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헤미 선수에게 도전장을 던진 PBA 심판들(NOLJA). 왼쪽부터 유동훈, 이재성, 최혜미, 홍명기, 한준희, 성혁기. 사진=일산/김민영 기자
최헤미 선수에게 도전장을 던진 PBA 심판들(NOLJA). 왼쪽부터 유동훈, 이재성, 최혜미, 홍명기, 한준희, 성혁기. 사진=일산/김민영 기자
NOLJA(놀자) 유동훈, 이재성, 홍명기, 한준희, 성혁기 심판. 
NOLJA(놀자) 유동훈, 이재성, 홍명기, 한준희, 성혁기 심판. 

심판과 당구선수는 가장 가까이에 있지만, 가장 거리가 먼 관계다. 당구 심판은 선수들이 경기를 잘 풀어갈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이기는 하나 그렇다고 딱히 '내 편'도 아닌 사이.

하지만 만약 심판들이 경기를 하고, 선수들이 심판을 본다면? 혹은 심판들이 선수들과 직접 경기를 한다면? 그러면 심판은 선수의 입장에서 경기를 이해하고, 선수는 심판의 고충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질문을 몸소 해결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프로당구 PBA 심판 5명으로 구성된 NOLJA(놀자)다.

NOLJA(놀자)는 조장 유동훈(47)을 중심으로 성혁기(56), 홍명기(55), 이재성(49), 한준희(44) 등 PBA 심판 5명의 조금 특별한 친목 모임이다. 최고 핸디 32점부터 공개 불가 최저 핸디까지 다양한 당구 핸디를 가진 심판들이 모인 이 모임은 한 달에 한 번 LPBA 프로 당구선수와 친선 경기를 갖는다.

이재성 심판과 최혜미 선수의 뱅킹.
이재성 심판과 최혜미 선수의 뱅킹.

NOLJA(놀자)가 2024년 첫 도전장을 최혜미(웰컴저축은행)에게 던졌다. 결과는 2승1패로 심판들의 승리.

최혜미가 먼저 10:12로 이재성 심판을 꺾었지만, 성혁기 심판과 유동훈 심판이 11:8, 9:2로 최혜미를 꺾고 첫 승점 1점을 챙겼다.

이후 한준희 심판과 홍명기 심판을 7:11, 3:11로 연달아 꺾은 최혜미는 1승1패로 팽팽한 접전을 벌였고, 마지막 25점 단판 대결에서 5명의 심판이 릴레이로 5점씩을 쳐 25:22로 최혜미를 꺾고 2승1패로 이날의 승리를 차지했다.

'심판은 우리가 전문' 이재성과 최혜미의 경기 심판을 자처한 성혁기 심판.
'심판은 우리가 전문' 이재성과 최혜미의 경기 심판을 자처한 성혁기 심판.
이재성 심판.
이재성 심판.
조장을 맡고 있는 유동훈 심판.
조장을 맡고 있는 유동훈 심판.

경기 후 최혜미는 "재미있는 경기였다. 심판들은 항상 진지하고 엄격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오늘 경기에서 새로운 모습을 본 것 같다. 더 친근함이 생겼다. 이렇게 유쾌하고 재밌는 분들인 줄 미처 몰랐다"고 경기 소감을 전했다.

유동훈 심판은 "심판은 경기 중에 공이 어떻게 움직일지 미리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직접 당구를 쳐보고, 경기를 경험해 봐야 심판을 보내는 데도 조금 더 감각적으로 볼 수 있다"며 NOLJA(놀자)가 LPBA 선수들에게 도전장을 내는 이유를 설명했다.

NOLJA(놀자)의 막내를 자처하는 한준희 심판은 "이 모임의 궁극적인 목적은 심판의 역량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공을 직접 쳐봐야 심판을 볼 때 역량이 좀 더 생기는 것 같다. 그래서 일부러라도 이런 시간을 만들려고 노력 중이다"라고 모임에 적극 참여하는 이유를 밝혔다.

"친선 경기도 지고 싶지 않아" 최혜미.
"친선 경기도 지고 싶지 않아" 최혜미.
홍명기 심판.
홍명기 심판.

성혁기 심판이 "심판들도 선수와 마찬가지로 긴장감을 갖고 경기에 임한다. 하지만 또 심판은 선수들에게 긴장한 모습을 보여주면 안 된다. 선수들이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심판의 어려움에 대해 말하자 홍명기 심판은 "선수와 심판이 함께 경기를 함으로써 서로에 대한 이해가 더 생기는 것 같다. 선수들도 심판을 조금만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고 심판으로서의 바람을 전했다.

하지만 이내 옆에서 "아니다, 선수들 입장에서는 쉽지 않다. 선수들은 그 한 경기를 위해 엄청난 준비를 하고 나온 거다"라며 선수들의 입장을 대변하기도 했다.

8:2로 앞서고 있는 유동훈 심판의 얼굴에 여유가 느껴진다.
8:2로 앞서고 있는 유동훈 심판의 얼굴에 여유가 느껴진다.
성혁기 심판.
성혁기 심판.
NOLJA의 막내 한준희 심판.
NOLJA의 막내 한준희 심판.

이어 이재성 심판은 "NOLJA(놀자)는 당구가 좋아서 당구를 즐기자는 단순한 목적도 있지만, 심판의 입장에서 당구를 이해하고 공의 움직임을 연구하려는 노력과 선수들에게 조금 더 다가가기 위한 심판들의 노력, 그리고 심판들끼리 돈독한 유대감을 형성하기 위한 노력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고 NOLJA(놀자)의 정체성을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한준희 심판은 "다음 달은 김상아 선수 기다려라. 우리가 도전한다"고 공개적으로 도전장을 던졌고, 옆에 있던 최혜미는 "상아 언니가 꼭 복수를 해주길 바란다. 쉽지 않은 상대다. 절대 긴장을 늦추지 마시라"고 조언을 잊지 않았다. 

 

(사진=일산/김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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