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기. 사진=빌리어즈앤스포츠 DB
이홍기. 사진=빌리어즈앤스포츠 DB

[빌리어즈앤스포츠=김민영 기자] '뽀빠이' 이홍기(54)가 (사)프로당구협회(PBA, 총재 김영수)로부터 중징계를 당했다. 이유는 경기 중 고성과 욕설, 상대 선수 협박이다.

사건은 지난 2월 6일부터 12일까지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로당구 8차 투어 '웰컴저축은행 웰뱅 챔피언십' 128강 예선전 때 발생했다.

오성욱(46, NH농협카드)과 128강 대결을 벌이던 이홍기가 경기 중 오성욱을 향해 큰 소리로 욕설을 퍼부은 것.

사건의 발단은 이랬다. 오성욱과의 128강 대결 중 그립이 끈적하다고 느낀 이홍기가 오성욱의 경기 동안 빠르게 그립을 빼는 도중 거슬리는 소리가 발생했고, 이에 경기에 방해를 받은 오성욱은 즉시 심판에게 항의했다.

심판은 빠르게 이홍기에게 주의를 줬고, 이홍기 역시 미안하다고 오성욱과 심판에게 손을 들어 보였다.

이번 시즌 8차 투어 '웰컴저축은행 웰뱅 PBA 챔피언십' 128강 경기 중인 이홍기.
이번 시즌 8차 투어 '웰컴저축은행 웰뱅 PBA 챔피언십' 128강 경기 중인 이홍기.

그저 경기 중 해프닝으로 지나갈 일이었다. 하지만 타석을 넘겨받은 이홍기가 샷을 하다 말고 느닷없이 오성욱을 향해 고성과 욕설 섞인 질타를 퍼부었다.

일순간 경기장 전체 경기가 멈출 정도로 선수들이 동요했고, 해당 상황은 유튜브 생중계로 고스란히 전파를 탔다.

해당 사건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경기장에서 나온 이홍기가 다음날 자신과 대결이 예정된 임성균(28, 하이원리조트)을 우연히 만나자 '조심하라'는 협박성 발언을 했고, 옆에서 들은 선수들은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라고 판단해 PBA 사무국에 제보한 것.

이에 PBA는 상벌위원회를 열고 이홍기에게 '올 시즌 잔여 경기(9차전) 및 차기 2024-25시즌 전 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내렸다.

해당 징계는 '자격 정지' 바로 아래 단계로 상당히 무거운 징계 수위다. PBA는 투어 원년 시즌 드림투어 대회 도중 소란을 일으킨 김기혁과 진이섭에게 각각 김기혁은 1개 투어 출전 금지와 벌금 100만원, 진이섭은 1개 투어 출전 금지 징계를 내린 바 있다.

PBA 관계자는 "대회 중 선수들 간의 신경전은 간혹 있어 왔지만, 경기 중 고성과 욕설로 다른 선수들의 경기를 방해했다. 게다가 자신보다 한참 어린 다음 경기 상대 선수에게 협박성 발언까지 했기 때문에 가볍게 여길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이번 징계에 대한 이유를 밝혔다.

'웰컴저축은행 웰뱅 PBA 챔피언십' 128강에서 이홍기와 경기 중인 오성욱. 1세트에 이홍기와 마찰이 있었던 오성욱은 이날 대결에서 패했다.
'웰컴저축은행 웰뱅 PBA 챔피언십' 128강에서 이홍기와 경기 중인 오성욱. 1세트에 이홍기와 마찰이 있었던 오성욱은 이날 대결에서 패했다.

또한, "당구선수도 이제 엄연한 프로 스포츠 선수이기 때문에 이에 따른 품위와 소양을 갖춰야 한다"고 일침했다.

이번 징계로 인해 랭킹 순위 71위의 이홍기는 이번 시즌 9차 투어 128강 대진에서 빠졌다. 이홍기는 징계 해제 후 2025-26시즌에 2부 투어부터 다시 PBA 투어에 출전할 수 있다.

한편, 징계 당사자인 이홍기는 "미리 그립을 바꾸지 못하고 경기 도중에 그립을 바꿔서 오성욱의 경기를 방해한 것은 내 잘못이다. 하지만 미안하다고 표시를 했는데도 오성욱이 '체'하는 듯한 불쾌한 미소를 지어서 선배를 무시한다는 생각에 경기를 하는 도중 분을 참지 못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임성균을 협박할 생각은 없었다. 그저 '선배한테 너는 저런 행동을 하면 안 된다'는 의미로 말한 건데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빌미를 제공한 오성욱과 동시 징계가 아닌 나 혼자만 중징계를 받는 것에는 아쉬움을 느낀다"고 전했다.

또한, "PBA 출범 초기부터 PBA를 지지하고 의리를 지켜왔다. 중징계에 대한 서운한 마음도 있지만, 2025-26시즌을 준비하겠다"라고 PBA 징계를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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