딕 야스퍼스(네덜란드)는 2019년부터 2022년, 2023년까지 3회 연속 '당구월드컵 시즌 챔피언'에 올랐다. 그의 나이 58세로 당구선수의 선수 수명이 아무리 길다 하지만, 세계 정상을 이토록 오래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과연 무엇일까.   사진=Ton Smilde

"나는 술이나 담배를 하지 않고 파티도 좋아하지 않는다. 당구에만 전념하며 철저하게 자기 관리를 한다"

1965년생으로 내년이면 59세가 되는 딕 야스퍼스(네덜란드·세계랭킹 2위)는 자신이 오래도록 3쿠션 종목 세계 최강자로 군림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야스퍼스는 올해 열린 3쿠션 당구월드컵에서 두 차례나 우승하고 통산 8번째 '시즌 챔피언'에 올랐다. 그가 첫 시즌 챔피언에 오른 1997년 이후 무려 26년 동안이나 세계 정상에서 롱런하고 있다.

또한, 1991년 일본 도쿄에서 처음 당구월드컵을 우승한 뒤 33년째 계속 우승을 쌓아가며 총 29번의 당구월드컵 우승과 5차례 세계선수권 우승을 차지했다.

그밖에 네덜란드컵 22회와 유럽선수권 5회, 월드게임 2회, 팀선수권 2회, 아지피 마스터스 2회, 로잔 마스터스 3회, 버호벤 오픈 1회, 그리고 우승상금 1억3500만원이 걸렸던 원주 그랑프리 등 67회나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그동안 유럽 선수들 간의 경쟁이 더 심화되고, 한국의 어린 선수들이 성장해서 더 많은 경쟁자가 출현했음에도 불구하고 야스퍼스의 철옹성은 굳게 쌓였다. 수차례 경기 방식이 바뀌고 환경이 달라져도 야스퍼스는 꾸준하게 정상을 밟았다.

소위 '3쿠션 사대천왕'으로 불리는 야스퍼스를 비롯한 토브욘 블롬달(스웨덴), 프레데릭 쿠드롱(벨기에), 다니엘 산체스(스페인) 등 4명이 오랜 선수 생활을 유지하며 세계 정상권에 머물러 있지만, 야스퍼스의 기록은 가장 두드러진다.

2000년대 이후 3쿠션 당구월드컵과 연 1회 개최되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야스퍼스는 총 23승을 올렸다. 블롬달은 21승, 쿠드롱 20승, 산체스가 15승으로 뒤를 잇는다.

야스퍼스는 2000년대 이후 열린 3쿠션 당구월드컵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총 23승을 올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우승을 차지했다.

세계 3쿠션 무대의 경쟁이 더 치열해지기 시작한 2010년대로 좁히면 야스퍼스와 쿠드롱이 14승으로 가장 많고, 블롬달 10승, 산체스 8승 순이다. 

이들 중에서 야스퍼스의 기록이 더 돋보이는 이유는 당구월드컵 시즌 챔피언을 2019년 이후 2022년과 2023년까지 3회 연속으로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즌 챔피언의 경우 우승 기록을 포함해 한 해 동안 랭킹점수를 합산해서 선정한다. 따라서 한두 달 간격으로 열리는 투어에서 매 대회 폼을 유지하고 성적이 좋아야 다른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앞서갈 수 있다.

야스퍼스는 58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꾸준하게 실력을 유지했다. 이러한 비결에 대해 야스퍼스는 종종 "대회 스케줄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건강관리도 해야 하고, 되도록 당구 훈련 외에 다른 활동은 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얼마 전 샤름 엘 셰이크 당구월드컵에서 우승한 야스퍼스는 유럽매체 코줌의 프리츠 바커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10일 동안 햇빛 아래에서 단 5분도 있지 않았다. 그들은 나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야스퍼스는 "대부분 운동선수의 수명은 약 10~20년이다. 우리 당구선수는 다른 스포츠 종목 선수보다 두 배나 더 오래 선수 경력을 유지할 수 있다"며 "우리는 두 배 더 오래 선수로 뛸 수 있지만, 가능한 최선의 방법으로 계속해서 스스로를 관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최근 샤름 엘 셰이크 당구월드컵을 우승한 야스퍼스는 "10일 동안 햇빛 아래에서 단 5분도 있지 않았다. 그들은 나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을 수 있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러한 야스퍼스에 대해 코줌 바커 기자는 "야스퍼스의 철학은 분명하다. 외국에서 토너먼트에 참가할 때 관광하거나 쇼핑을 하기 위해서 택시를 타지 않는다. 당구를 치지 않을 때는 대부분의 시간을 방에서 보내며 다음 라운드를 위해 휴식한다"고 했다.

아무래도 야스퍼스처럼 다른 젊은 선수들에 비해 나이가 많은 고령의 선수들은 비행기를 타고 투어를 다니는 시간과 시차로 인한 적응력, 경기에서 받는 스트레스로 인한 건강 문제 등 모든 것이 불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스퍼스가 세계 최강자의 자리를 58세의 나이로 계속 차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이처럼 철저한 자기관리에 있다. 

아무리 당구선수의 선수 수명이 길다고 해도, 환갑에 다다른 나이로 세계 무대에서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린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오래전인 2001년에 '당구 전설' 레이몽 클루망(벨기에)이 64세의 나이로 3쿠션 세계선수권을 우승하며 최고령 기록을 세운 일이나 환갑을 넘긴 61세의 블롬달이 지난해 베겔과 올해 호찌민에서 2년 연속으로 당구월드컵 우승트로피를 차지한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야스퍼스는 "나는 이기는 것을 좋아하고 모든 것을 거기에 투자한다. 가능한 최선의 방법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내년을 준비하는 각오를 밝혔다.

한두 번의 토너먼트에서 우승하는 것도 어려운데, 야스퍼스처럼 장기간 세계랭킹 1위를 유지하고 시즌 챔피언을 연속으로 차지하려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더 많은 자기관리가 필요하다.

야스퍼스는 "실력이 좋은 선수들이 많아서 모든 토너먼트는 어렵다. 특히, 1년 동안 꾸준하게 플레이하는 것만큼 어려운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이기는 것을 좋아하고 모든 것을 거기에 투자한다. 언제까지 정상에 머물 수 있을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 가능한 최선의 방법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2024년을 준비하는 각오도 밝혔다.


(사진=Ton Smil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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