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는 한국이 글로벌 당구스포츠의 중심이 될 수 있는 원년"

아마추어였던 당구, 프로의 궤도 위에 올려 놓고 큰 걸음 걷게 만드는데 성공

"당구산업을 한류화시키고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프로당구화 한다는 목표를 세워"

PBA 프로당구협회 장상진 부총재.   사진=김민영 기자
PBA 프로당구협회 장상진 부총재. 사진=김민영 기자

[빌리어즈=김주석 기자] 지난해 출범한 PBA 프로당구 투어는 KBF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과 상생협약을 체결하며 마침내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양새다. 당초 프로와 아마추어가 벌이는 싸움은 어떤 식으로든 빨리 끝내는 것이 바람직했다.

단순한 논리로, 서로 부딪히는 시간이 단축될수록 손해가 줄어들게 되고 균열 속에서 파생될 법한 부적절한 파장도 당구계에 가능한 한 적게 영향을 미쳐서 종목 자체와 산업의 성장이 앞당겨질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심 당구인들은 PBA와 KBF 사이의 장벽이 빨리 허물어지길 기다리는 눈치였다. 뜻밖에도 불과 1년이 채 되지 않아 PBA와 KBF는 손을 잡게 되었다. 기다렸던 시간보다 더 빨리 시나리오가 완성된 통에 다소 현실감이 떨어질 정도다.

완강했던 KBF가 PBA와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지난 시즌 PBA의 투어가 성공가도를 달리며 동시에 확실한 당구의 미래 비전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130년 동안 아마추어리즘의 한계에 갇혀 있던 한국 당구계는 꿈에 그리던 프로화의 성공 과정을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며 단시간에 프로당구가 완성되어 가는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 했다.

또한, KBF와 상생협약을 맺어 프로와 아마추어가 함께 공존해 상생을 이루는 지극히 이상적인 환경까지 조성되면서 앞으로 기대가 더 커지기도 했다.

PBA 프로당구협회 장상진 부총재는 그 모든 과정을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그는 아마추어였던 당구를 프로의 궤도 위에 올려놓고 큰 걸음으로 성큼성큼 걷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PBA가 초기 구상 단계부터 3년간의 시행착오를 거쳐 출범, 그리고 원년시즌을 마치기까지 긴 시간 단추가 채워지는 동안 장 부총재는 완벽한 계획과 치밀한 전략을 세워 빈틈없이 PBA를 이끌었다.

그가 속한 브라보앤뉴 그룹은 스포츠마케팅 전문가인 장 부총재의 뛰어난 전략과 세심한 일 처리가 프로당구의 성공과 비전을 완성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

장 부총재의 역량으로 PBA는 ‘우승상금 1억원’이 걸린 단순하게 상금이 많은 투어를 넘어 세계 당구의 비전을 이끄는 중심축을 형성하게 되었다.

PBA와 KBF가 상생협약을 약속하고 며칠 후 장 부총재를 만나 PBA 투어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PBA는 ‘프로 스포츠마케터가 만드는 프로당구’라는 사실에는 어떤 의심의 여지도 생기지 않았다.

그리고 당구가 곧 다른 프로 스포츠 종목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사실에 대한 기대가 더 커지게 되었다.

다음은 장상진 부총재와 나눈 일문일답.

PBA 투어가 지난해 원년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프로당구는 순항 궤도에 접어들게 되었다.  사진=이용휘 기자
PBA 투어가 지난해 원년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프로당구는 순항 궤도에 접어들게 되었다. 사진=이용휘 기자

- 원년시즌을 성공적으로 치렀다는 평가가 많다. PBA 투어의 기획자로 어떻게 투어를 준비했나

알다시피 시작이 어려웠다. 사실 처음에는 박수를 받으면서 들어갈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물론 다른 입장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우리 브라보앤뉴는 당구를 프로로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을 주어야 했고, PBA 투어가 성공하려면 당구와 프로를 연결하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깨야 했다.

기존 당구계의 구조와 투어를 후원할 클라이언트, 선수, 미디어까지 모든 부분을 설득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2016년 말부터 투어가 출범한 2019년 5월까지 시간을 오래 두고 준비를 많이 했다.

2017년 9월에 공청회를 열었다. 10개월간 내부 검토를 마치고 처음 당구계의 의견을 들어보는 자리였다.

곧바로 프로가 출범하는 것이 아니었는데, 약간의 오해가 있기도 했다. 원래는 2018년 초에 프로를 시작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1년이 늦어졌다.

당구에 대해 공부를 하다 보니 당구산업, 구조, 사람, 미디어 등 기존 당구계의 생태계를 서서히 알게 되면서 준비 과정에 다소 시간이 걸렸다.
 

