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어즈(월간당구)>가 창간되던 1987년에는 당구장은 숙박업과 함께 위생접객업으로서 「공중위생법」의 적용을 받는 유기장업의 한 종목이었다.
 
당구인들, 특히 당구경기인들은 국가의 당구에 대한 이런 푸대접에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다가 <빌리어즈>가 창간되어 ‘당구의 스포츠화’의 기치를 높이 들자 이를 계기로 국회에 청원을 하고 그런 결과 마침내 1989년 7월에 당구장이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게 됨으로써 스포츠 종목으로의 길이 열리게 되었다. 
 
이후에도 당구장 경영자단체인 사단법인 대한당구협회에 선수국으로 소속되어 있던 경기인들이 독자적인 경기인단체를 만드는 데는 여러 해가 걸렸으며, 대한스포츠당구협회가 대한체육회 산하의 인정종목 경기단체로 가맹된 것이 1998년이었고, 대한당구연맹으로 명칭이 변경되어 정가맹이 되고 전국체육대회의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어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당구가 완전한 스포츠로 자리매김하기까지는 30년에 가까운 세월이 소요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많은 당구인들이 피와 땀을 쏟았다. 
 
이제 당구는 남녀노유를 가리지 않고 우리나라 국민 상당수가 선호하는 생활 스포츠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의 캐롬 당구와 여자 포켓볼은 세계적으로 크게 위상이 높아졌다.
 
3쿠션 당구 월드컵은 최근 10년째 연속적으로 한국에서 열리고 있고, 세계3쿠션선수권대회와 세계주니어3쿠션선수권대회, 세계여자3쿠션선수권대회도 한국에서 개최되어 한국 당구의 위상은 세계적으로 크게 격상되었다.
 
그러나 당구의 이러한 발전의 이면에는 암울한 면도 없지 않았다.
 
당구 조직이 비대해지고 사업이 다양해짐에 다라 조직에 종사하는 자들이 성실한 관리자의 책무를 망각하고 각종 부정과 비리를 저질러 단체를 멍들게 하였다.
 
구 대한당구연맹과 국민생활체육 전국당구연합회의 임직원들이 여러 가지 방법으로 공금을 횡령 착복하다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스포츠비리신고센터의 조사로 비위가 확인되어 두 단체 모두 비리단체로 지정되었다. 
 
이런 와중에 체육계의 통합 방침에 따라 당구계의 두 단체가 통합을 이룬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의 회장 선거가 실시되어 과연 어떤 인물이 입후보할지 염려되기도 하였으나, 예상 밖으로 당구원로 한 사람과 비당구인 세 사람의 훌륭한 인물이 압후보한 가운데 남삼현 한양대학교 특임교수가 선출되었다. 
 
남 회장은 8월 1일 회장 선출 후 1개월 만인 9월 2일 오전 ‘2016 구리 3쿠션 월드컵’ 개회식에 참석하는 것을 첫 공식 일정으로 하여 오후에 올림픽파크텔에서 취임식을 가졌다.
 
앞으로 4년 동안 우리 당구계를 이끌어 줄 대표자로서 그의 취임을 축하하는 자리에는 많은 당구인들이 참석하였다. 
 
취임식에서 전 대한당구연맹 장영철 회장에게 연맹기를 이양받고 있는 남삼현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 신임 회장.
남 회장은 취임사를 하면서, 비당구인 회장으로서 어떻게 하면 당구인들이 바라는 업적에 부응할 것인가 하는 데 대한 많은 고민을 한 것으로 보였다.
 
취임사에 발표한 것이 그대로 채택되어 집행되는 것은 아니지만, 업무 추진의 방향과 기본 지침을 살펴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남 회장은 먼저 당구의 장점이 소통이라 규정하고, 소통과 화합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하였다.
 
엘리트 체육과 생활체육이 통합을 이루어 앞으로 양자 간의 융합이 급선무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원칙과 룰을 중요시하되, 관행이라는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새롭게 지속적으로 개혁하겠다고 하였다. 
 
또한, 당구 활성화의 방향으로서 캐롬 종목에만 치중하지 않고 포켓볼과 스누커 종목에도 투자를 하고 유소년, 대학스포츠, 여성스포츠에 대해서도 공격적으로 투자하겠다고 하였다.
 
아울러 지역 연맹 활성화를 통해 당구를 전국적인 스포츠로 만들어 나갈 것이며, 선수의 발굴, 심판의 발굴에도 힘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리고 연맹은 자생력 있는 자립 경제를 달성하겠으며 보다 많은 후원 기업체의 지원을 이끌어 내겠다고 다짐하였다. 
 
