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호, 결승서 마르티네스와 명승부 끝에 4-3 극적인 승리 거둬

세트스코어 3-3, 1:7로 패색 짙던 상황에서 '끝내기 10점타'로 대역전 우승 차지

"자식들 생각하면서 열심히 쳐. 딸 보미에게 자랑할 수 있어서 기뻐"

'보미 아빠' 김병호(47)가 프로당구 PBA 투어 7차전 챔피언에 등극했다. 김병호는 결승에서 다비드 마르티네스(스페인)와 명승부 끝에 세트스코어 4-3으로 승리했다.   사진=이용휘 기자
'보미 아빠' 김병호(47)가 프로당구 PBA 투어 7차전 챔피언에 등극했다. 김병호는 결승에서 다비드 마르티네스(스페인)와 명승부 끝에 세트스코어 4-3으로 승리했다. 사진=이용휘 기자

[빌리어즈=김주석 기자] '보미 아빠' 김병호(47)가 감동적인 우승을 차지하며 프로당구 투어 7차전 챔피언에 올랐다. 

27일 밤 10시에 시작된 '웰컴저축은행 웰뱅 PBA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김병호가 스페인의 다비드 마르티네스(29)를 세트스코어 4-3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김병호는 시즌 2승에 도전했던 마르티네스를 상대로 '끝내기 10점타'로 대역전 우승을 차지하며 새 당구 역사의 한 장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결승 경기는 PBA 사상 최고의 명승부였다. 김병호는 세트스코어 3-3, 7세트 1:7의 어려운 상황에서 10점짜리 끝내기타로 극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1세트에서 마르티네스가 2이닝 연속 7득점으로 김병호를 압박했으나, 김병호는 1이닝부터 5-0-3-3-4점 등 꾸준하게 득점을 쌓아 5이닝 만에 15:7로 승리했다.

2세트는 1, 2이닝에서 5점씩 10점을 득점한 마르티네스가 8이닝 만에 15:8로 이겼고, 3세트에서도 4이닝에서 하이런 8점을 터트린 마르티네스가 김병호의 끈질긴 추격을 따돌리고 15:13(8이닝)으로 승리해 세트스코어 1-2가 되었다.

결승전 뱅킹 장면.  사진=이용휘 기자
결승전 뱅킹 장면. 사진=이용휘 기자

PBA 우승 경험이 있던 마르티네스가 결승에서 침착한 플레이를 펼치며 기울었던 초반 흐름을 빼앗아 오면서 김병호는 첫 번째 위기를 맞았다.

김병호가 4세트를 마저 내주게 되면 우승 가능성이 더 희박해지는 상황. 초반 주도권을 김병호가 잡지 못하면 승부의 추는 완전히 기울어질 것이 불 보듯 뻔했다.

어려운 순간에 김병호는 연속 7득점 한 방으로 분위기를 돌려놓았다. 2이닝에서 터진 연속 7득점으로 8:1 리드를 잡은 김병호는 5이닝부터 1-2-2 연속타로 13:5까지 달아났고, 9이닝 공격에서 침착하게 남은 점수를 마무리해 15:8로 세트스코어 2-2 동점을 만들었다.

기세가 오른 김병호는 5세트 초반에 쐐기타를 날렸다. 1이닝부터 3-7-2점을 몰아치며 12:0으로 앞서 '우승상금 1억원'에 성큼 다가섰다.

세트스코어 3-2로 우승에 성큼 다가섰던 김병호는 6세트에서 마르티네스의 초구 하이런 10점타가 터지면서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사진=이용휘 기자
세트스코어 3-2로 우승에 성큼 다가섰던 김병호는 6세트에서 마르티네스의 초구 하이런 10점타가 터지면서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사진=이용휘 기자

김병호가 5세트를 8이닝 만에 15:6으로 승리하고 3-2를 만들면서 승리가 유력해졌다.

그러나 막다른 길에 몰린 마르티네스가 6세트 초구에 하이런 10점을 쏟아내면서 승부는 완전히 원점으로 돌아갔다.

6세트에서 마르티네스는 10-3-1 연속타로 3이닝 만에 14:0을 만들었고, 두 차례 숨을 고른 뒤 6이닝 공격에서 15점을 완성해 15:1로 승리했다. (3-3)

끝내 7세트까지 오게 된 승부는 김병호가 1, 2이닝 타석을 모두 범타로 물러나는 사이에 마르티네스가 1이닝 4득점과 3이닝 3득점 등을 엮어 7:1을 만들면서 완전히 기우는 듯했다. 

마르티네스는 PBA 첫 2승까지 남은 점수는 불과 4점. 이번 대회에서 유독 뒷심이 좋았던 김병호라 해도 분위기가 넘어간 이 상황을 뒤집는 것은 어려워 보였다.

위기의 순간에 살아난 마르티네스는 3-3 동점을 만들고, 7세트 초반 연속득점으로 7:1로 앞서 사상 최초로 시즌 2승 달성을 눈앞에 두기도 했다.  사진=이용휘 기자
위기의 순간에 살아난 마르티네스는 3-3 동점을 만들고, 7세트 초반 연속득점으로 7:1로 앞서 사상 최초로 시즌 2승 달성을 눈앞에 두기도 했다. 사진=이용휘 기자

이만큼 한 것도 잘했다는 위로가 이어질 때, 김병호는 홀로 역전의 신호탄을 쏘기 시작했다. 4이닝 타석에 들어선 김병호는 자로 잰듯한 정확한 샷으로 득점을 올리며 서서히 거리를 좁혀갔다.

