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생' 정예성(서울)이 '서울 3쿠션 당구월드컵' 16강전에서 '세계 최강' 딕 야스퍼스(네덜란드)를 1점 차로 꺾고 8강에 진출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사진=파이브앤식스 제공
'2002년생' 정예성(서울)이 '서울 3쿠션 당구월드컵' 16강전에서 '세계 최강' 딕 야스퍼스(네덜란드)를 1점 차로 꺾고 8강에 진출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사진=파이브앤식스 제공

3쿠션 당구월드컵 역사상 최대 이변이 일어났다. '3쿠션 사대천왕'으로 불리는 세계 최강자들이 한국의 '2002년생 월드컵둥이' 정예성(21·서울)에게 모두 무릎을 꿇었다.

아직 주니어 세계선수권에 나가는 새내기 정예성이 토브욘 블롬달(스웨덴)에 이어서 딕 야스퍼스(네덜란드)를 누르고 '서울 3쿠션 당구월드컵' 8강에 진출했다.

11일 오전 11시 30분에 서울 태릉선수촌 내 승리관에서 개최된 '2023 서울 3쿠션 당구월드컵' 16강전에서 정예성이 피말리는 접전 끝에 야스퍼스를 37이닝 만에 50:49로 꺾었다.

어제(10일) 열린 본선 32강 조별리그전에서 정예성은 1승 1패로 탈락 위기에서 '세계랭킹 3위' 블롬달에게 27이닝 만에 40:38로 승리를 거두고 사상 첫 16강 토너먼트 진출을 달성했다. 

그리고 곧바로 다음 날 열린 16강전에서 이번에는 '세계랭킹 4위' 야스퍼스를 단 1점 차로 격파하고 당당히 8강에 진출, 준결승에 도전하게 됐다.

16강전에서 정예성은 초반에 벌어진 공방전에서 밀려 13이닝까지 10:18로 뒤졌다. 16이닝에는 19:20까지 따라붙었으나, 야스퍼스가 후반에 5-2-3-1-1-2 연속타를 터트리면서 점수는 다시 25:34로 크게 벌어졌다.

정예성의 반격이 시작된 것은 23이닝. 야스퍼스가 4연타석 득점을 올리지 못하는 사이 정예성은 5점 2점 등 연속해서 점수를 보태 34:34 동점을 만들었다. 이때 거리가 좁혀지면서 막판 뜨거운 승부가 벌어졌다.

정예성은 35:39로 지고 있던 29이닝에서 결정타를 날렸다. 한 큐에 대거 7점을 뽑아내면서 42:39로 처음 점수를 뒤집은 것. 이후 점수는 47:43으로 반전이 일어났고, 정예성이 승리까지 단 3점을 남겨두면서 야스퍼스는 다급해졌다.

정예성은 초반 야스퍼스의 견제에 점수를 크게 뒤지다가 29이닝에서 7점타를 터트리면서 42:39로 승부를 처음 뒤집었다.
정예성은 초반 야스퍼스의 견제에 점수를 크게 뒤지다가 29이닝에서 7점타를 터트리면서 42:39로 승부를 처음 뒤집었다.
야스퍼스는 정예성이 47:43으로 앞선 35이닝에서 대거 6점을 득점해 47:49로 역전, 네덜란드에 이어 서울에서도 한국 선수들을 상대로 '나머지 3점의 악몽'을 남길 뻔했으나, 이번에는 매치포인트를 실패해 정예성에게 역전패를 당했다.
야스퍼스는 정예성이 47:43으로 앞선 35이닝에서 대거 6점을 득점해 47:49로 역전, 네덜란드에 이어 서울에서도 한국 선수들을 상대로 '나머지 3점의 악몽'을 남길 뻔했으나, 이번에는 매치포인트를 실패해 정예성에게 역전패를 당했다.

불과 13일 전에 네덜란드 베겔에서도 이번 경기와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이른 바 '나머지 3점의 악몽'. 당시 야스퍼스는 한국의 김준태(경북체육회)와 16강에서 맞붙었고, 47:42로 김준태가 승리까지 3점을 남겨두면서 야스퍼스는 탈락 위기에 놓였다.

그런데 야스퍼스는 25이닝에서 대거 8점을 뽑아 47:50으로 역전승을 거뒀다. 이 대회를 우승한 야스퍼스의 최대 위기 순간이었다.

13일 만에 야스퍼스는 다시 한국의 정예성에게 탈락을 눈앞에 두는 운명에 놓였다. 이번에도 야스퍼스가 살아날 수 있을지 시선이 집중됐다.

