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궁, 자파타와 결승에서만 세 번째 격돌... 얼마 전 월드챔피언십 결승전 패배 설욕

세트스코어 0-3에서 4-3으로 대역전 드라마 완성하며 우승상금 1억원 차지

강동궁 "35년 당구 인생에서 가장 큰 역전승이다. PBA 프로 만들어져 너무 감사해" 우승소감 밝혀

'헐크' 강동궁(SK렌터카)이 프로당구 투어 2021-22 시즌 개막전 '블루원리조트 PBA 챔피언십' 결승에서 다비드 자파타(블루원리조트)에게 세트스코어 0-3에서 4-3으로 대역전승을 거두며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이용휘 기자
'헐크' 강동궁(SK렌터카)이 프로당구 투어 2021-22 시즌 개막전 '블루원리조트 PBA 챔피언십' 결승에서 다비드 자파타(블루원리조트)에게 세트스코어 0-3에서 4-3으로 대역전승을 거두며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이용휘 기자

[빌리어즈=경주/김주석 기자] '헐크' 강동궁(SK렌터카)이 대역전 드라마를 완성하며 PBA 투어 2021-22 시즌 개막전 챔피언에 올랐다.

강동궁은 21일 밤 10시에 경주 블루원리조트 특설경기장에서 열린 '블루원리조트 PBA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스페인의 다비드 자파타(블루원리조트)를 세트스코어 4-3으로 꺾고 프로 통산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결승 경기는 그야말로 명승부 중의 명승부였다. 0-3으로 뒤져 패색이 짙던 강동궁은 4, 5, 6, 7세트를 연속으로 승리하며 극적인 대역전극을 펼쳤다.

강동궁은 4세트에서 10점짜리 하이런 한 방으로 겨우 한숨을 돌렸지만, 5세트와 6세트 모두 자파타의 매서운 반격에 휘청하며 세트포인트 승부를 벌이는 등 살얼음판 승부를 이어갔다.

마지막 7세트에서도 자파타가 단 2점만을 남겨놓을 때까지 강동궁은 5득점에 그쳐 우승이 멀어진 듯했다. 

그러나 연속된 위기의 순간에도 강동궁은 꽤 침착했다. 큰 승부를 많이 치러본 경험에서 나오는 흔들리지 않는 집중력과 자신감이 느껴졌다.

강동궁은 꼭 필요한 순간에 적시타를 터트리며 한 세트씩 만회해갔고, 7세트에서도 뒷심을 발휘해 결국 당구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우승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결승에서 샷하는 강동궁.  사진=이용휘 기자
결승에서 샷하는 강동궁. 사진=이용휘 기자
'끝내기 9득점' 두 방으로 결승 초반 유리하게 경기를 풀어간 자파타.  사진=이용휘 기자
'끝내기 9득점' 두 방으로 결승 초반 유리하게 경기를 풀어간 자파타. 사진=이용휘 기자

'끝내기 9득점' 행진으로 1, 2세트 완승 거둔 자파타

자파타는 1세트와 2세트를 모두 '끝내기 9득점'으로 마무리하고 세트스코어 2-0으로 결승 초반 승부에서 완승을 거두었다.

강동궁이 미처 팔을 풀기도 전에 자파타는 1세트를 따냈다. 6:3으로 앞선 4이닝 타석에서 연속 9득점으로 15점을 만들며 첫 세트를 가져갔다. (0-1)

자파타는 2세트도 끝내기 9득점으로 순식간에 역전승을 거두었다. 강동궁이 1이닝부터 2-3-1-4 연속타를 올리며 10:6으로 리드했지만, 불행하게도 1세트의 악몽이 재현되었다.

6이닝 타석에 들어선 자파타가 연속 9득점을 성공시키며 10:15로 승부를 뒤집어 세트스코어는 0-2로 벌어졌다.

두 번의 일격을 맞아 아주 불리한 상황에 놓인 강동궁에게 3세트는 아주 중요했다.

자파타는 6:3으로 강동궁이 앞선 4이닝 타석에서 연속 8득점을 성공하며 6:11로 역전시켰다.

반격에 나선 강동궁이 7이닝 공격에서 7점을 만회해 13:13 동점을 만들고, 8이닝에서 1점을 보태 먼저 14점 고지에 올랐다.

그러나 강동궁이 세트포인트 득점에 실패해 기회가 넘어오자 다음 9이닝 타석에 들어선 자파타는 마무리 2점에 성공하며 15:13으로 3세트까지 승리했다. (0-3)

세트스코어 3-3 동점을 만들어 승부가 원점으로 돌아가자 팔을 들고 화이팅하는 강동궁.  사진=이용휘 기자
세트스코어 3-3 동점을 만들어 승부가 원점으로 돌아가자 팔을 들고 화이팅하는 강동궁. 사진=이용휘 기자

'아직 끝나지 않은 승부' 

3세트 승부도 자파타가 승리하면서 결승전은 싱겁게 끝날 것 같았다. 그러나 승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4세트 초반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던 강동궁은 3이닝 타석에서 하이런 10점을 터트린 데 힘입어 4이닝 만에 15:2로 한 세트를 만회했다. (1-3)

강동궁은 5세트도 첫 타석에서 연속 7득점을 올리고 1-1-2 연속타를 이어가며 기선을 잡았다.

7이닝까지 13:7로 앞서며 5세트는 다시 강동궁이 가져가는 것이 유력했지만, 8이닝 공격에서 자파타가 다시 한번 끝내기를 시도하면서 순식간에 전세가 뒤집혔다.

