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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130년史] '세계 포켓볼 여왕' 자넷 리의 두 번째 모국 방문
김기제 발행인 | 승인 2019.07.13 17:22

<한국 당구 130년사 '이슈별 당구사 바로 알기'>는 한국에 당구가 전파된 이후 130년 동안 어떻게 당구 문화가 자리 잡았고, 어떤 과정을 거쳐 스포츠가 되었는지를 되짚어 보는 칼럼입니다. <빌리어즈>가 지난 30년간 취재한 기사와 수집된 자료, 당사자의 인터뷰에 근거하여 김기제 발행인의 집필로 연재됩니다. [편집자 주]
 

'블랙위도우' 자넷 리가 지난 97년 두 번째 한국에 방문해 북한 어린이돕기 기금마련 유니세프 디너쇼를 개최했다. 빌리어즈 자료사진


◆ '검은 독거미'의 애칭으로 불리며 첫 방한 때인 94년과 97년 방한

재미교포 2세(부친 이보춘, 모친 이순자)인 세계 프로 포켓볼 여왕 자넷 리(당시 26세)가 1994년에 한국을 방문한 후 3년 만인 97년 8월에 두 번째 방문했다.

자넷 리의 두 번째 방한은 대한포켓당구연맹(회장 김영재)과 매니지먼트 계약을 한 (주)이벤트월드의 초청에 의해 97년 8월 21일부터 25일까지 4박 5일간 이루어졌고, 북한 어린이를 돕기 위한 유니세프 기금 마련 디너쇼 개최와 한국의 포켓볼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고 시범경기와 TV 출연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되었다.

국내 유일 당구 전문매체인 <빌리어즈>는 당시 자넷 리를 내한 기간 동안 동행취재하며 상세하게 보도한 바 있다.

자넷 리를 간단하게 소개하면, 1971년생인 그는 178cm의 큰 키에 영화배우 못지않은 미모로 당구 팬들을 매료했고, 경기 때면 검은색 드레스를 항상 입고 강한 승부 근성을 보여 '블랙위도우(검은 독거미)'라는 애칭을 얻었다.

또한, 미국의 프로 포켓볼 선수 중에서 가장 어린 나이에 입문하여 경험이 적으면서도 가장 빨리 급성장한 선수로 꼽힌다.
 

97년 방한 당시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한 자넷 리. 빌리어즈 자료사진


1993년 1월에 프로 티켓을 획득해 프로에 입문했고, WPBA(세계여자프로포켓볼협회) 멤버로 활동하며 다음 해 12월에는 세계랭킹 8위에 랭크되었다.

또한, 그 다음 해인 94년에는 23살의 나이로 다섯 차례의 투어 우승과 함께 세계랭킹 1위에 올라섰다.

전성기 시절 자넷 리는 미국의 <글래머 매거진>, <피플 매거진>, <스포츠 일러스트레이션> 등의 표지 모델로도 널리 알려졌고, 미국의 당구큐 생산업체인 맥더머트 사와 6년 간 100만 달러(한화 11억 8000만원)의 계약을 체결해 억대 연봉을 받았다.
 

디너쇼에서 꽃다발을 전해 받은 자넷 리. 빌리어즈 자료사진


◆ 북한 어린이돕기 디너쇼와 친선경기 TV 출연으로 포켓볼 분위기 끌어 올려

방한 이틀째인 97년 8월 22일 오후 7시부터 열린 '북한 어린이돕기 유니세프 기금 마련 자선 디너쇼'는 당구계를 비롯한 각계 인사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조선호텔 오키드룸에서 성대히 개최되었다.

디너쇼는 오프닝에 이어 자넷 리의 모국 방문 동기와 프로필 소개 및 행사 취지에 대한 설명이 있었고, 당시 중학교 3학년생으로 한국 최연소 포켓볼 선수였던 김가영의 꽃다발 증정과 디너타임 등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디너타임에서 자넷 리는 일일이 테이블을 돌며 참석자들에게 인사를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후 촉망받는 포켓볼 선수 김가영과 9볼 친선경기를 치르고 예술구 시범 등을 진행했다.

예술구 시범 후 자넷 리는 한국상사가 협찬한 '북한 어린이돕기 자선기금'을 유니세프 관계자에게 전달하며 뜻깊은 행사의 백미를 장식했다.