남 회장이 아무리 훌륭한 계획을 수립하더라도 이것을 목적하는 바 성과를 내고 성공시키는 것은 실무진이므로 집행부의 구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이날 발표된 집행부의 면면을 보면 남 회장의 뜻을 담아내고 구현할 수 있는 그런 인사들보다는 회의적인 생각을 갖게 하는 사람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 우려하는 당구인들이 없지 않았는데, 당구에 대한 전문성보다는 이번 선거에 대한 보은(報恩)의 배려가 많이 작용한 것으로 보였다. 
 
남 회장은 회장 취임 전부터 만만치 않은 한 가지 과제를 떠안게 되었다.
 
지난해 2월 구 대한당구연맹이 국내, 국제경기의 방송 중계권과 마케팅권을 빌리어즈TV와 독점으로 3년, 5년간 다년 계약을 한 것이 뜻하지 않게 세계당구연맹(UMB) 규정과 충돌함으로써 이를 원만히 해결하지 못하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에 처해 있다.
 
UMB가 개입하여 원만히 해결될 것이라 발표했지만, 빌리어즈TV가 이번 구리월드컵 중계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결코 해결 전망이 낙관적이라 할 수 없고, 만약 법적 분쟁으로까지 간다면 연맹이 수렁에 빠질 수 있으므로 남 회장 집행부는 협상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또 다른 한 가지 문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비리자에 대한 중징계를 강력히 지시하였으나 이를 차일피일 미루다가 2, 3분기 지원금이 삭감되어 연맹 재정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는데도, 남삼현 회장 집행부마저 끝까지 중징계자들을 비호하면서 관리단체 지정까지 감수하고 갈 것이냐 하는 점이다.
 
연맹이 갈 데까지 가기로 작정한다면 몰라도, 장관의 명령은 여기에서 멈출 것 같지 않으므로 남 회장 집행부는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또 한 가지 문제를 지적해 두고자 한다.
 
이미 여러 차례 보도로 알려져 있는 일이지만, 국민생활체육 전국당구연합회에서 13년여 동안 회보로 발행해 오던 <월간 스포츠당구>를 사무처장이 임의로 폐간시키고 같은 제호의 잡지를 개인 명의로 등록 발행하자 국민생활체육회의 지시로 정기간행물 발행금지 가처분신청을 내고 ‘개인 잡지가 아닌 단체의 회보’로 판결이 났으나 본안 소송이 착수되기 전에 당구계의 두 단체의 통합으로 이 문제가 미결로 되어 있는 상태다.  
 
두 단체가 통합하였으므로 <월간 스포츠당구>는 (사)대한당구연맹이 당연히 권리를 승계하게 되었고, 관련된 본안 소송도 (사)대한당구연맹이 진행해야 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남삼현 회장은 전 당구연합회의 사무처장 진용의 지지로 회장에 당선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실제로 전 사무처장 쪽 사람들이 이번 연맹 집행부에 여러 사람 입성하였다.  
 
따라서 <월간 스포츠당구>의 본안 소송이 순리대로 진행될까 하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만약 집행부에서 고의적으로 소송을 진행하지 않거나 고소를 취하함으로써 패소를 하게 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연맹에 돌아오고 집행부는 배임의 책임을 져야 한다. 
 
왜냐하면, <월간 스포츠당구>의 현실적 가치가 얼마가 되었건 연맹의 재산을 포기한 것이고, 이 소송의 결과로 주장할 수 있는 부당수익 환수를 하지 못하게 되는 반면, 상대방(전 사무처장)으로부터 정신적 피해 배상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간 대한당구연맹 회장 가운데는 비당구인 회장이 여러 명 있었고 훌륭한 업적을 남겼다. 제3대 유태성 회장은 부산아시안게임을 성공적으로 개최한데다가 당구종목 최초이자 유일한 금메달까지 획득하는 성과를 올렸다.
 
제6대 이유병 회장은 수원세계당구월드컵을 무려 6회나 개최함으로써 한국의 월드컵 개최를 정착시켰다.
 
제8대 장영철 회장은 한국 당구의 글로벌화에 기여하여 아시아캐롬당구연맹 회장국과 세계캐롬당구연맹의 부회장국이 되는 성과를 이루었다. 
 
당구는 이제 엘리트 체육과 생활체육이 역사적인 통합을 실현시켜 새로운 통합당구 시대에 돌입하였다.
 
이러한 중대한 시기에 우리 당구인들은 남삼현 회장의 취임식에서 그의 결연한 의지를 보았다.
 
남 회장이 성공한 회장으로 기록되기 위해서는 박태호 수석부회장의 역할이 참으로 중요하다고 본다.
 
아무리 유능한 회장이라도 좋은 보좌역을 만나지 못한다면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두 사람은 좋은 파트너십을 이루어, 그 어느 회장 시대보다 훌륭한 업적을 남겨 주기를 당부한다.
 
 
 
빌리어즈 김기제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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