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살에 처음 포켓볼 접한 뒤 붓 대신 큐를 선택하고 포켓볼 선수의 길에 들어서

신광여고 2학년 재학 중인 장희연 "노력하는 만큼 실력이 나오는 정직한 스포츠"

"포켓볼 소외 당하고 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

[빌리어즈=김민영 기자] 미술을 전공하려던 열다섯 살 소녀가 붓 대신 당구 큐를 들었다. 우연한 시작이었지만, 지금은 운명이 되어 버린 포켓볼을 포기할 수가 없다는 포켓볼 유망주 장희연(신광여자고등학교 2학년)을 빌리어즈가 만났다.


쌍둥이 오빠와 같이 당구를 시작했다고 들었다. 누가 먼저 당구를 시작하자고 했나.

처음 당구를, 포켓볼을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라고 말을 꺼낸 건 엄마였다. 엄마가 조수진 언니의 엄마랑 친한 사이라 수진이 언니가 당구를 치는 것을 보고는 우리에게 이런 게 있다고 알려주셨다.

그때가 중2 때라 솔직히 당구도 잘 모르고 관심도 없었는데 오빠가 해보고 싶다고 적극적으로 나섰다. 나는 그때 미술을 배우려고 준비 중이어서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오빠랑 같이 시작하게 됐다.


중2 때면, 열 다섯 살 때다. 이제 포켓볼을 시작한 지 3년쯤 됐는데, 배워 보니 어떤가.

수진이 언니 따라서 언니가 다니는 최인규당구아카데미에 등록을 했는데, 언니랑도 친한 사이가 아니라 너무 어색했다.

게다가 오빠는 도중에 그만둬 버리고 나만 남았다. 사실 18년 동안 살면서 미술 빼고 오랫동안 뭔가를 해본 적이 없어서 나도 한 3개월쯤 하다가 그만둘 줄 알았다.  


미술은 전공을 염두로 준비하고 있었나.

어려서부터 학교 선생님들이나 주위에서 미술에 재능이 있는 것 같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중2 때 친구와 본격적으로 미술을 배워 보려고 미술 학원을 알아보던 중에 예상치도 못했던 당구 아카데미에 등록하게 됐다.  


미술에 대한 꿈은 이제 포기한 건가.

지금 다니고 있는 신광여고가 미술거점학교라 1학년 때 토요방과후수업으로 미술을 배웠는데, 이미 미술 전공을 준비하는 친구들은 오랫동안 준비하고 배운 친구들이라 따라가기 쉽지 않을 것 같더라. 이제 미술은 취미로만 할 생각이고 지금은 당구선수를 꿈꾸고 있다.  


미대 대신 체대를 준비 중인가.

원래 체대를 꼭 가야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지금은 생각이 좀 바뀌었다. 가도 되고, 안가도 상관없을 것 같다. 작년에 풀투어 대회에 나갔는데 16강까지 올라갔다.

비록 8강은 못 갔지만 16강까지 올라간 것만 해도 너무 좋았다. 그때 어차피 당구를 계속 칠 건데, 굳이 대학을 가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당구를 치고 싶지 않아졌다.


대회는 언제부터 출전했나.

포켓볼을 처음 배우고 한 달 만에 겨울 양구대회에 나갔다. 같은 조에 나까지 3명이 있었는데, 그중에 한 친구가 캐롬으로 전향했는데 신청을 잘 못 해서 기권승으로 나와 황윤성 오빠만 그 조에 남아 예선을 치렀다.

6선승 경기에서 윤성 오빠가 5점을 먼저 딴 상태에서 내가 마지막 공을 쳤는데, 9번 공을 넣고 흰 공이 죽는 바람에 허무하게 첫 대회가 끝나버렸다.

엄청 떨릴 줄 알았는데, 그렇게 떨리지 않아서 신기했다. 그리고 당구를 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놀랐다. 무엇보다 공을 넣는 내 모습이 너무 뿌듯했다.


그 뒤 입상 성적은.

