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방송권 등 사업계획에 포함되는 내용은 모두 총회가 의결해야"

"사업계획은 계획 수립, 오히려 완벽한 집행권 행사까지 포괄하지 않아"

"상식 수준으로도 판단할 수 있는 문제인데, 왜 유권해석이 필요하나" 지적하기도

[빌리어즈=김주석 기자] 총회와 이사회의 권한을 두고 벌어진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회장 남삼현·KBF)의 내홍이 좀처럼 진정이 되지 않고 있다.

정관에 명시된 이사회와 총회의 의결권을 두고 집행부와 총회가 팽팽한 의견대립을 보였고, 결국 대한체육회에 유권해석 요청까지 하게 되었다.

문제의 발단은 KBF가 지난달 25일 프로당구협회(총재 김영수·PBA)와 방송중계권과 선수 교차 출전을 골자로 한 '상생협약'을 긴급하게 체결하면서 대의원총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진행해 논란이 일어난 것.

KBF 대의원들은 "연맹 체제 변화가 우려되는 중대한 사안을 총회 의결도 없이 진행했다"라며 집행부를 질타했고, 남삼현 회장은 '이사회 고유 권한'을 주장해 정면충돌 양상으로 번졌다.

모처럼 KBF와 PBA가 상생협약이라는 틀 안에서 새 출발을 하는 모양새를 갖추었지만, 연맹 내부에서 벌어진 절차상의 하자로 인해 뜻밖의 암초에 부딪히고 말았다.

남 회장은 임시총회에서 연맹 정관 제14조 2항에 따라 "이사회의 집행권과 총회의 감사권은 엄연히 분리되어 있다"라고 주장하면서 "사업계획 및 예산에 관한 심의 의결은 이사회 고유 권한"이라며 대의원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반면, 대의원들은 정관 제7조 8항에 명문화된 총회 의결 사항 중 맨 마지막 '기타 중요사항'을 근거로 이번 협약은 총회 의결 사항이라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과연, 누구의 주장이 맞는 것일까. 남 회장과 집행부의 주장처럼 이사회 집행권과 총회의 의결권이 분리되어 이사회 의결 사항은 총회에서 다루지 못하는 것일까.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 정관.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 정관.

먼저 연맹 사무처는 이러한 의견 대립에 대해 남 회장의 손을 들어주었다.

임시총회에서 나근주 사무처장은 변호사 유권해석을 전제로 ▲ 이사회와 총회 권한은 집행권과 감사권으로 엄격하게 분리 ▲ '기타 중요사항'은 총회 권한 안에서만 적용 가능 ▲ 총회 안건 부의는 이사회 권한 ▲ 재적대의원 1/3 동의로 임시총회 개최 시 '위법한 사실'이라는 전제가 있어야 가능 ▲ 정관 변경은 총회가 최종 의결(단 이사회가 먼저 심의) 등으로 보고했다.

대의원들은 이러한 사무처의 보고에 즉시 반발하고, 대한체육회 유권해석을 받겠다는 입장으로 정리하며 임시총회를 마쳤다.

이후 문화체육관광부 체육정책과, 대한체육회 기획부와 종목육성부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사무처의 보고와는 전혀 다른 유권해석을 내놓았다.

문체부 체육정책과 관계자는 "이사회 의결은 당연히 총회에서 다룰 수 있다. 일반적인 법인과 같고, 총회는 공식적인 최종 의사결정기구다. 위임된 권한이더라도 총회가 최종 의결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대한체육회 기획부 관계자는 "종목단체 규정은 종목육성부에서 판단해야 한다. 대한체육회는 이사회 의결 사안을 모두 총회에 보고하고 의결 절차를 거친다"라고 말했다.

대한체육회 종목육성부 이보람 과장은 "통상 중요 안건은 총회가 다룬다. 이사회가 총회를 우선하지 않는다"라며 "기타 중요사항은 이사회나 총회 모두 연맹에 관한 일을 모두 포괄적으로 다룰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명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임시총회 개최는 이사회와 전혀 관계가 없다. 발의한 대의원이 안건을 부의한다. 임시총회 개최 시 위법한 사실이 있어야 한다는 문구는 규정에 없다"라고 밝혔다.

종목육성부 임한정 대리는 "총회 권한 안에서의 기타 중요사항이라는 말은 처음 듣는다. 기타 중요사항은 규정에 일일이 모든 것을 명문화할 수 없기 때문에 넣어둔 것이다"라며 "총회와 이사회 권한은 나누어져 있지 않다. 총회는 이사회 의결에 대해 최종적으로 의결한다"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마케팅권과 중계권 등은 사업계획 안에 포함되는 내용이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총회가 의결해야 한다. 총회에 부의할 안건은 제한적일 수 없고, 필요시 어느 안건이든 다룰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타 단체와 협약을 체결하는 이번 사태의 경우 총회 소집을 요구해야 할 사안이다. 기타 중요사항을 근거로 안건을 발의해서 임시총회 개최하는 것은 무리가 없어 보인다"라고 판단했다.

반면, 종목육성부 이옥규 부장은 "이사회는 집행기관이고 사업 전반에 관한 내용은 이사회에 위임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 프로당구협회와 협약을 하는 것은 이사회의 기능이라고 볼 수 있다. 당구연맹 총회가 심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내가 판단하기에 그거는 아니다"라는 유일하게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이 부장은 "규정상에 총회 의결사항과 이사회 의결사항이 구분되어 있다. 사업계획은 이사회 기능이고, 결산은 총회가 하게 되어 있다"라고 말하며, "서면으로 유권해석을 요청하면 법무팀이 있으니깐 답변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을 전해 들은 강래혁 변호사(대한체육회 전 법무팀장)는 "통상 일반적인 사업은 이사회가 총회로부터 위임된 권한을 행사해 집행하고 총회에 단순 보고를 하게 된다. 그러나 지금처럼 타 단체와 선수 교류 등의 사단법인 존립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면 총회 의결을 주장할 수 있다"라고 해석했다.

강 변호사는 "통상 '일반적인 사업'이라면 총회가 시시콜콜하게 모든 안건을 다루지는 않는다. 또한, 사업에 관해서는 이사회 기능과 총회 기능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총회는 최고 의결기구라서 '기타 중요사항'에 해당하는 총회까지 가야 하는 사안이라면 충분히 다룰 수 있다. 만약 이사회가 권한을 잘못 수행하면 총회가 불신임을 하면 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상의 전문가와 관계자 말을 종합해 보면, 연맹 체제에 변화를 주는 중요한 협약에 대해 총회가 의결하는 절차를 거치는 것이 무리가 없고, 추후 법적인 부분에서도 문제가 없어 보인다. 

또한, 정관에 명시된 문구대로 이사회는 사업계획을 세우고 총회는 사업결과를 보고 받게 되는데, '집행'이라 함은 계획과 결과 중 '결과'에 더 가깝다.

명문의 뜻을 따져 해석을 하더라도, '사업계획'이라는 단어는 계획을 수립하는 것으로 볼 수 있고 완벽한 집행권 행사까지 포괄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수의 법률 전문가들은 집행권의 완성을 총회의 기능에 명시된 '사업결과'로 보는 견해가 더 많았다.

한편, 이번 사태에 대해 취재를 하면서 접한 여러 관계자는 "이건 상식으로도 충분히 해석할 수준인데, 왜 유권해석까지 받아야 하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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