행사 말미에 대한포켓당구연맹 김영재 회장은 자넷 리에게 방한의 의미를 기념하는 감사패를 증정했고, 밤 11시에 디너쇼의 막을 내렸다.
 

자넷 리에게 감사패를 증정하는 대한포켓당구협회 김영재 회장. 빌리어즈 자료사진


방한 3일째 자넷 리는 오전에 TV 방송국 녹화를 마치고 오후 2시부터 강남구 압구정동 소재 퀸포켓볼클럽과 신촌 비숍포켓볼클럽 등에서 당구 동호인들을 위한 사인회와 포켓볼 강습회를 가졌다.

자넷 리는 주최측이 준비한 사진에 일일이 팬들의 이름과 자신의 사인을 해주며 기념 촬영을 했다.

또한, 팬들을 위해 포켓볼의 원리와 기술을 직접 시범 보이며 동호인들과 친선경기를 했고, 다소 서툰 한국말로 동호인들과 대화하려고 노력하는 자세를 보여 많은 박수를 받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신촌 비숍포켓클럽 행사를 마친 자넷 리는 오후 8시 30분 새마을호 열차편으로 부산으로 출발해 다음날 새벽 1시에 부산역에 도착, 해운대 하얏트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새벽에 호텔에 들어갔던 자넷 리는 아침 일찍부터 스케줄을 소화했다. 오전 11시 30분 부산 동래 소재 블랙홀당구장에서 부산방송 PSB와 인터뷰를 한 뒤 한국 여자 포켓볼 선수들과 친선 경기를 가졌다.

이날 경기에서 자넷 리는 현지원(7-3), 이민경(7-2), 양순이(7-1) 등 한국 선수들에게 모두 승리했다.
 

대구 우방타워랜드에서 열린 TBC 녹화 중계방송 이벤트 경기 장면. 빌리어즈 자료사진


부산 행사를 마친 자넷 리는 오후 5시에 부산역을 출발하는 새마을호 열차편으로 1시간 10분여 걸려 동대구역에 도착했다.

자넷 리는 곧바로 우방타워랜드로 이동해 대구방송 TBC 녹화 중계방송 이벤트 경기를 진행했다.

우방타워랜드 야외에 마련된 특설경기장에는 자넷 리의 경기를 관전하게 위해 많은 대구 시민이 모였다.

당시 대구당구협회장과 대한당구선수협회장을 맡고 있던 TBC 방송 당구해설위원 고창환씨가 진행한 이날 중계방송은 많은 대구 시민들의 관심 속에 성황리에 열렸다.

친선 첫 경기에서 자넷 리는 함희경을 상대해 9-3으로 여유있게 승리했고, 두 번째 경기에서는 권미숙을 9-5로 꺾었다.

이어서 중3 최연소 선수 김가영과의 세 번째 경기는 김가영이 선전을 펼쳐 7-7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다.

다음 세트에서 김가영이 7-8로 역전에 성공하고 16세트에서 경기를 끝낼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맞았으나, 9번 공을 1mm의 오차로 포팅에 실패해 아쉽게 자넷 리에게 다시 기회를 주었다.

이 경기에서 자넷 리는 한국 방문에서 처음으로 박빙의 승부를 벌이며 김가영에게 9-8로 아슬아슬한 승리를 거두었다.
 

자넷 리는 방한 중 한국 여자 포켓볼 선수들과 친선 경기를 가져 대부분 여유있게 승리했지만, 당시 중3 포켓볼 유망주였던 김가영과는 풀 세트 접전 끝에 9-8로 신승을 거두었다. 사진은 왼쪽부터 현지원 vs 자넷 리, 김가영 vs 자넷 리 경기 뱅킹 장면. 빌리어즈 자료사진


자넷 리는 밤 11시 30분경 행사 종료 후 12시 24분 서울행 새마을호 열차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방한 마지막 날인 25일 오전 10시부터 압구정동 퀸포켓클럽에서 채널30 스포츠TV 녹화를 마친 자넷 리는 오후 2시 여의도 KBS TV에서 녹화하는 것으로 마지막 일정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오후 7시 5분 김포공항을 이륙해 미국으로 돌아갔다. 

자넷 리의 4박 5일간 두 번째 모국 방문 행사는 세계 포켓볼 여왕으로 불리는 그녀의 진면목을 잘 보여주는 것과 동시에 한국의 포켓볼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켜 희망과 기대를 주는 뜻깊은 의미가 있었다.

 

 

8bli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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