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롱, 세트스코어 1-3에서 4-3으로 극적인 '역전 우승'

"포기하지 않으면 기회가 반드시 올 것... 아프신 엄마 한국 모셔오고 싶어"

"코로나로 캄보디아 가족들 힘들어 해... 이번 우승상금(3000만원)으로 도울 것"

우승 후 미디어룸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스롱 피아비(블루원리조트).  사진=이용휘 기자
우승 후 미디어룸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스롱 피아비(블루원리조트). 사진=이용휘 기자

[빌리어즈=성지안 기자] 닷새간 벌어진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 결승선에 도착한 두 선수의 마지막 승부는 언제나처럼 치열했다.

시즌 두 번째 정상을 노린 '캄보디아 당구 영웅' 스롱 피아비(31·블루원리조트)와 'LPBA 신흥 강자'로 떠오른 오수정(38)이 벌인 결승전은 글자 그대로 명승부였다.

스롱은 거의 질 뻔한 경기를 역전 우승하는 드라마를 완성했고, 오수정은 단 한 세트를 남겨두고 아쉽게 첫 우승이 좌절되었다.

지난 26일 밤 강원도 태백시에서 열린 여자 프로당구 LPBA 투어 5차전 '에버콜라겐 LPBA 챔피언십@태백' 결승전은 마지막 7세트에서 두 선수의 희비가 엇갈렸다.

세트스코어 1-3으로 지고 있던 스롱은 끝까지 경기를 포기하지 않고 따라붙어 3-3 동점을 만들더니 결국 7세트를 따내며 역전승을 거두고 환호성을 내질렀다.

아마추어 무대에서 이미 세계적인 선수로 평가받았던 스롱이 지난 시즌 말미에 LPBA 데뷔한 이후 6차례 투어 도전 만에 이룬 두 번째 우승이다.

결승전 초반 경기가 풀리지 않았던 스롱은 휴식 시간에 화장실에 가서 남몰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다시 들어선 경기장. 스롱은 극적인 동점과 역전승을 연출하며 마침내 환하게 웃었다.

우승이 확정된 순간 털썩 자리에 주저앉은 스롱은 두 팔을 번쩍 들고 준비했던 우승 세리머니를 했다.

스롱은 6개월 만에 다시 차지하게 된 우승트로피를 들고 경기장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기쁨을 만끽했다.

시상식에서 캄보디아어로 "엄마, 아빠, 국민 여러분 사랑해요. 캄보디아 만세!"를 외치며 기뻐한 스롱은 이후 언론사 공동으로 진행된 우승 인터뷰에서는 "엄마가 아프시다. 한국에 모셔와서 제대로 된 치료를 해드리고 싶다"라며 다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다음은 스롱과 나눈 우승자 인터뷰다.

 

우승 세리머니를 준비하고 왔나.

평소에 우승할 때 어떻게 세리머니를 할 것인지 고민을 많이 했다. 이번에 세리머니를 성공해서 기분이 좋다.

사전에 혹시 트로피를 들고 세리머니를 해도 되는지 물어봤는데, 된다고 해서 꼭 해보고 싶었다.
 

시상식에서 캄보디아어로 무엇이라고 말한 건가.

캄보디아 사람들이 응원해줘서 고맙다고 "캄보디아 만세"라고 한 거다.

우승트로피를 들고 준비했던 세리머니에 성공한 스롱.  사진=이용휘 기자
우승트로피를 들고 준비했던 세리머니에 성공한 스롱. 사진=이용휘 기자
세트스코어 1-3으로 지고 있던 스롱은 브레이크타임 때 화장실에서 남몰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사진=이용휘 기자
세트스코어 1-3으로 지고 있던 스롱은 브레이크타임 때 화장실에서 남몰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사진=이용휘 기자

세트스코어 1-3으로 지고 있었는데.

컨디션은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경기가 잘 안 풀렸다. 브레이크타임 때 화장실에서 눈물이 났다. 마음을 내려놓고 쳤다. 


언제 우승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나.

한 번은 기회가 올 것이고 그때 하이런을 치면 된다고 생각했다. 역전에 대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번 경기도 포기하지 않으면 기회가 반드시 올 거라고 생각했다.


시상식에서 어머니가 아프시다고 했는데.

나는 한국에 온 지 10년이 됐다. 엄마가 아프신데 캄보디아에서 제대로 치료를 못 받는다. 엄마를 한국에 모셔와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게 해드리고 싶다.


엄마를 모셔올 준비를 하고 있나.

한국으로 초청하는 서류를 만들고 있다. 아기가 있으면 비교적 쉬운데 아직 아기가 없어서 어렵다.


이번 대회 우승상금 3000만원은 어떻게 쓸 계획인가.

상금은 아버지를 다 줄 거다. 지금 코로나 때문에 캄보디아에 있는 가족들이 너무 힘들어한다. 나는 당구클럽도 운영하고 있어서 괜찮으니까 이번에는 가족들을 돕고 싶다.

 

 

저작권자 © 빌리어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