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한국 당구를 10가지 키워드로 조망한다

2015년의 당구계는 어느 해보다도 다사다난했다. 지난 2월 김경률 선수의 갑작스러운 사고로 전 세계 당구계가 깊은 슬픔에 잠겼고, 체육단체 통합과 관련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관련 이슈로 당구계도 들썩거렸다. 

최연소 국내 랭킹 1위 기록을 세운 23세의 김행직이 올해 가장 큰 활약을 보여주기도 했다. 
당구에 대한 관심과 후원이 늘어나면서 LG유플러스와 같은 대기업과 손을 잡고 최고 상금 이벤트가 열리기도 했고, 소문만 무성하던 당구 단체의 비리는 사실로 드러나 관련자들이 징계를 받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이렇게 2015년은 ‘좋은 그리고 좋지 않은’ 두 가지 뉴스가 끊임없이 전해졌다. <월간 빌리어즈>에서는 한 해 동안 쏟아진 뉴스들을 키워드로 정리해 보았다. 2015년, 우리는 과연 어떻게 보냈을까? 

 

01 최초 

최성원

2014년 3쿠션 세계 챔피언에 오른 최성원이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세계 랭킹 1위에 등극했다.

세계캐롬당구연맹(UMB)에서 지난 1월 31일 발표한 세계 랭킹에서 최성원은 랭킹포인트 313점으로 벨기에의 에디 멕스와 공동 1위에 올랐다.

한국당구의 전설인 고 이상천(2004년 작고) 대한당구연맹 전 회장이 1994년 2월에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바 있지만, 당시 미국 국적을 취득한 상태였다. 그로부터 21년 만에 최성원이 세계 랭킹 1위에 올라서며 한국 당구의 위상을 전 세계에 다시 알리게 되었다. 

최성원은 올해 2월 21일 벨기에 안트워프에서 열린 ‘2014년 올해의 선수’ 투표에서 216표를 획득하며 190표를 득표한 벨기에의 프레데릭 쿠드롱을 제치고 영광의 수상자가 되었다.

이 또한 한국 선수로는 최초. 최성원은 그 외에도 ‘한국 선수 최초’라는 금자탑을 여러 번 쌓았다.

2010년 10월 20일 한국 선수 최초로 세계3쿠션선수권대회 준결승전에 진출했고, 2011년 3월 28일에는 한국 선수 최초로 아지피 빌리어드 마스터스에서 기적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다시 그해 9월 5일에는 세계3쿠션선수권대회의 결승 무대를 최초로 밟았다.

최성원은 3년 만인 2014년 11월 26일 3쿠션 세계 챔피언에 올라 세계 랭킹 1위와 올해의 선수상까지 거머쥔 최초의 한국 선수가 되었다. 

 

02 최연소 

김행직

2015년의 대세는 김행직이었다. 그는 지난 1월 22일 열린 제7회 아시아3쿠션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2015년을 화려하게 시작했다.

두 달 뒤인 4월 4일에는 룩소르 3쿠션 월드컵 결승전에 올라 준우승을 차지했고, 4월 28일에는 2015 코리아 오픈에서 1위를 하며 우승 행진을 이어갔다. 다시 5월 31일에는 제3회 국토정중앙배 전국당구대회에서 우승했고, 11월 8일 열린 대한체육회장배 결승전에서 강동궁을 꺾고 올해에만 4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로 인해 김행직은 올해 6월 1일 국내 랭킹 1위에 올라 ‘최연소(23세) 국내 랭킹 1위’라는 대기록을 세우게 되었다. 종전 기록은 김경률의 26세. 이상천 - 황득희 - 김경률 - 김행직으로 이어지는 한국 당구의 계보가 완성되었다.

김행직은 시즌 중간에 3위까지 랭킹이 밀리기도 했지만, 11월 9일 다시 1위에 복귀했다. 2위 조재호와 랭킹포인트 49점 차이를 유지하며 현재까지 국내 랭킹 1위를 지키고 있다. 

 

03 큰 슬픔

지난 2월 22일, 김경률이 갑작스럽게 우리 곁을 떠났다. 그의 죽음으로 한국은 물론, 전 세계 당구계가 깊은 슬픔에 빠졌다.

