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A 투어 중심으로 한국의 당구산업이 뭉쳐서 ‘당구 한류’ 이뤄낼 것"

“빌리어즈TV 인수는 프로당구의 신호탄”... 당구산업의 '한류화·글로벌화' 분명한 목표 설정

올 하반기 목표로 전용구장 서울, 일산 등 4개 지역에서 조율 중

PBA 프로당구협회 장상진 부총재.  사진=김민영 기자
PBA 프로당구협회 장상진 부총재. 사진=김민영 기자

장상진 부총재는 IB스포츠를 설립했던 이희진 대표와 함께 브라보앤뉴(대표이사 김우택)에 적을 두고 PBA 투어를 이끌고 있다.

스포츠 마케팅 전문가인 이들은 PBA의 심장과 척추 역할을 하며 장 부총재는 투어 전반을, 이 대표는 당구산업을 재정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PBA 투어를 중심으로 한국의 당구산업이 뭉쳐서 ‘당구 한류’를 이뤄내겠다는 포석이다.

장 부총재는 “한국 당구산업이 한류를 완성하고 좋은 프로퍼티를 만들어서 PBA가 어떻게 잘 끌고 갈 수 있을 것인지 고민을 거듭했다”라며, “빌리어즈TV 인수는 프로당구의 신호탄이었다”라고 밝혔다.

다음은 장상진 부총재와 나눈 일문일답.
 

- 초반에는 이희진 대표에 비해 전면에 잘 드러나지 않았는데, 이유가 있었나

PBA를 추진하던 초기에는 앞에 잘 나서지 않았다. 안에서 마케팅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있었는데, 어느 순간 브라보앤뉴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가 들려오게 되면서 내가 직접 당구인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어야겠다고 자세를 바꾸었다.

그리고 2017년 9월에 공청회를 연 다음 2018년 7월에 빌리어즈TV를 인수하고 2019년 2월에 선포식을 열어 정식으로 가기로 했다.

빌리어즈TV를 인수한 것은 이 사업에 뛰어들겠다는 신호탄이었다.

방송사를 인수하는 것이 잘못하면 부담일 수도 있지만, 우리 회사는 영화나 드라마, 음악, 스포츠 등 다양한 컨텐츠가 많이 있어서 채널을 잘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었다.
 

- 투어 출범 과정에서 부정적인 부분은 없었나

지금까지 오랫동안 골프 종목의 스포츠마케팅을 하면서 대회 하나를 추진하기 위해 보통 적게는 25억원, 많게는 40억원 가량의 후원을 영입한다.

그런데 당구계의 대회 규모가 골프에 비해 작다 보니 처음에는 대부분의 당구 관계자들이 3000만원, 5000만원 규모의 후원을 요청했다.

똑같은 부탁을 스폰서에게 할 때 너무 차이가 나는 상황이어서 난감했다. 그때 고민이 깊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완벽하면 우리가 나설 이유도 없다고 생각했고, 완벽하지 못하기 때문에 오히려 기회라고 판단해 당구산업의 한류화와 글로벌화라는 분명한 목표를 설정할 수 있었다.
 

- 투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일단 당구를 스폰서한테 소개하기 위해 찾아가면, 첫 번째 당구에 대해 관심도가 엄청 높았던 부분에서 놀랐다. 관심도가 꽤 대단했다.

기업의 CEO나 임원, 마케팅 담당자들 모두 당구가 핫하다는 데에 동의했다. 그러나 막상 후원을 이야기하는 단계에 가면, 당구의 인지도에서 막혔다.

관심도 만큼 후원을 끌어내기 위한 인지도가 부족했다. 그래서 인지도가 많이 개선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예를 들면, 당구를 자주 접하는 사람들은 당구클럽이 금연이 되었다는 사실을 당연히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클라이언트는 “요즘 담배 안 피워? 짜장면 안 시켜 먹어?”라고 물어볼 만큼 직접적인 당구 분위기를 알지 못했다.

최근에 당구가 핫해진 것은 맞지만, 이미지 개선을 위해서 언론과 미디어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굵직한 스폰서가 많이 영입되었는데

당구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깨는데 마케팅 효과와 가성비가 좋다는 사실이 불행 중 다행이었다.

당구는 골프와 이미지는 다르지만, 비용 집행을 하고 나면 당구가 훨씬 마케팅 효과가 훌륭하다.

가성비를 따져보면 10배, 20배가 아니라 때에 따라서는 마케팅 효과가 몇백 배 높다.

이걸 입증하는 시간이 좀 오래 걸렸을 뿐이지, 그게 딱 설득이 되고 나니까 거의 90% 이상의 기업이 타이틀스폰서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오히려 더 해줄 것이 있는지를 고민하고 선수들 후원을 제안하고, 심지어 기업 고유의 스폰서팀까지 만드는 단계가 되었다.
 

- 어떤 방법으로 스폰서 영입 마케팅을 진행했나

스포츠 스폰서는 2가지가 있다. 하나는 마케팅 효과고, 다른 하나는 도네이션이다.

축구와 야구 같은 스포츠는 마케팅 효과를 인정하고, 당구는 시작하는 단계에서 도네이션의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동시에 미디어에서의 마케팅 효과가 있었다.

