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에 충실할 때 비로소 좋은 결과가 이뤄진다는 불변의 법칙이 존재한다. 이것은 단순한 학계의 가설이 아닌 일반화된 진리다. 미래는 인간이 확신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누구도 결과를 미리 알 수는 없다. 그래서 우리는 절차를 기준으로 결과를 도출해 간다.

좋은 결과를 그려나가는 과정이 바로 절차에 충실히 하는 것이다. 절차를 지키지 않거나 소홀히 하게 되면 과정이 좋지 못하다. 과정이 그러하면 결과가 어떨지는 불 보듯 뻔하다. 그래서 절차는 규칙이고 도덕이며 법이기까지 하다. 어떤 일을 진행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것이 바로 절차다. 

자유와 권리가 보장된 우리 사회에서 다수의 의견이 결코 같을 수는 없다.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올바른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의견들이 건전한 방식으로 조율되어야 한다. 이 건전한 방식의 조율을 보통 합의라고 말한다.

절차는 결과를 도출하는 과정이고, 합의는 이 절차를 지키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촌각을 다투는 매우 급한 사안이 아니라면, 절차와 합의를 통해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안정적이고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이와 반대로 절차와 합의가 결여된 결론은 반드시 허점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우리는 “절차대로 처리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너무 자주 들어서 대수롭지 않게 느껴지는 말이지만, 절차를 지키지 않으면 일을 온전하게 처리할 수 없거나 손실을 입게 된다.

절차만 지켰어도 충분히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던 일이 절차를 지키지 않아서 반대의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것이 만약 공익을 위한 일이라면 손실은 당사자가 아닌 구성원 모두에게 돌아간다. 누가, 어떻게 책임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공적인 일은 더 신중하게 절차와 합의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최근 대한당구연맹의 마케팅 대행권을 놓고 말이 많다.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논란의 원인을 찾기 위해 꼼꼼히 들여다보니 딱 두 가지가 빠져 있었다. 그것은 바로 절차와 합의다. 사람의 생각은 편향적이고 편협할 수밖에 없다. 혼자만의 생각으로 일을 처리하면 오류를 벗어나기 어렵다. 사안이 크면 클수록 오류의 범위는 더 넓어진다. 이런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한 방법 중 가장 효과적인 것이 바로 매뉴얼이다. 

전자제품을 사거나 조립식 장난감을 사도 가장 먼저 보는 것이 매뉴얼이다. 무엇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전문가가 아닌 이상 매뉴얼을 봐야 답이 나온다. 이 매뉴얼에만 충실해도 가전제품을 고장 내거나, 용돈을 모아 겨우 구매한 장난감 조립에 실패하는 일은 없다.  

매뉴얼에는 일을 처리하는 기준과 과정의 절차가 나열되어 있다. 대한당구연맹에는 직책별 업무수행 매뉴얼은 물론, 계약과 관련된 중요한 사안을 다룰 때 기준이 될 계약업무 매뉴얼, 스폰서 유치를 위한 활동의 단계별 임무수행이 들어 있는 대외업무 매뉴얼 등이 작성되어 있어야 한다. 당구는 아직 갖춰야 할 것이 많은데 그 중 매뉴얼은 가장 시급한 과제다.

이번 마케팅 대행권 계약과 관련된 일련의 과정에서도 매뉴얼의 필요성이 여실히 드러났다. 대한당구연맹이나 국민생활체육 전국당구연합회는 상급단체에 정가맹된 단체다. 지금처럼 매뉴얼조차 갖춰놓지 않은 임의단체 수준의 행정이 지속된다면 당구의 성장은 계속 발목 잡히게 된다. 

매뉴얼이 없다는 이유로 절차를 지키지 않는 과정이나 협의를 게을리한 행정이 계속되면 언제 다시 큰 문제가 터질지 모른다. 두 단체는 정가맹 단체라는 지위에 준한 각종 매뉴얼을 갖추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엄밀히 말해 당구는 지금 프로와 올림픽처럼 먼 미래의 꿈과 같은 일을 논할 때가 아니다.

서서히 준비는 하되 그 꿈을 실현할 수 있는 플랫폼을 먼저 만들라는 말이다. 기본은 갖춰 놓고 도전을 해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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