연속 7득점을 올리고 13:14를 만든 자파타가 승리까지 1점만 남겨둬 이대로 우승의 명암이 엇갈리는 듯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자파타가 시도한 회심의 매치포인트가 실패하면서 승부는 끝나지 않았다.

가슴을 쓸어내린 강동궁은 곧바로 침착하게 남은 2점을 득점하고 15:14로 어렵게 한 세트를 더 따냈다. (2-3)

강동궁 대 자파타의 결승 경기 장면.   사진=이용휘 기자
강동궁 대 자파타의 결승 경기 장면. 사진=이용휘 기자
결승전 뱅킹 장면.  사진=이용휘 기자
결승전 뱅킹 장면. 사진=이용휘 기자

두 세트를 따라잡힌 자파타도 이제 여유가 없었다. 6세트를 이기지 못하면 부담스러운 마지막 7세트 승부를 가야 했기 때문에 총력전을 벌여야 했다.

7이닝까지 6:5로 강동궁이 겨우 1점 앞선 치열한 승부가 벌어졌다. 그러다가 팽팽하던 균형이 깨진 것은 자파타의 8번째 타석이었다.

자파타는 연속 8득점을 성공시켜 13:6으로 멀리 달아났다. 앞선 세트처럼 중반에 집중력을 끌어올려 한 방에 끝내거나 세트포인트까지 끌고 가는 경기 운영이 마지막까지 일품이었다.

그러나 마무리가 또 한 번 아쉬웠다. 반면에 경험 많은 베테랑 승부사인 강동궁은 손에 쥔 기회를 놓치지 않고 11이닝 타석에서 끝내기 7득점으로 응수해 15:13으로 마침내 6세트를 승리했다. (3-3)

우승트로피와 상금 1억원을 받은 강동궁.  사진=이용휘 기자
우승트로피와 상금 1억원을 받은 강동궁. 사진=이용휘 기자

마침내 승부 가른 '끝내기 6점'... 통산 2승 달성한 강동궁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다 잡은 승리를 놓치고 제자리로 돌아온 자파타와 여러 차례 고비를 넘기고 패배의 문턱에서 되살아난 강동궁.

결국, 11점 치기인 마지막 7세트에서 두 선수의 운명이 결정되었다.

7세트에서 자파타는 여전히 집중력이 좋았다. 자파타는 1이닝부터 1-2-1-1 연속타로 마지막까지 경기를 리드했고, 강동궁은 3이닝부터 1-3-1점을 따라가며 거리를 좁혔다.

먼저 일격에 나선 것은 자파타였다. 자파타는 5:5 동점이던 6이닝 타석에서 4득점을 올려 승리까지 2점만 남겨 놓았다.

5:9로 뒤처진 강동궁이 이번 승부마저 뒤집는 것은 쉽지 않아 보였다. 그런데 자파타의 10점째 샷이 제2적구를 스치듯 빗나가면서 강동궁에게 마지막 기회가 왔다.

6이닝 후공에 들어선 강동궁은 침착하게 득점을 이어갔다. 남아있던 점수는 6점. 포지셔닝을 뽑아 한 점씩 쫓아가던 강동궁은 어느새 5점을 완성해 10:9로 뒤집었다.

그리고 11점째 멀리 있는 제1적구를 강하게 밀어서 뒤돌려 친 샷이 정확하게 제2적구를 향해 날아오는 순간 강동궁은 세차게 팔을 흔들었다.

역사적인 승리였다. 강동궁은 세트스코어 0-3에서 4-3으로 승리한 가장 드라마틱한 우승을 차지했다.

매 세트 피 말리는 승부를 벌인 강동궁은 우승으로 대미를 장식하며 우승상금 1억원을 거머쥐었다.

강동궁의 우승 세리머니.  사진=이용휘 기자
강동궁의 우승 세리머니. 사진=이용휘 기자
경기가 끝나고 포옹하며 격려하는 강동궁과 자파타.  사진=이용휘 기자
경기가 끝나고 포옹하며 격려하는 강동궁과 자파타. 사진=이용휘 기자

결승에서 맞붙은 강동궁과 자파타는 이번 대회까지 결승에서만 세 차례나 격돌해 한 번씩 승리를 주고받았다.

두 선수가 나눠 가진 상금만 무려 6억원이 넘고, 불과 2년여의 세월 만에 당구 역사상 가장 큰 상금을 양분한 기록도 남겼다.

지난 3월 열렸던 월드챔피언십 결승전에서는 '우승상금 3억원'을 놓고 빅매치를 벌여 자파타가 세트스코어 5-4로 승리했다.

그보다 앞서 2019년 12월에 열린 정규 투어 6차전 결승에서는 4-1로 강동궁이 승리하며 첫 프로 제패에 성공한 바 있다.

우승 후 인터뷰에서 강동궁은 "당구 인생에 이렇게 큰 역전승을 한 것은 처음이다. 7살 때부터 35년간 당구를 쳤다. 항상 프로를 꿈꿔왔는데 PBA가 만들어져서 너무 감사하다. 당구를 더 사랑하겠다"라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시상식에서 블루원리조트 윤재연 사장에게 우승상금 1억원을 받은 강동궁.  사진=이용휘 기자
시상식에서 블루원리조트 윤재연 사장에게 우승상금 1억원을 받은 강동궁. 사진=이용휘 기자
우승자 강동궁과 주최측 내빈 기념촬영.  사진=이용휘 기자
우승자 강동궁과 주최측 내빈 기념촬영. 사진=이용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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