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미. 사진=PBA 제공
김보미. 사진=PBA 제공

김보미(NH농협카드)가 3년 연속 'SK렌터카 월드챔피언십' 본선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김보미는 아빠인 김병호(하나카드)와 처음으로 '월드챔피언십'에 동반 출전해 '부녀 프로 당구선수'로서 새로운 기록을 쓰기도 했다. 특히 동반 출전에 그친 것이 아니라 부녀가 나란히 16강 본선 진출까지 성공해 이번 대회는 그 의미가 남다르다.

조 4번 시드로 PBA 월드챔피언십에 출전한 김병호는 최성원(휴온스)과 이상대(웰컴저축은행)를 연파하고 2승을 거두며 대회 2일차에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일찌감치 16강 진출을 확정한 아빠 김병호는 임정숙과의 마지막 경기를 앞둔 딸 김보미에게 "멘탈만 잘 잡으면 된다"는 메시지를 인터뷰를 통해 전했고, 아빠의 진심 어린 조언은 결국 딸에게 닿았다.

첫 경기에서 임혜원에게 세트스코어 1-2로 패한 김보미는 이후 이유주를 2-0으로 꺾고 16강 진출의 불씨를 되살렸다. 임정숙(크라운해태)의 마지막 대결에서 2-0으로 승리한 김보미는 결국 조 1위로 16강에 올랐다.

김보미
김보미

3년 연속으로 월드챔피언십 16강에 올랐다. 아빠 김병호 선수가 대회 전날 멘탈 잘 잡으라고 조언했는데, 그 조언이 도움이 되었나?

대회 전날 자려고 누웠다가 잠깐 휴대폰을 보려고 했는데 아빠 기사가 보였다. "딸, 아빠 먼저 간다" 뭐 이런 제목이길래 뭐지 하고 봤는데, 아빠가 '멘탈 잘 잡아라'는 말을 했더라. 그런데 그거 보고 정신이 확 들었다. 내가 지금 쫄아서(졸아서) 이러고 있으면 더 안 되겠다, 멘탈 잘 잡아야겠다. 솔직히 도움이 됐다. 확실히 밤에 그 기사를 본 게 다음 시합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

3년 연속 월드챔피언십에 진출했는데, 기분이 어떤가?

시즌 내내 32등 안에만 들게 하자는 생각으로 시합을 했는데, 이번에도 들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빠와의 동반 출전이라 더 특별할 것 같은데.

처음에는 아빠가 큐스쿨만 안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같이 월드챔피언십에 가게 돼서 좀 얼떨떨했다. 내심 잘됐다, 아빠가 좋은 경험을 하겠구나 했다.

그런 아빠가 오히려 대회 2일차에 31명의 선수를 제치고 가장 먼저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좀 놀랐다. 솔직히 남자대회가 훨씬 치열하다. 만만한 선수가 하나도 없고. 혹시 다른 선수들이 봤을 때 아빠가 좀 만만한 선수가 될까 봐 사실 걱정했다. 그런데 아빠가 최성원 선수도 이기고, 이상대 선수도 이기고 첫 월드챔피언십에서 16강에 올라가서 '잘했다' 생각했다. 조금 뿌듯했다.

김보미의 아빠이자 프로 당구선수인 김병호. 그는 하나카드 하나페이의 주장이기도 하다.
김보미의 아빠이자 프로 당구선수인 김병호. 그는 하나카드 하나페이의 주장이기도 하다.

아빠는 만약 둘 중에 한 명만 성적을 잘 낼 수 있다면, 딸 김보미 선수가 잘 했으면 좋겠다고 하던데, 같은 생각인가?

만약 한 명만 우승을 할 수 있다면, 그래도 아빠가 우승하는 게... 왜냐면, 남자 대회 상금이 훨씬 크니까.(웃음) 그리고 나는 아직 젊어서 당구를 칠 날이 더 많이 남아 있지만, 아빠는 나보다 덜 남았기 때문에 그 기간동안 최대한 많이 우승했으면 좋겠다. 또 아빠는 개인전 우승도 있고, 팀리그 우승도 두 번이나 했으니까 이제 월드챔피언십까지 우승하면 엄청난 기록을 세우는 것 같아서 그것도 참 괜찮은 것 같다.

