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특급' 스롱 피아비(블루원리조트)가 지난 6월, 프로당구 투어 2023-24시즌 개막전이 끝나자마자 쏜살같이 캄보디아로 달려갔다. 다름 아닌 의료봉사 때문이었다. 구충제로 캄보디아 사람들의 건강을 챙겨 온 스롱은 점차 그 영역을 넓혀 최근에는 (사)피아비한캄사랑(대표 스롱 피아비)을 통해 캄보디아의 심장병 어린이 수술을 지원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직접 한국의 의료진을 대동하고 캄보디아 의료봉사활동을 나섰다. 비록 짧은 일정이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스롱은 전했다.

이번 의료봉사는 당구선수이자 PBA 해설위원인 임윤수의 소개로 함박눈성형외과의 고한웅 원장을 비롯한 국제라이온스협회 354-D지구 서울 선의라이온스클럽 회원들과 함께 (사)피아비한캄사랑 재단이 진행했다. 다음은 스롱이 본지에 전해 온 의료봉사에 대한 기록이다. <편집자 주>

스롱 피아비와 아이들. 사진=(사)피아비한컴사랑 제공
스롱 피아비와 아이들. 사진=(사)피아비한컴사랑 제공

이번 의료봉사는 프놈펜국제공항 인근 무척 낙후한 지역에 있는 고아원(BRANCH CENTER)에서 진행됐다. 이곳은 정부의 정식 허가를 받지 못하고 SNS를 통한 기부금으로 150여명의 아이들을 돌봐주고 있는 곳이었다.

고아원의 상황은 예상보다 매우 열악했다.

총 16명의 선의라이온스 봉사단 의료진은 내과, 소아과, 정형외과, 성형외과, 치과 및 약제팀으로 구성되어 최소 4개의 진료실과 1개의 약국이 필요했지만 고아원 측에서 제시한 것은 방 한 칸뿐이었다.

결국 아이들이 자는 방 4개를 임시 진료실로 사용하기로 양해를 얻었고, 성형외과와 치과 진료를 위해 미용실 의자 2개도 구해달라고 요청했다.

의료봉사 첫날, 시작 전부터 여러 가지 걱정이 앞섰다. 어렵게 구한 의료진의 조식(그래 봤자 샌드위치 30개지만)이 늦지는 않을까, 환자들이 너무 많이 오는 건 아닐까, 너무 더운 날씨 때문에 서로 민감해져서 마찰이 생기지는 않을까.

우리는 그렇게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버스에서 샌드위치 조식을 먹으며 봉사현장으로 향했다.

고아원 측은 약속대로 진료소 4개와 약제실, 접수대, 주민들을 위한 대기소까지 마련해 주었고, 도착 30분 만에 진료가 시작되었다.

현지인 통역사 6명이 환자와 의료진의 소통에 큰 도움을 주었고, 걱정과 다르게 서로서로 협력하며 각자 맡은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해 주었다.

진료 중 약이나 의료품이 부족하면 선의 봉사단 이창직 회장이 직접 현지인들과 차를 몰고 나가 사 오기도 하고, 자원봉사자들은 환자들을 안내하고 대기자들에게 물과 과일을 나눠 주기도 했다.

특히 박민수 원장(서울ND의원)의 내과(소아과)에는 환자의 70%가 몰려 점심시간도 없이 물만 마시며 환자들을 진료해야 했다. 하지만 끝까지 밝은 미소와 정성 어린 진료 모습을 보면서 '진짜 의사란 이런 것이구나'하고 감사하고 또 감동했다.

또 고한웅 원장은 심각한 상태의 환자가 올 때마다 가져온 장비의 한계를 안타까워했으며, 곁에 있어 줄 보호자가 없는 어린 환자를 만나면 환자의 눈 한 번 바라보고, 손 한 번 잡아주며 안타까워했다.

이렇게 첫날 약 200명의 환자를 진료했다.