- 외부 스포츠 전문가의 시각으로 당구를 어떻게 판단했나

먼저 당구계를 들여다보니 상당히 복잡했다. 당구는 국내 스포츠 중 최고의 규모를 갖고 있었고, 한국은 세계 당구 중 최고의 인프라가 형성되어 있었다.

당구선수와 동호인은 엄청 많고, 또 경기를 할 수 있는 당구장은 2만5000개나 되었다. 전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당구 전문 방송 채널도 있었다.

그런데 왜 당구가 그동안 프로스포츠로 발전하지 못했던 것인지, 궁금했다.

개인 종목으로 비교 대상인 골프는 PGA, LPGA 투어를 중심으로 산업과 미디어까지 모든 게 완벽하게 갖추어졌는데 당구는 그 이상의 인프라를 갖고도 프로가 되지 못했다.
 

- 당구가 130년 동안 아마추어리즘에 머물러 있었던 이유를 무엇이라고 판단했나

각 파트의 역할이 다소 잘못되어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당구산업은 열악했고, 외부와 연결고리인 방송은 역할이 좀 쉽지 않았는지 규모도 작고 자리를 잡지 못했다.

따라서 스포츠 마케팅이 안 되고 있었다. 마케팅과 스폰서 영입은 거의 한 몸인데, 당구는 마케팅이 부족해 스폰서 영입이 되지 않았다. 스폰서를 움직이는 마케팅이 없었다. 또한, 산업이 후진적이었다.

골프를 보면, 타이틀리스트나 캘러웨이 등과 같은 기업이 성장해서 투어와 선수를 후원하고 이렇게 용품사들이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기반이 만들어진 상태에서 삼성, 현대와 같은 일반기업들의 어마어마한 후원으로 연결되고 있다.

그런데 딱 이게 없었다. 이거만 터치해 주면 당구도 골프 못지않은 프로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 기존 당구산업도 적지 않게 지원을 하고 있었는데, 또 어떤 문제가 있었나

당구산업의 규모는 있었다. 그러나 규모가 너무 분산되어 있고, 가장 문제는 캐롬 종목 최대 인프라를 갖고 있는 한국이 중심이 아니라는 부분이었다.

한국은 최대 캐롬 인프라를 바탕으로 가장 많은 소비가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한국이 세계 당구의 중심이 될 때, 최대 시너지 효과를 만들 수 있다.

한국이 아닌 종주대륙 유럽이나 다른 국가에서는 결코 한국만큼 큰 그림을 만들지 못한다.

물론, 한국의 당구산업이 커지기는 했지만, 외국 산업이 중심인 환경에서는 제대로 구조를 만들기 어렵다. ‘당구 한류’가 필연적인 이유다.

그래서 우리가 프로화시키면서 좋은 모델을 만들어봐야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당구산업을 한류화시키고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프로당구화 한다는 목표를 세우게 되었다.
 

- 캐롬 최대 시장인 한국이 세계 당구의 중심이 되는 ‘당구 한류’를 완성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미국의 경우에는 자기가 만들지도 않은 골프나 아이스하키를 가지고 산업화를 시켜서 엄청난 이득을 취하고 있다. 

한국을 당구 종주국으로 만들고, 이를 추진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PGA와 LPGA, MLB, NBA, NHL처럼 당구도 경기장, 선수, 동호인 등의 세계 최대 인프라를 기반으로 후원사와 미디어의 도움을 받아 산업을 발전시킬 계획이다.

이런 기본적인 인프라를 바탕으로 한국 중심의 수익화, 비즈니스화를 시켜주면, 크게는 한류 작게는 국내 당구 관련 사업주들이 돈을 벌게 된다.

이 2가지 모델이 비즈니스로서 가치가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을 확실한 목표로 잡고 있다.

이렇게 한국을 당구의 종주국으로 만들고 이 과정에서 형성된 프로퍼티(재산권)를 잘 갖고 있게 되면 당구 한류가 가능하다.
 

- 지난 1년 동안 투어를 치른 소감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면

우여곡절 끝에 작년 5월에 출범을 하고 6월에 개막전을 잘 치르고 1년을 잘 달려오고 있다. 그러면서 아주 실망한 것도 있고, 아주 놀란 것도 있었다.

대체로 당구인들이 잘 이해해 준 부분이 고마웠다. 물론, 막바지에 코로나19 사태가 와서 투어 파이널을 개최하지 못하고 있지만, 너무 쉴 새 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기 때문에 이참에 정비를 하고 간다는 생각으로 새로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그동안 당구계에서 선후배, 동료 여러분이 고생을 해주었고, 거기에 PBA가 투어를 만들고 프로를 진행시키면서 당구는 한 단계 발전했다.

지난해는 한국이 글로벌 당구스포츠의 중심이 될 수 있는 원년이 되지 않았나, 그 정도까지만 평가를 내리고 싶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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