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치기는 박진감 넘치지만 선수에게는 너무나 가혹하다

[빌리어즈=김탁 기자] 승리를 향한 필사의 고비. 벼랑 끝에 서 있는 선수에게 승부치기는 가혹하기까지 하다.
긴 혈투 끝에 원점으로 돌아간 승부가 마지막 샷 하나로 결정되기 때문에 관중들도 숨죽인 채 온 신경을 큐 끝에 집중하고 곧 경기장은 적막에 휩싸인다.
그렇다면 타석에 오른 선수들은 과연 어떤 심정일까.
승부치기는 누가 더 얼마나 강한 심장을 갖고 있는가, 적막이 흐르고 피가 말리는 그 순간에 얼마나 더 흔들리지 않는가에 따라 끝내 승패가 엇갈리게 되는 야멸찬 승부다.
지난 12월 5일 프랑스 보르도에서 열린 2015 세계3쿠션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도 결국 승부치기가 험난한 여정의 마지막 관문이 되었다.
강동궁(37)이 먼저 40점 고지에 올라 ‘한국의 세계선수권대회 2연패’를 가시화했다.
그런데 블롬달이 후구에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잠시 후에 들어간 승부치기.
거침없는 공격력을 구사하는 강심장 강동궁의 큐도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전 승부치기’ 앞에서는 끝내 흔들렸다. 강동궁의 큐는 초구 득점 이후에 멈춰 섰다.
후구로 어렵게 동점을 만든 토브욘 블롬달은 승부치기에서 하늘이 준 기회를 얻은 셈이었다.
블롬달은 노련하게 초구와 다음 득점에 성공하며 사상 최초의 ‘승부치기 세계 챔피언’에 올랐다.
2013년 2월 열린 안탈리아 3쿠션 월드컵부터 종전 5세트 3전 2선승제 15점치기 룰에서 40점치기 후구제, 동점 시에 승부치기로 승패를 결정하는 룰로 변경되었다.
승부치기는 초구 배치로 공을 배열하고 연속득점을 많이 하는 선수가 승리하게 된다.
승부치기 도입 이후 관중들은 월드컵 본선이 더 흥미로워졌다. 반면 선수는 다 이긴 경기를 갑자기 뒤집힐 확률이 높아지면서 승리의 조건이 더욱 강화되었다.
40점을 모두 쳐도 끝까지 안심할 수 없기 때문에 승부가 더 힘든 것은 물론이다.
박진감 넘치는 필사의 승부치기가 관중에게는 재미를 선사하지만, 선수에게는 가혹한 운명을 강요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