김경률은 명절 마지막 날 일산 부모님 아파트 20층에서 추락사했다. 사인은 실족사 쪽에 무게가 실렸다. 경찰이 섣불리 자살이라는 말을 언론에 흘리면서 그의 가족과 당구인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유서가 없다는 점, 어머니가 암 투병 중이었고 아내가 임신 4개월이었다는 것과 명절 후에 어머니 병세를 돌보기 위해 집을 이사하기로 한 점, 사고 이전에 의견 충돌이나 싸움이 전혀 없었고 더군다나 명절 마지막 날, 그것도 부모님 댁 아파트에서 일어난 사고였다는 점 등의 정황을 살펴볼 때 불의의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04 통합

올 한 해 체육계를 들썩이게 했던 가장 큰 이슈는 체육단체 통합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양대 체육단체인 대한체육회(회장 김정행)와 국민생활체육회(회장 강영중)의 통합이 결정되었다.

지난 3월 3일 새정치민주연합 안민석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대한체육회는 설립 95년 만에, 그리고 국민생활체육회는 설립 25년 만에 한지붕으로 합쳐지게 되었다. 

체육단체 통합은 엘리트와 아마추어 체육을 단일화하여 효율적인 선진 스포츠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 당구 역시 지금까지 대한당구연맹과 국민생활체육 전국당구연합회가 엘리트와 아마추어를 양분하면서 중요한 사안에 대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관계자들은 당구 단체가 통합되면 어떤 스포츠보다도 풍부한 아마추어 인프라를 바탕으로 엘리트 선수를 양성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당구 발전을 앞당길 수 있게 된다고 전망한다. 또한, 새 통합체육회에 사단법인으로 가입하게 되면 관리 감독이 더 치밀해져 지금까지 밀실 행정으로 인해 대두되었던 조직 사유화, 형평성, 금전비리 등의 당구 발전을 저해시키던 요소들을 차단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될 수 있다.

당구 종목의 통합단체는 법정 기한인 2016년 3월 27일까지 모든 절차를 마치고 통합을 완료해야 한다.

 

05 최고 상금 

잔카세이프티배 우승상금 3천만원을 손에 넣은 김형곤

그동안 3쿠션은 스누커나 포켓볼의 억대 우승상금이 마냥 부럽기만 했다. 그런데 올해에는 역대 최고 상금규모의 대회가 두 번이나 한국에서 개최되어 화제가 되었다.

대기업인 LG유플러스와 (주)지엔텍의 후원으로 열린 두 번의 최고 상금 대회를 통해 3쿠션 최대 인프라를 갖춘 한국이 앞으로 3쿠션의 중흥을 이끌 선두주자라는 것을 전 세계에 확인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지난 7월에 열린 잔카세이프티배 3쿠션 챔피언십은 우승상금 3,000만원이 걸렸다. 국내는 물론 세계 최대 규모의 우승상금이었고, 종전 최대 상금 규모 대회였던 아지피 빌리어드 마스터스가 한국에서 부활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부풀게 했다. 이후 11월에 열린 LG유플러스컵 3쿠션 마스터스는 우승상금 5,000만원을 내걸었다.

LG유플러스컵은 3쿠션 최고 우승상금 기록을 경신한 역사적인 대회임과 동시에 당구의 마케팅 가치를 재평가 받은 의미있는 대회였다. 3,000만원의 주인공은 김형곤이 되었고 5,000만원은 강동궁의 손에 쥐어졌다.

이는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 종목이 받을 수 있는 최대 규모의 우승상금이다. 한편, 올해는 아마추어도 역대 최고 상금 대회가 경남 김해에서 열렸다.

지난 11월 1일 열린 제1회 국민생활체육 경남당구연합회장배 전국당구대회에서는 우승상금 700만원과 120만원 상당의 큐를 부상을 우승자에게 지급했다. 이 대회의 우승은 대전캐롬동호인연합회의 정재권 씨가 차지했다. 

('아듀 2015, 2015년 빌리어즈 핫 키워드-02'에서 계속)

 

저작권자 © 빌리어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