아빠가 16강 진출을 확정했을 때 그래도 둘 중 한 명은 16강에 가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나? 아니면 '나도 꼭 가야지'라고 의지를 불태웠나?

아빠라도 먼저 확정돼서 다행이다, 라고 생각을 하긴 했다. 나는 발등에 살짝 불이 떨어져서 이제 마지막 경기가 내 손에 달려 있으니까 솔직히 걱정을 많이 했다. 아빠의 인터뷰에서 '멘탈 잘 잡아라'는 말을 봤을 때 정신이 번쩍 들었다.

처음으로 제주도까지 와서 당구대회에 출전하고 있는데 기분이 어떤가? 아빠는 제주도가 처음이라던데?

아빠는 당구연맹에 있을 때 월드컵 몇 번 다닌 게 다다. 한국에서는 비행기 타고 여행한 게 이번 제주도가 처음이다. 좀 신기했다. 내가 제주도를 왔는데, 아빠도 와있는 걸 보고. 가족과 같이 제주도에 있는 게 처음이라서 신기했다. "아빠, 바다도 좀 많이 보고, 알아서 관광 잘하길!" (웃음)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이 아닌 곳에서 대회를 하는 것도 오랜만인데.

딱히 해외도 아니고 제주도니까 뭐 별생각 없이 왔는데, 체육관에 들어서는 순간 공기가 너무 달랐다. 또 체육관에서 경기를 하니까 팬들이 평소보다 많이 오셔서 응원을 해주시고, 제주도에 사시는 분들은 당구대회를 직접 볼 기회가 많이 없으니까 진짜 엄청 많이 오시더라. 제주 사투리로 사진 찍어달라고 하셔서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도 못 알아들었는데, 뭔가 새롭고 재밌다.

김보미
김보미

첫 월드챔피언십에서는 준결승까지 올랐고, 작년 대회에서는 16강까지 갔다. 이번 대회 목표는?

사실 이번 시즌 개인 투어도 결승이 목표였는데, 또 4강에만 두 번을 갔다. 이제 진짜 코를 한 번 뚫어야 할 것 같다. 이왕이면 큰 대회에서 우승을 하면 더 좋지 않을까 해서 이번 대회는 우승을 목표로 나왔다.

이제 16강부터는 한 번만 실수해도 탈락하는 데스매치다. 임하는 각오 한 마디 부탁한다.

주변에서 왜 너는 4강까지밖에 못 가냐 이런 말을 엄청 많이 하셨다. 솔직히 그동안 스스로 기가 좀 죽어 있었는데, 어차피 당구는 이기거나 지거나 둘 중 하나다.

승패에 너무 연연하지 않으려고 노력을 좀 하려고 한다. 내 공에만 집중하고 멘탈을 잘 잡는 게 지금 목표고, 멘탈만 잘 잡으면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내 공만 생각하고 치겠다.

첫 월드챔피언십 본선에 오른 아빠에게 월드챔피언십을 2번이나 먼저 경험해 본 선배로서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은가?

아빠 예선 때 치는 거 보니까 별로 말할 게 없더라. 다만, 이제 아빠가 나이가 있다 보니 세트가 길어질수록 체력이 달리는게 눈에 보이던데, 체력 관리를 좀 잘하면 충분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근데 하필 16강 상대가 우리 캡틴이다. (김보미는 NH농협카드 소속이고, 조재호는 NH농협카드의 주장이다.)

맞다, 조재호 선수와 16강 첫 경기를 한다. 누굴 응원할 건가.

어제 내 경기 때 아빠와 조재호 선수가 응원을 와줬는데, TV에 둘이 계속 잡히더라. 내일 경기할 두 사람이 나를 같이 응원하는 걸 보니 좀 웃기더라. 물론 캡틴도 좋고, 아빠도 좋고, 둘 다 응원할 거다. 캡틴이 너무 톱 클래스지만, 아빠가 체력 조절하고 멘탈만 잘 잡으면 어떻게 좀 해볼 만하지 않을까. 무엇보다 재밌는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누굴 응원하겠나.

그 순간 테이블에 서서 공치는 사람을 응원하겠다. 그래도 같이 사는 아빠가 이기면 좀 좋긴 할 것 같다. 우리집 기둥이니까. (웃음)
 

사진=PB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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