제일 높은 성적이 작년 2019년 학생종별대회 은메달이다. 작년에 나갔던 대회 중에 겨울 양구대회만 입상 성적이 없고, 나머지는 전부 동메달을 땄다.

당구, 특히 포켓볼은 어떤 스포츠라고 생각하나.

노력하는 만큼 실력이 나오는 정직한 스포츠다. 주위에 다른 종목 운동하는 친구들과 만나면 포켓볼에 대한 인지도가 거의 없다.

게다가 올림픽에도 포함되지 않는 종목이라고 무시할 때도 있어서 속상하지만, 막상 같이 포켓볼을 치면 엄청 재밌어 한다.

다른 스포츠는 하고 싶다고 무턱대고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니지만, 포켓볼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디서든, 내가 잘하든 못하든 상관없이 즐길 수 있는 스포츠라 좋다.

3쿠션과 비교해도 훨씬 쉽게 배울 수 있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종목이다. 솔직히 포켓볼이 왜 비인기 종목인지 모르겠다.


어떤 때 힘들게 느껴지나.

연습을 많이 했는데도 성적이 안 나오면 너무 힘들다. 특히 상대가 의도치 않게 운이 좋아 경기가 잘 풀리는 경우를 보면 더 속상하다.

주위에서는 실력이 많이 늘었다고 격려해주는데 막상 스스로 그런 생각이 들지 않으면 슬럼프에 빠지는 것 같다.


그럴 땐 어떻게 이겨내나.

좋아하는 첸시밍 선수의 영상을 보면서 스트로크나 자세, 경기 운영 방법 등을 연구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다시 포켓볼을 치고 싶어진다.


포켓볼을 배우면서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다면.

포켓볼을 배우고 얼마 되지 않아 중3 때 대만으로 암웨이배 대회에 나가게 됐다. 해외 시합은 처음이고 전혀 모르는 선수들이랑 경기를 해야 해서 너무 많이 떨렸다.

하지만 정말 실력이 좋은 톱 클래스 선수들의 경기를 직접 볼 수 있어서 진짜 좋았다.

특히 같이 시합을 한 선수들이랑 내 실력의 차이가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 않아서 나도 열심히 하면 잘 할 수 있겠구나 하고 용기를 많이 얻었다.


포켓볼 선수로서 바라는 것이 있나.

포켓볼 대회가, 학생 선수들 대회가 더 많이 열렸으면 좋겠다. 캐롬 선수들이 캐롬만 열리는 대회에 참가 신청을 하는 걸 볼 때 소외된 기분이 많이 든다.

특히 이번에 숭실대학교에서 당구특기생을 뽑는데, 캐롬 선수만 뽑는다고 해서 너무 서운했다. 해외에는 캐롬보다 포켓볼 대회가 많은데, 우리나라 현실은 캐롬 위주의 대회가 많아서 외국이 부러울 때가 많다.

또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예정되어 있던 대회도 다 취소가 되다 보니 연습에 대한 동기부여가 잘 안된다. 안전수칙 잘 지켜서 무조건 대회가 열렸으면 좋겠다. 고2 절반을 이렇게 날려 버려서 초조한 마음도 든다.

어떤 선수가 되고 싶나.

지금은 내가 존경하는 선수들이 많은데, 내가 선배들의 나이가 됐을 때 지금의 나와 같은 학생 선수들이 존경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비록 포켓볼이 소외를 많이 당하고 있지만 끝까지 포켓볼을 포기하지 않고 칠 거다.

캔버스 위에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는 대신 당구대 위에 포켓볼로 화려한 플레이를 보여주고 싶다.


8월에 기다리고 기다리던 시합이 열린다. 고성군수배 대회를 앞두고 각오 한마디 부탁한다.

이번 대회에서는 그동안 못 이겼던 희주 언니와 다른 선수들을 뚫고 꼭 우승했으면 좋겠다.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

 

인터뷰=김민영 기자
사진=이우성(675스튜디오)
헤어&메이크업=신오키새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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