 가지 우리말 표기를 가진 선수다.

현재 PBA 선수 중에서는 '뤼피(뤼트피) 체넷'과 '잔 차팍', '무랏 나시(나지) 초클루', '아드난 윅셀', '응오딘나이', '즈엉아인부' 등 여러 선수의 우리말 표기가 잘못돼 있다.

얼마 전 PBA 한 관계자는 이 문제에 대해 "캠페인을 벌여서라도 정확한 우리말 이름표기를 정착시키는 것이 어떨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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