김병호는 쉬운 포지션은 정석대로 가볍게 득점에 성공했고, 어려운 포지션에서는 그림 같은 플레이로 득점을 성공시켜 공격권을 이어갔다.

어느새 김병호는 동점과 역전을 지나 피날레를 향해 가고 있었다. 4이닝 타석에서 혼신을 다한 김병호는 남은 10점을 모두 쏟아부었다.

결국, 7세트를 11:7로 따낸 김병호가 4-3 승리를 거두고 감격스러운 우승을 차지했다.

감격적인 우승을 차지하는 순간 기뻐하는 김병호.  사진=이용휘 기자
감격적인 우승을 차지하는 순간 기뻐하는 김병호. 사진=이용휘 기자
김병호가 마지막 점수를 성공시키고 딸을 향해 두 팔을 벌려 환호하고 있다.   사진=이용휘 기자
김병호가 마지막 점수를 성공시키고 딸 김보미와 관중들을 향해 두 팔을 벌려 환호하고 있다. 사진=이용휘 기자

김병호는 여자 3쿠션 국내랭킹 1위를 지낸 김보미(21)의 아버지다. 어린 시절 큐를 잡은 딸의 꿈을 위해 6년 전 서울로 상경하면서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해왔다. 그래서 김병호는 주로 '보미 아빠'로만 불렸다.

PBA 투어에서는 6번 도전에 32강이 최고 성적이었던 김병호는 이번 대회에서 특유의 뚝심 있는 플레이로 세계 최강자들을 떨어트리고 결승까지 내달렸다.

김병호는 준결승전에서 프레데릭 쿠드롱(벨기에)을 비롯해 그리스의 코스타스 파파콘스탄티누와 베트남의 마민깜 등 세계 정상급 선수들을 줄줄이 무너트렸다.

파파콘스탄티누와의 32강전에서는 세트스코어 1-2로 뒤진 4세트 6:11의 위기에서 '끝내기 9점타'로 극적으로 살아나 3-2 역전승을 거두었고, 결승에서는 7세트 '끝내기 10점타'로 승리하는 등 명승부를 연출했다.

우승 테이블에 '보미 아빠'라고 사인하는 김병호.  사진=이용휘 기자
우승 테이블에 '보미 아빠'라고 사인하는 김병호. 사진=이용휘 기자
김병호가 웰컴저축은행 김대웅 대표이사에게 우승 트로피를 건네 받아 번쩍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이용휘 기자
김병호가 웰컴저축은행 김대웅 대표이사에게 우승 트로피를 건네 받아 번쩍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이용휘 기자

김병호의 막판 10점 퍼레이드가 펼쳐지는 동안 딸 김보미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려 아버지의 멋진 플레이를 더 감동적으로 만들었다.

우승 인터뷰에서 김병호는 "상대 선수가 너무 잘해서 반 포기 상태였는데, 자식들 생각하면서 끝까지 열심히 쳤다"라고 우승의 영광을 아들과 딸에게 돌렸다.

그러면서 "평소에 보미가 '나는 우승을 많이 했는데, 아빠는 우승을 못 해봤다'라고 많이 놀렸는데, 이제는 보미에게 자랑을 할 수 있게 되었다"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기도 했다. 

또한, "그래도 아직 '보미 아빠'가 좋다. 대회를 개최해준 웰컴저축은행과 PBA 프로당구협회, 그동안 가장 많은 도움을 준 김치빌리아드 김종율 대표에게 감사한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우승상금 1억원을 받은 김병호(가운데)와 웰컴저축은행 김대웅 대표이사(왼쪽), 웰컴금융그룹 손종주 회장. 사진=이용휘 기자
우승상금 1억원을 받은 김병호(가운데)와 웰컴저축은행 김대웅 대표이사(왼쪽), 웰컴금융그룹 손종주 회장. 사진=이용휘 기자

프로당구 투어 원년 시즌 최종 7차전에서 우승한 김병호는 상금 1억원을 차지하면서 종전 랭킹 70위에서 7위까지 뛰어올라 투어 파이널(왕중왕전) 출전권까지 따내게 되었다.

준우승에 그친 마르티네스는 상금 3400만원을 받으면서 랭킹 1위로 원년 시즌을 마감했다. 공동 3위 쿠드롱과 김형곤(브라보앤뉴)은 각각 1000만원을 받았다.

PBA 프로당구 투어는 이번 대회까지 7차례 열린 챔피언십을 모두 마치고 3쿠션 사상 최고 우승상금인 3억원을 걸고 오는 2월 24일 상위 랭커들이 출전하는 투어 파이널을 개최한다.

 

◆ '웰컴저축은행 웰뱅 PBA 챔피언십' 결승 경기결과

다비드 마르티네스 3-4 김병호

1세트: 7(5이닝)15
2세트: 15(8이닝)8
3세트: 15(8이닝)13
4세트: 8(9이닝)15
5세트: 6(8이닝)15
6세트: 15(6이닝)1
7세트: 7(4이닝)11

<최종순위>
우승  김병호 Avg. 1.586
준우승  다비드 마르티네스 1.688
공동 3위  프레데릭 쿠드롱 1.857  김형곤 1.620
공동 5위  서현민 1.643  강민구 1.527  신정주 1.478  임준혁 1.382


경기결과 제공=빌리보드/PBA 프로당구협회

 

저작권자 © 빌리어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