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온스 PBA 챔피언십' 128강전에서 에디 레펀스(SK렌터카)를 꺾고 프로당구 최연소 승리 기록을 세운 김영원(16).  사진=고양/김민영 기자
'휴온스 PBA 챔피언십' 128강전에서 에디 레펀스(SK렌터카)를 꺾고 프로당구 최연소 승리 기록을 세운 김영원(16).  사진=고양/김민영 기자

"우리 딸보다 2살 더 많다. 집중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운 좋게 이길 수 있었는데, 솔직히 말하면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지난 시즌 8차 투어 '크라운해태 챔피언십'을 우승한 조재호(NH농협카드)는 당시 우승자 인터뷰에서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조재호는 2007년생인 김영원(16)에게 투어 첫 경기에서 호되게 당하고 승부치기에서 겨우 승리해 우승까지 차지했다.

1부 투어에서 고작 한 경기 치러본 16살의 어린 선수가 숱하게 우승을 차지한 베테랑 중의 베테랑을 탈락 일보 직전까지 몰고 갔으니 많은 생각이 들었을 터. 그래도 조재호는 김영원의 위협을 잘 넘기고 우승트로피를 거머쥐었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김영원이 1부 투어에 다시 와일드카드로 참가하게 되면서 누가 이 선수를 만날 것인지 관심이 많았다. 대진표가 발표되고 상대는 휴온스 챔피언십 초대 우승자인 에디 레펀스(SK렌터카)가 낙점됐다. 레펀스라면 김영원을 쉽게 이길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경력이나 실력 모두 격차가 크기 때문. 김영원은 1부 투어 데뷔 무대였던 지난 시즌 7차 투어 128강에서 다비드 사파타(블루원리조트)에게 세트스코어 3 대 0으로 패했다. 레펀스 역시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로 예상됐는데, 그 예상이 무참히 깨졌다. 

김영원은 25일 오후 4시에 경기도 고양시의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즌 5차 투어 '휴온스 PBA 챔피언십' 128강전에서 레펀스를 세트스코어 3 대 1로 누르고 64강에 진출했다. 모든 면에서 경기 내용이 레펀스를 압도했다. 실력이 부쩍 늘어 16살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만큼 성장한 것.

경기가 끝나고 김영원을 인터뷰룸에서 잠시 만났다. 프로당구 최연소 승리 기록을 세우고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뒤 얼굴이 더 밝아진 그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축하한다. 이번 경기 승리의 원동력이 뭐라고 생각하나?
운이 좋았다. 레펀스가 폼을 찾기 전에 세트를 따야 승산이 있었다. 그런데 1세트를 져서 승리가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프로당구 1부 투어에서 첫 승을 올린 소감은 어떤가?
너무 기쁘다. 오늘 컨디션이 생각보도 좋지 않았다. 레펀스 선수가 쉬운 공을 여러 번 놓쳤는데, 그래서 이긴 것 같다.

레펀스와 대진표를 받고 어땠나?
강한 선수지만, 열심히 쳐서 이겨야겠다는 마음이었다. 지더라도 열심히 치고 패하자는 생각이었다.

김영원은 1부 투어에 와일드카드로 세 차례 출전해 조재호를 비롯해 사파타, 레펀스 등 정상급 선수들과 승부를 벌였다.
김영원은 1부 투어에 와일드카드로 세 차례 출전해 조재호를 비롯해 사파타, 레펀스 등 정상급 선수들과 승부를 벌였다.

선배 선수들이 뭐라고 조언했나?
조재호 선수가 무조건 공격적으로 쳐야 된다고 조언해 줬다. 시원시원하게 치라고 그랬다.

이번 경기에서는 언제가 고비였나?
1세트에서 쉬운 공을 몇 개 놓쳤다. 그때가 가장 고비였다. 계속 안 좋다가 3세트부터 스트로크도 좀 풀리고 공도 좀 풀리기 시작했다.

세 번째 와일드카드로 1부 투어에 나왔다.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나?
방송 경기랑 아닌 경기랑 차이가 크다. 카메라가 있고 없고가 많이 다르다.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좋았고, 상위권 선수들과 경기하면서 보는 눈도 높아졌다.

김태관 선수와 경기를 하는데, 소감은 어떤가?
예전에 김태관 선수 구장에 놀러 간 적이 있다. 표정이나 경기 스타일이 냉철한 선수라고 생각한다. 더 열심히 쳐서 더 올라가고 싶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아직 1부 투어 확정이 아니어서 드림투어 남은 경기를 열심히 해서 꼭 1부로 승격되고 싶다.

(사진=고양/김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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