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미가 월드챔피언십 첫 결승에 올랐다. 사진=제주/이용휘 기자
김보미가 월드챔피언십 첫 결승에 올랐다. 사진=제주/이용휘 기자

[빌리어즈앤스포츠=제주/김민영 기자] '김사강'으로 이름을 바꿀 뻔했던 김보미(NH농협카드)가 4강의 굴레를 끊고 프로당구 왕중왕전 월드챔피언십에서 결승에 진출했다. 이제 남은 것은 '우승' 코를 뚫는 것뿐.

오늘(16일) 오후 1시 제주 한라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당구 왕중왕전 'SK렌터카 제주특별자치도 LPBA 월드챔피언십 2024' 준결승전에서 이미래(하이원리조트)와 결승 진출을 놓고 경쟁을 벌인 김보미가 세트스코어 4-3으로 승리하며 시즌 첫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준결승전 초반은 이미래의 일방적인 독주였다. 두 선수 모두 월드챔피언십 첫 준결승전이었다. 1세트 1이닝에 김보미가 먼저 6점의 장타를 날리며 6:0으로 리드했다. 9:3으로 김보미를 뒤쫓던 이미래는 포기하지 않고 뒷심을 발휘해 7이닝부터 1-4-1-3득점을 차례로 올리고 김보미보다 먼저 9:11로 세트를 차지했다.

1, 2세트를 먼저 따낸 이미래가 초반 기세 좋게 김보미를 따돌렸다.
1, 2세트를 먼저 따낸 이미래가 초반 기세 좋게 김보미를 따돌렸다.

탄력을 받은 이미래는 2세트 1이닝과 2이닝에 2득점씩을 추가하며 1:4로 앞섰고, 7이닝부터 1점씩을 추가해 9이닝에 1:7, 11이닝에 3득점을 더 보태 10:3으로 김보미를 따돌렸다.

끝까지 집중력을 보여준 김보미는 11이닝부터 2-2-3-1득점을 성공시키고 9:10까지 따라붙었지만 14이닝 후공 타석에서 이미래는 남은 1점을 성공시키고 세트스코어 0-2로 앞서 나갔다.

7전4승제로 진행되는 준결승전에서 3세트까지 잃는다면, 김보미로서는 경기에 대한 부담감이 더 커질 상황이었다.

1, 2세트에 이미래의 집중력이 힘을 발휘했다면, 3, 4세트에는 김보미의 집중력이 빛을 발했다.

3세트부터 추격을 시작한 김보미.
3세트부터 추격을 시작한 김보미.

최대한 집중력을 끌어올린 김보미는 1이닝 3득점 후 3이닝에 3득점, 4이닝에 1득점을 올리고 7:5로 이미래에 맞섰고, 5이닝에 선공인 이미래가 득점 없이 타석을 넘기자 남은 4점을 모두 획득한 김보미는 11:5로 첫 세트 점수를 손에 넣었다. 세트스코어 1-2.

김보미는 이어진 4세트에서도 1이닝부터 4점을 올리더니 3이닝째에 5득점을 추가하며 9:3으로 이미래의 추격을 따돌렸고, 4이닝에 1점을 보태 10:5로 세트 포인트에 올랐다. 비록 김보미는 4이닝째에 세트 포인트를 마무리하지 못했지만 5이닝 선공 타석에서 남은 1점을 처리하고 11:5로 세트스코어 2-2를 만들었다.

5세트에 들어 김보미와 이미래는 6:5 근소한 점수 차를 유지했으나 5이닝부터 이미래의 큐가 잠든 사이 김보미는 6이닝부터 1-1-1득점을 올려 9:6으로 앞서더니 9이닝째에 남은 2점을 성공시키고 11:6으로 세트스코어를 3-2로 역전시켰다.

6세트를 따내며 세트스코어 3-3으로 맞선 이미래
6세트를 따내며 세트스코어 3-3으로 맞선 이미래

이미래로서는 더이상 물러설 수 없는 6세트가 시작됐다. 긴장감 넘치는 6세트 초반 좀처럼 점수가 나지 않았다. 4이닝째 2점을 친 이미래가 먼저 점수를 등록을 하자 김보미가 5이닝 타석에서 3점을 성공시키고 3:2로 따라잡았다.

5이닝째 이미래는 7점의 장타를 쏟아내 3:9로 앞질러 나갔다. 김보미 역시 5이닝 3득점, 6이닝 3득점, 7이닝 1득점을 올리고 7:9로 1점씩 점수를 만회했고 적절한 수비로 이미래의 꽁꽁 묶었다.

세트 획득까지 단 2점만 남겨둔 이미래는 6이닝부터 12이닝까지 무려 7이닝을 범타로 물러나며 결국 9:9로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하지만 13이닝째에 남은 2득점을 올린 이미래는 9:11로 아슬아슬하게 세트를 차지하며 승부를 7세트로 연장했다.

7세트 3이닝째 1득점을 올린 김보미가 4이닝에 3점, 5이닝에 5점을 추가하는 동안 이미래는 4이닝에 2득점을 올리는 데 그치며 점수는 9:2로 벌어졌고, 8이닝에 김보미가 남은 2득점을 추가하며 11:2로 풀세트 접전을 끝냈다. 세트스코어 4-3.

김보미
김보미

경기 후 실망 가득한 표정의 이미래는 "3, 4세트는 김보미 선수가 잘했고, 5세트는 응원 소리에 감정적으로 흔들려서 공격도, 수비도 제대로 못 했다. 중요한 경기에서 아무것도 못 한 나에게 스스로 화가 많이 난다"고 경기 소감을 전했다.

이어 "우승을 못한 이후로 사람들은 내가 슬럼프라고 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동안 결승도 갔고, 준우승도 했고, 준결승도 가고, 8강도 갔다"며, "이번 대회는 결승까지 가서 꼭 우승하고 싶었는데,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월드챔피언십에서 결승까지 오른 김보미는 "우선 이번 시즌에 결승 가는 게 목표였는데, 파이널에서 결승 갈 줄은 몰랐다. 너무 뜻깊고 속이 너무 후련하다"고 경기 소감을 전했다.

경기가 끝난 후 포옹을 나누는 이미래와 김보미.
경기가 끝난 후 포옹을 나누는 이미래와 김보미.

또한, "그동안 4강에서 너무 많이 떨어져서 별명도 생겼다. 사람들이 이름을 '김사강'이라고 바꾸라고 하고, '그게 너의 한계다' 이런 말을 너무 많이 해서 속상했다. 빨리 그 별명을 깨고 싶었는데, 월드챔피언십이라는 큰 무대에서 깬 것 같아서 후련하다"며 웃어 보였다.

특히 "아빠가 32강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 전날 나보고 멘탈 잘 잡으라고 인터뷰를 했는데, 그 기사를 보고 내가 멘탈 관리가 안 되고 있다는 걸 느꼈다. 그동안 '이겨야 된다, 지면 안 된다'는 생각만 했지 멘탈 관리를 할 생각을 못 했다. 심지어 이기고 있을 때도 잡생각이 많아서 뺏기는 경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내 공에만 집중하자, 내 차례가 왔을 때 내 것만 보여주자' 이런 생각으로 경기에 임하면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보미는 내일(17일) 열리는 LPBA 월드챔피언십 결승전에서 김가영(하나카드)과 한지은(에스와이)의 준결승전 승자와 맞붙는다.

 

사진=제주/이용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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