내과와 소아과 진료를 맡은 박민수 원장이 아이들을 진료하고 있다. 사진=(사)피아비한캄사랑 제공
내과와 소아과 진료를 맡은 박민수 원장이 아이들을 진료하고 있다. 사진=(사)피아비한캄사랑 제공
진료를 마친 8개월된 아기와 봉산단. 왼쪽부터 선의라이온스클럽 봉사단 이미영 부회장, 아기와 아기 엄마, 스롱 피아비, 박민수 원장. 사진=(사)피아비한캄사랑 제공
진료를 마친 8개월된 아기와 봉산단. 왼쪽부터 선의라이온스클럽 봉사단 이미영 부회장, 아기와 아기 엄마, 스롱 피아비, 박민수 원장. 사진=(사)피아비한캄사랑 제공

두 번째 날도 부족한 약품과 진료 용품을 충분히 보충해 다시 고아원을 찾았다. 이날은 (사)피아비한캄사람의 김병욱 사무국장과 현지 도우미들의 도움으로 충분한 얼음과 마실 물도 준비했다.

김완호 원장(대한정형외과의사회 회장, 김완호정형외과)은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상세히 묻고 성심껏 진료하고 처방해 주었다. 같이 온 이일주, 박지선 간호사도 그 더운 진료실에서 환자들의 물리치료에 많은 땀을 흘렸다.

치과를 담당한 김문갑 원장(고운얼굴치과)은 주로 아이들이 발치를 담당하며 특유의 유머와 미소로 치과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 주었다.

둘째 날도 200여 명의 환자가 진료소를 찾았는데, 한결 익숙해진 시스템 덕에 진료에 가속도가 붙었다.

특히 첫날 고생을 많이 한 약제실은 약의 위치가 손에 익어 첫날과 다르게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진료 종료를 알릴 무렵, 하늘에서 시원한 빗줄기가 쏟아졌다. 아이들도, 의료진도, 자원봉사자들도, 그리고 나도 함께 비를 맞으며 춤을 추었다.

그렇게 우리의 아름다운 의료봉사는 끝을 맺고 있었다. 내년을 또 기약하며.

다음날 나는 캄퐁참에 있는 가나안농군학교에 들려 5명의 학생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올 때마다 나에게 더 많은 꿈과 도전 과제를 안겨주는 곳, 캄보디아, 안녕.

'캄보디아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 수술'을 받은 아이들과 스롱 피아비가 퇴원을 앞두고 세종병원에서 만났다. 사진=(사)피아비한캄사랑 제공
'캄보디아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 수술'을 받은 아이들과 스롱 피아비가 퇴원을 앞두고 세종병원에서 만났다. 사진=(사)피아비한캄사랑 제공
선의라이온스클럽 의료봉사단과 자원봉사자들이 출정식을 갖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사)피아비한캄사랑 제공
선의라이온스클럽 의료봉사단과 자원봉사자들이 출정식을 갖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사)피아비한캄사랑 제공

한국에 돌아온 나는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부천에 있는 세종병원으로 달려갔다. 구세군교회와 함께 한 '캄보디아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 수술' 후 아이들이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하는 날이었다.

아이들은 나를 보자마자 너무 반갑게 품에 안겼고, 부모님들은 내 손을 잡고 계속해서 눈물을 흘리며 감사하다고 했다.

한 아이가 "언니, 다시 아파서 수술하면 한국에서 언니 다시 만날 수 있어요?"라고 물었다.

"네가 다시 오는 것보다 건강한 게 더 좋은 거란다"라고 대답한 나는 가슴 아픈 조국 캄보디아의 현실을 눈물로 외면하며 아이들과 작별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5박6일 동안 함께 해준 피아비한컴사랑 김병욱 사무국장에게 감사를 드리며 이제 나는 다시 연습장으로 돌아간다.

"Dum Spiro Spero(숨 쉬는 한 희망은 있다)"
- 스롱 피아비(Sruong Pheavy)

 

도움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창직(회장), 김완호(김완호정형외과 원장), 이미영(부회장), 박준영(총무), 김문갑(감사, 고운얼굴치과 원장), 박민수(감사, 서울ND의원 원장), 최주평(고문), 이은천, 최우진, 고한웅(함박눈성형외과 원장), 최영욱, 구정은, 서연우, 이일주(김완호정형외과 간호사), 박지선(김완호정형외과 간호사), 장인주(간호사), 임윤수(PBA 해설위원), 김유나(동아시아연대), 김홍명(가나안 농군학교 교장), 황하천(피아비한캄사랑 상임고문), 스카이앙코르, 박정(피아비한캄사랑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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