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3일 MBC TV 밤 8시 뉴스와 같은 날짜 연합뉴스는,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여 “대한당구연맹 전, 현직 임직원들이 2009년부터 4억9천여만 원을 횡령하고, 변칙으로 처리한 돈은 2억 원에 이르러 연맹 측 관련자 6명에 대해 징계를 요구하고, 5명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였다”고 보도했다.
문체부 조사결과 이들은 가족 이름 등으로 계좌이체를 하는 수법으로 돈을 챙기고, 임원의 그림을 사주면서 큐대를 사들인 것처럼 허위로 회계 처리하는 수법을 동원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대회를 개최하면서 심판수당을 허위로 지급하고 이를 다시 임원계좌로 이체하는 수법을 썼다고도 했다.
문광부에서 이들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하니 모든 죄상은 수사가 끝나면 전모가 밝혀지겠지만, 문제는 스포츠 비리 척결 대상에서 당구 단체들도 예외가 아니었고, 조사 결과 상당한 비리 혐의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당구인들이 분노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 국고 지원 단체인 국민생활체육 전국당구연합회도 사무처장 방 모 씨와 직원 2명의 횡령 혐의에 대한 스포츠비리신고센터의 조사 결과로 경찰에 고발되었고, 이사회 보고를 거부한 사건으로 인해 김홍균 상벌위원장 외 2명의 이사가 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직원 2명 등을 직접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전국당구연합회는 초대 회장인 임영렬 전 회장의 13년 장기 집권 이후, 새누리당 김용태 국회의원으로 회장이 교체되면서 문화체육관광부 종합감사를 통해 심각한 문제가 발견되어 사무처 직원들의 횡령 의혹이 터져나왔다. 게다가 문광부에서 관계자의 문책과 재발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했지만, 관련자들을 솜방망이 처벌하고 똑같은 수법으로 사업비를 빼돌린 혐의가 인정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갔다.
전 사무처장을 비롯한 직원들은 국고지원과 후원을 받는 단체가 자체 사업을 하면서 사업상 적자를 발생시켜 그 적자를 차입금으로 메우는 방식으로 매년 상당한 액수의 금액이 개인 계좌로 이체된다는 사실을 문광부 종합감사 시 적발당해 이를 하지 못하도록 지시받았으나, 상벌위의 처벌과 감사 결과를 알리지 않고 여전히 같은 방식으로 사업으로 계속했다.
각종 대회를 개최하면서 후원금과 참가비를 직원들의 계좌로 입금해 직원과 공모하여 횡령한 것으로 의심되는 금액도 상당한 액수가 되는 것으로 스포츠비리신고센터의 조사로 드러났다. 방 전 사무처장을 제외한 직원들의 횡령 의심 금액은 4천5백만원 가량으로 보고 있다.
방 전 사무처장은 전국당구연합회 회보를 13년여 발행해 오면서 광고 게재료를 수령하였는데, 잡지 소유권을 두고 자신의 개인 잡지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얼마 전 법원에서 연합회의 협회지로 판결이 나면서 횡령 혐의에 대해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비리 관련자들이 자숙하고 자리에서 물러나 단체가 받는 출혈을 막기는커녕 오히려 결백을 주장하며 확대 재생산하는 결과를 초래함으로써 전국당구연합회는 통합단체 구성에서 제외될 위기에 놓이는 엄청난 타격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전국당구연합회는 현 박종화 회장 취임 후 ‘스포츠 비리 척결’이라는 정부의 방침대로 불법 비리를 뿌리 뽑고 단체를 정화하기 위한 방침을 세우고 지금까지 단체의 모든 권한의 중심에 있던 사무처장 방 씨의 비리 혐의를 조사하여 징계위원회에서 파면했다. 그러자 방 씨 측근 임원과 대의원들이 박 회장을 끌어내리기 위해 전치 4주의 폭행을 가하고 재신임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정기총회가 파행되어 사실상 조직 와해의 절차를 밟고 있다.
대한당구연맹과 국민생활체육 전국당구연합회는 당구의 구심점이 되는 단체이다. 이 두 단체는 국가로부터 지원을 받고 정책적으로 당구를 스포츠의 한 종목으로 잘 육성하라고 해서 이런 국가적인 지원을 해주고 있다. 그런데 이 단체를 국민과 당구인들의 열망에 맞게 운영해야 할 관계자들이 염불에 보다는 잿밥에 눈이 어두워 단체를 망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당구계의 앞날을 어둡게 만들었다.
불과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당구는 국민들로부터 천시받던 유기 종목이었다. 이러한 당구를 오늘날의 제도권 스포츠로 진입시키기 위해 선배 당구인들이 얼마나 많은 피땀, 눈물을 쏟으며 이룩해 놓은 결과물인 줄 알고는 있는가. 단체를 맡아 당구계의 발전을 위해 선량한 수임자의 역할을 해야 할 사람들이 단체 지원금과 후원금을 착복하여 경찰의 조사를 받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으니 참으로 개탄스럽다.
이들의 행위는 당구인들에 대한 배신 행위이다. 특히 국고지원금에서 급료를 받고 있는 직원들이 그런 비리를 저지른다는 것은 열악한 여건 가운데서 변변한 생활 대책도 세우지 못하고 오로지 당구 하나만을 바라보고 살아가는 당구선수들에게 또 다른 큰 죄를 짓는 일이다. 앞으로 당구계의 단체를 맡은 관계자들은 공인(公人)의 입장에서만 일해야 하고, 개인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당구계를 병들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은 체육단체 통합을 앞둔 중요한 시기다. 두 단체의 책임자들은 현실의 중대성을 인식하고, 비리와 관련된 인물을 모두 배제하여 깨끗하고 투명한 새로운 단체를 구성해 주기를 바란다. 현재 당구 관련 비리는 경찰에서 수사 중에 있고 새 단체에 들어올 임원이나 직원들이 비리 혐의로 문제가 생기게 되면 그것은 통합단체까지 손실을 입히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통합단체와 당구 종목은 더 큰 수렁에 빠질지도 모르고 그들도 지금보다 더 큰 비난을 받게 될 것이 뻔하다.
이제 대한당구연맹과 국민생활체육 전국당구연합회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말이 있다. 비리를 저지른 임직원들은 새로운 통합단체에 아예 발을 들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2016년 탄생하는 통합 당구 단체는 깨끗하고 투명하게 비리의 사슬을 끊고 당구를 위해 거듭나는 새로운 단체가 되어야 할 것이다.
빌리어즈 김기제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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