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9일 서울 영등포에 있는 (사)대한당구협회 사무실에서 열린 제27대 회장 선거장에서 대의원 A씨가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A씨는 1차와 2차 선거에 단독 입후보했지만 석연치않은 이유로 선거가 무효로 되자 이날 "부정 선거 무효"를 외치며 항의했다. 서울=김주석 기자


무효된 1, 2차 선거 단독 후보자 A씨 강하게 항의
선거위원 신고로 경찰 4명 출동해 A씨 저지
일부 대의원 "김동현 회장이 직권 이용해 불법 선거했다" 주장
투표 결과 찬성 9∙반대 1로 김동현 회장 연임 

 

[빌리어즈=김주석 기자] 사단법인 대한당구협회(회장 김동현) 제27대 회장 선거가 고성과 몸싸움이 벌어지는 등 심각한 몸살을 겪었다.

"부정 선거 무효"를 외치며 격렬하게 항의하던 대의원과 선거위원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지면서 신고를 받은 경찰이 무려 4명이나 출동하기까지 했다.

지난 3월 29일 서울 영등포에 있는 당구협회 사무실에서 열린 회장 선거장은 고성과 욕설이 난무하는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나 다름없었다.

지난해 말 회장 선거를 앞두고 김동현 회장과 대의원 사이에 의견 충돌이 일어나면서 당구협회는 파행을 거듭했다.

일부 대의원들은 김 회장의 독단적인 협회 운영을 문제 삼았고, 김 회장은 대의원 몇 명이 협회를 이용해 사업을 하려고 한다며 맞섰다.

김 회장의 임기가 끝나면서 새 회장 선거를 앞두고 이런 갈등은 표면 위로 올라왔다.

대의원 A씨가 단독 출마한 앞선 두 차례의 선거가 모두 석연치 않은 이유로 무효가 되면서 갈등은 더욱 심각해졌다.

김 회장은 1차와 2차 회장 선거에 출마한 A씨를 '반대파의 대리인'으로 지목했다. 3차 회장 선거에는 A씨는 출마하지 않고 김 회장만 출마했다.

A씨를 비롯한 일부 대의원들은 "3차 회장 선거에서 후보자 등록은 고작 이틀밖에 주지 않았고, 대응책을 논의하는 사이 김동현 회장만 후보자등록을 받고 마감해버렸다. 심지어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일 이틀 전에 선거장을 바꿔 김 회장 측 대의원 외에는 참석할 수가 없었다"라고 말하며 선거 자체가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3차 선거장에서 항의하는 A씨를 선거위원이 끌어내려 하고 있다.


이번 3차 회장 선거장에 혼자 나와 강하게 항의한 A씨는 "김동현 회장은 내가 출마한 서류에 '사인'만 했다는 이유로 선거 자체를 무효화시켰다. 통상적으로 도장을 찍거나 자필로 사인을 하면 되는데, 도장과 사인을 같이 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을 펼치며 후보 자격을 일방적으로 박탈하는 것은 어이없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당시 김 회장은 A씨의 출마 서류에 이름 석자만 적혀 있었을 뿐 도장이 찍혀있지 않다는 이유로 후보 자격이 없다며 선거 자체를 무효화해 논란이 있었다.

또한, 선거관리위원장을 김 회장이 직권으로 해임하면서 갈등과 잡음이 계속되었다. 김 회장은 선거관리위원장이 중립을 지키지 않는다는 이유로 선관위원장을 비롯한 임원을 해임했다.

그러자 한 대의원은 "현 회장이 선거에 관여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선거를 앞두고 대의원인 선거관리위원장을 해임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항의했다.

이러한 갈등은 그동안 불출마 의사를 밝혔던 김 회장이 3차 회장 선거에 단독으로 출마를 하자 더욱 거세졌다.

반대파 대의원들은 김 회장이 두 차례의 선거를 무산시키고 3차에 단독 입후보한 것을 두고 크게 비판했다.

선거를 1주일 앞둔 3월 22일에 반대파 대의원들은 임시 이사회를 소집하여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임시이사회에서는 해임 전 선관위원장과 임원을 즉각 복직시키고 비대위를 구성해 27대 회장 선거를 원만하게 치를 수 있도록 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협회 대의원이 둘로 갈라져 한쪽은 김 회장을 중심으로 회장 선거를 강행하고 다른 한쪽은 비대위를 구성했다.

29일 김 회장 측이 강행한 3차 회장 선거가 대의원 19명 중 10명이 참석해 과반을 넘게 되자 A씨는 선거장에서 "부정 선거 무효"를 외치며 강하게 반발한 것.

그 과정에서 선거위원 중 한 사람은 극렬한 A씨의 태도를 비판하며 경찰에 업무방해로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사태를 지켜보다가 물리적 충돌이 있을 경우 연행하겠다며 엄포를 놓았다. 이어서 항의하던 A씨를 "연행해 버리겠다"며 두 명의 경찰관을 더 부르기도 했다.

경찰이 직접 동영상 촬영을 하며 증거 수집을 하자 A씨의 항의가 점차 수그러들었고 그사이에 찬반 투표는 진행되었다.
 

직접 동영상을 찍으며 A씨의 항의를 저지한 경찰. 이날 한 선거위원의 업무방해 신고로 경찰은 4명이 출동해 A씨를 저지했다.


투표 결과는 찬성 9, 반대 1. 김 회장이 제27대 회장으로 연임에 성공했다.

선거가 끝나고 김 회장은 "협회가 어려운 시기에 이러한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 앞으로 양측을 다 아우르는 회장이 되겠다"며 소감을 말했다.

이날 소식을 전해 들은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던 대의원 중 한 사람은 "투표 결과가 9 대 1이다. 선관위가 일방적으로 이틀 전에 선거 장소를 바꾸지만 않았어도 불참 대의원들은 비대위에서 참석을 충분히 논의했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회장의 지위로 마음에 들지 않는 임원은 해임하고, 적법한 선거서류를 무효화하는 등 선거에 지속적으로 개입하는 것도 모자라서 스스로 단독 입후보하는 이런 식의 선거를 하는 것은 자유당 시절에나 있던 일이다"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저작권자 © 빌리어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