당구는 시장이 좋았지만, 그동안 마케팅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우리도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했다.

저비용 고효율이라는 마케팅 측면, 이 효과가 없다면 후원금을 반환한다는 강력한 프레젠테이션을 했고, 실제로 후원 이후에 효과가 너무 좋다는 사실이 입증되어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스폰서들은 직접 분석도 하고 서로 정보를 공유한다. 당구가 마케팅 효과가 좋다는 게 알려지면서 후원을 예약하고 팀을 창단하고, 골프 클라이언트들이 PBA에 후원을 해주는 상황이 되었다.

사진=이용휘 기자
"저비용 고효율이라는 마케팅 측면, 이 효과가 없다면 후원금을 반환한다는 강력한 프레젠테이션을 했고, 실제로 후원 이후에 효과가 너무 좋다는 사실이 입증되어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사진=이용휘 기자

- 가장 어려운 스폰서 영입에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PBA 투어가 풀어야 할 숙제는 무엇인가

일단 포맷이 너무 일정하다는 점이다. 당구대회를 보다 열정적이고 활기찬 스포츠로 만들어야 한다는 숙제가 남아 있다.

당구대나 룰을 바꾸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이를 위해 선수와 경기장 등 환경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당구는 정적인 멘탈스포츠여서 매너를 중요시한다. 그러나 스포츠는 익사이팅해야 한다.

당구는 지나치게 상대방을 존중해서 관중과 호흡하고 화이팅을 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얘기를 들어보니, 당구를 치는데 떠들면 욕을 먹었고 선배들이 당구를 조용히 치라고 시켰던 게 관습처럼 내려온 듯하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어려운 샷을 성공시키고도 환호하지 않고 마치 죄라도 지은 것처럼 얌전하게 당구를 치고 있다.

관중들이 박수를 쳐도 단 한 번도 관중을 바라봐 주지 않는다. 그러나 당구는 스포츠다. 더군다나 프로는 필연적으로 관중들과 직접 호흡해야 한다.
 

- 멘탈스포츠로 굳어진 당구 경기를 익사이팅한 스포츠처럼 어떻게 접목시킬 방안인가

멘탈스포츠인 골프는 당구처럼 매너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또한, 자기 혼자 잘 쳐서는 이길 수 없고 상대방이 못 쳐야 이길 수 있기 때문에 상대방 멘탈이 승부에 중요한 작용을 하게 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멘탈스포츠에서의 승부는 경기력뿐만 아니라, 매너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상대방의 멘탈을 이용하는 것도 포함된다.

선수가 경기 중에 관중과 호흡하며 화이팅을 표출하면 상대 멘탈을 흔드는 역할을 할 수 있고, 프로라면 지나치게 상대를 배려하는 것보다는 스스로 치어-업 해서 경기 분위기를 장악해야 한다.

타이거 우즈는 젊은 나이에 호쾌한 샷과 액션으로 팬덤을 일으켰다. 그것이 바로 스폰서와 미디어에 영향을 미쳐 미국 남자 프로골프를 크게 성장하게 만들었다.

우리 당구선수들도 관중의 환호와 열정적인 화이팅, 쇼맨십 등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

프로는 인기로 먹고살기 때문에 당구를 잘 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보다 멋진 샷과 공격, 팬서비스로 당구를 익사이팅한 스포츠로 변화시키는 것과 동시에 시장에서 인기 있고 세일즈가 잘 되는 선수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 지난 시즌에 경기장 분위기를 바꾸는 다양한 시도를 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몇만 명이 함성을 지르는 스포츠와 비교해서 당구는 정말 작은 공간에서 하는 스포츠다. 어떤 요소를 넣어서 익사이팅한 스포츠를 만들 것인가 하는 고민을 많이 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선수와 관중이 호흡을 하도록 교육도 했고, 인위적으로 치어리딩이나 장내아나운서 같은 새로운 시도도 했다.

경기장 분위기가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는 좋은 평가도 있고 반대의 목소리도 들린다. 개인적으로는 썩 만족하지 않는다.

선수, 관중, 관계자들에게 좋은 아이디어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당구를 익사이팅한 스포츠로 만들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고 있고, 이를 결합해서 앞으로 더 재미있는 PBA 투어를 만들겠다.

또한, 전용구장이 준비되면 다양하게 경기장 포맷을 바꿀 수 있게 되어 다른 프로 종목처럼 화려하고 멋진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게 된다.
 

- 전용구장은 언제, 어디에 만들어지게 되는가

올해 하반기에는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전용구장은 한 번 지어지면 상당 기간 가야 된다.

장기 임대나 소유를 해야 하기 때문에 심사숙고하고 있다. 좋은 장소에서 좋은 아이디어로 전용구장을 만들기 위해 브라보앤뉴의 한 파트에서 알아보고 있다.

현재 서울과 일산, 강원도, 용인 등 4군데를 후보로 놓고 동시다발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중 1군데에 전용구장을 설치할 예정이고, 조건들이 다 달라서 의견을 조율 중이다.

 

<계속>

 

저작권자 © 빌리어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