야스퍼스는 놀랍게도, 35이닝에서 6점을 득점했다. 점수는 47:49로 뒤집혔고, 그때처럼 야스퍼스가 끝내기타로 승리를 거두기 일보 직전 상황으로 전개됐다. 그런데 야스퍼스가 시도한 마지막 1점이 살짝 길어지면서 매치포인트와 연결되지 않았다. 

마무리에 실패한 야스퍼스는 정예성이 후구에서 점수를 내지 못하자 36이닝 공격에서 끝내기를 한 번 더 시도했으나, 이번에도 실패했다. 결국, 두 번째 절호의 기회를 맞은 정예성은 남아 있던 3점을 모두 득점하고 50:49로 야스퍼스를 누르고 8강에 진출했다.

기적적인 승리를 거둔 정예성은 경기 후 만나 "확률이 적은 것뿐이지 이길 확률이 0%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지난해 이집트 당구월드컵 때 본선에서 야스퍼스에게 위협을 한 번 준 적이 있고, 난 잃을 게 없기 때문에 최대한 열심히 쳤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라고 소감을 말했다.

정예성은 경기 후 기자를 만나 "이길 확률이 0%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열심히 쳤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정예성은 경기 후 기자를 만나 "이길 확률이 0%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열심히 쳤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정예성과 준결승 진출을 다투게 된 마틴 혼(독일). 정예성은 32강 조별리그전 첫 경기에서 혼에게 38:40으로 아깝게 패한 바 있다.
정예성과 준결승 진출을 다투게 된 마틴 혼(독일). 정예성은 32강 조별리그전 첫 경기에서 혼에게 38:40으로 아깝게 패한 바 있다.

정예성은 지난해 '샤름 엘 셰이크 당구월드컵'에서 처음으로 본선 32강에 진출해 조별리그전에서 야스퍼스와 치열한 승부를 벌여 23이닝 만에 37:40으로 아깝게 패했다.

또한, "처음에 49점에서 야스퍼스가 멈췄을 때는 이건 신이 주신 기회라고 생각했는데 그걸 날려버렸다. 그리고 다음에 야스퍼스가 친 공이 맞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길게 빠졌다. 그래서 이건 신도 아니고 엄마, 아빠가 주신 기회라고 생각하고 무조건 끝내야겠다는 생각으로 쳤다"라고 이번 경기 마지막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이제 출발이라고 생각한다. 여태까지는 걸음마를 떼는 거였고, 이제부터 달리기 시작해야 된다. 월드컵 최연소 우승 기록도 깨고 싶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오늘(11일) 오후 4시 30분에 예정된 8강에서 정예성은 마틴 혼(독일·13위)과 다시 만나게 됐다. 정예성은 본선 32강 조별리그전에서 혼과 첫 경기에서 대결해 21이닝 만에 38:40으로 아깝게 패했다.

이 경기에서 이기면 조명우(실크로드시앤티-서울시청)와 차명종(인천체육회)의 8강전 승자와 준결승에서 맞붙게 된다.

같은 시각 열린 16강전에서 조명우는 애버리지 2.941과 하이런 10점을 기록하며 루이 마누엘 코스타(포르투갈)를 17이닝 만에 50:21로 꺾었다.

조명우(실크로드시앤티-서울시청)는 16강전에서 '복병' 루이 마누엘 코스타(포르투갈)를 상대로 애버리지 2.941을 기록하며 50:12(17이닝)로 완승을 거뒀다.
조명우(실크로드시앤티-서울시청)는 16강전에서 '복병' 루이 마누엘 코스타(포르투갈)를 상대로 애버리지 2.941을 기록하며 50:12(17이닝)로 완승을 거뒀다.
차명종(인천체육회)은 로빈슨 모랄레스(스페인)를 28이닝 만에 50:27로 제압하고 8강에 진출했다. 차명종은 지난해 서울 당구월드컵 준우승에 이어 2년 연속 4강 진출에 도전하게 됐다. 
차명종(인천체육회)은 로빈슨 모랄레스(스페인)를 28이닝 만에 50:27로 제압하고 8강에 진출했다. 차명종은 지난해 서울 당구월드컵 준우승에 이어 2년 연속 4강 진출에 도전하게 됐다. 

지난해 서울 당구월드컵 준우승자인 차명종도 로빈슨 모랄레스(스페인)를 28이닝 만에 50:27로 누르고 8강에 진출, 2년 연속 서울 당구월드컵 4강에 도전하게 됐다.

한국은 8강에 정예성과 조명우, 차명종 등 3명이 올라가면서 준결승 한 자리를 예약했고, 다음 턴 16강전에서 김행직(전남)과 최완영(광주), 김준태가 출전해 남은 8강 4자리 중 2자리에 도전한다.

김행직과 최완영은 맞대결을 벌여 8강 진출자를 가리며, 김준태는 에디 멕스(벨기에)와 대결한다.


(사진=파이브앤식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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