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버호벤 오픈 3쿠션 토너먼트에서 한국의 18살 유망주 한지은(성남)이 우승을 차지했다. 한지은은 준결승부터 히다 오리에와 테레사 클롬펜하우어 등 세계챔피언들을 연달아 꺾는 기염을 토했다. 사진=코줌스튜디오


[빌리어즈=김주석 기자] '낭랑 18세' 한지은(성남, 국내 6위)이 버호벤 오픈에서 여자 3쿠션 세계챔피언 히다 오리에(일본)와 테레사 클롬펜하우어(네덜란드)를 연달아 꺾고 챔피언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한지은은 한국시간으로 5일 새벽 4시에 미국 뉴욕에서 열린 '2019 버호펜 오픈 3쿠션 토너먼트' 여자부 결승전에서 대회 3연패를 노리던 세계랭킹 1위 클롬펜하우어를 31이닝 만에 30:28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버호벤 오픈은 세계적인 3쿠션 스타플레이어였던 고 이상천(2004년 타계) 전 대한당구연맹 회장을 기리기 위해 매년 미국에서 개최되는 대회로, 한국 당구선수에게는 남다른 의미가 있는 대회다.

한국 선수 중에서 '버호벤 오픈' 우승한 선수는 지난해까지 조재호(서울시청, 2017년 우승)가 유일했고, 이번 대회에서 18살에 불과한 한지은이 여자부 우승을 차지하면서 두 번째 기록을 세웠다. 

준결승전에서 한지은은 여자 3쿠션 세계선수권에서 2회나 패권을 차지한 세계랭킹 3위 히다를 30:24(31이닝)로 꺾는 이변을 연출하며 결승에 진출했다.

한지은은 경기 중반까지 11:16으로 지고 있다가 동점과 역전을 거듭하며 히다를 침몰시켰다.

이어 벌어진 결승에서는 내친김에 '세계 최강' 클롬펜하우어마저 꺾는 놀라운 활약을 펼쳤다.

결승 중반까지 17:17 동점이었던 한지은은 22이닝에서 하이런 6점을 쏟아내며 23:17 리드를 잡으면서 먼저 균형을 깨트렸다.

다시 25:21로 앞서던 26이닝, 한지은이 3득점을 보태 28:21로 크게 리드하며 우승을 눈앞에 두었다.

한지은의 활약으로 난공불락이었던 클롬펜하우어의 아성이 쉽게 무너지는 듯했다. 그러나 패배 위기에 처한 클롬펜하우어는 막판에 살아나 순식간에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클롬펜하우어는 26이닝 후구 타석에서 연속 5득점을 보태고 28이닝 공격에서 동점타에 성공하면서 28:28 동점을 만들었다.
 

결승전에서 클롬펜하우어(왼쪽)와 한지은이 뱅킹하는 장면. 사진=코줌스튜디오


화려한 우승 경력과 결승전 경험이 많은 클롬펜하우어에게 막판 동점을 허용한 한지은이 매우 불리한 상황.

두 선수 모두 승리까지는 단 2점만 남았다. 두 번의 마무리 기회를 놓쳐 동점을 아쉽게 허용한 한지은과 여러 번 가슴을 쓸어내리며 막판에 기사회생한 디펜딩 챔피언 클롬펜하우어의 '2점 승부'는 긴장감 넘치게 흘러갔다.

한지은이 29이닝 공격에서 침착하게 뒤돌려치기로 1득점을 올려 29:28로 다시 앞섰고, 30점째 기회에서 평범한 제각돌리기를 빠트려 아쉽게 매치포인트를 놓쳤다.

다음 타석에서 클롬펜하우어는 3단 더블레일 공격을 시도했지만, 공 반 개 정도 차이로 빗나가며 득점에 실패했다.

클롬펜하우어는 막판 두 번의 타석에서 결정적인 실수를 범하면서 무너졌다.

30이닝 한지은이 역회전 공략에 실패하면서 돌아온 후구 타석, 클롬펜하우어는 충분히 득점할 수 있었던 길게 제각돌리기에서 좀처럼 나오지 않는 실수가 나와 터무니없이 득점에 실패했다.

한지은은 31이닝 타석에서 주어진 포지션을 뒤돌려치기로 구사했고, 3쿠션을 돌아 나오던 수구가 아슬아슬하게 제1적구와의 키스에 빠지면서 마침내 득점에 성공했다. (30:28)
 

이번 대회 여자부 입상자들. 왼쪽부터 공동 3위 히다 오리에, 준우승 테레사 클롬펜하우어, 우승 한지은, 공동 3위 니시모토 유코. 사진=코줌스튜디오


한지은은 이번 대회 예선리그에서 대회 최고 기록 '하이런 11점'을 치는 등 7전 전승으로 B조 1위에 오르며 돌풍을 예고했다.

7~8명씩 3개 조로 나누어 리그전으로 치러진 예선에서 한지은은 7승을 거두는 동안 평균득점 0.825의 정상급 기량을 보여주기도 했다.

한지은은 A조 1위 클롬펜하우어(6승)의 1.239에 이어 예선 종합순위 2위에 올랐고, C조 1위 히다(6승 1패, 0.740)는 한지은에게 밀려 종합 3위에 머물렀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 한지은과 국내 3위 용현지(경기)와 신예 김보라(서울) 등 3명이 출전했다. 

용현지는 예선리그에서 4승 2패를 기록하며 A조 3위에 올라 8강에 진출했지만, 8강에서 한지은에게 33이닝 만에 17:30으로 패했다. 예선 C조에서 경기한 김보라는 2승 5패로 대회를 마감했다. 
 

본선 8강에 오르며 활약한 한국의 용현지. 사진=코줌스튜디오


이번 대회는 총 3만4750달러(한화 약 4200만원)가 상금으로 걸려 있고, 여자부에서 우승한 한지은은 3000달러(약 364만원)를 우승상금으로 받았다.

현지시각으로 지난 2일 막을 올린 버호벤 오픈은 오는 11일까지 세계 정상급 3쿠션 남자 선수들이 출전한 가운데 남은 남자부 경기 일정을 진행하게 된다.

한국은 조명우(실크로드시앤티)와 서창훈(경기), 김준태(경북), 정승일(서울), 오성규(충북) 등 5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이번 대회는 당구 전문 인터넷방송 코줌에서 생중계로 시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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