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열린 '버호벤 오픈'에서 한국 당구선수 최초로 우승한 조재호. 사진=코줌인터내셔널


[빌리어즈=김탁 기자] 지난해 버호벤 오픈에서 한국 당구선수 최초로 우승컵을 차지했던 조재호(서울시청·세계랭킹 8위)가 올해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김행직(전남·세계 3위)과 허정한(경남·6위), 최성원(부산체육회·7위) 등 세계 랭킹 상위에 올라있는 정상급 스타플레이어들이 이번 버호벤 오픈에 모두 불참하는 것으로 알려져 많은 당구 팬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올해 버호벤 오픈은 미국 뉴욕 플러싱에 있는 캐롬카페에서 23일부터 29일까지 개최된다.

버호벤 오픈은 한국의 전설적인 당구선수 고 이상천(1954-2004) 전 대한당구연맹 회장을 기리기 위한 대회로, 매년 한국 선수들이 출전해 좋은 기량을 뽐내왔다.

지난 2005년 한국계 미국인 당구선수 마이클 강이 주도한 가운데 처음 열린 베호벤 오픈은 세계적인 당구대 제조사 버호벤과 UMB 세계캐롬연맹, 당구 전문 미디어기업 코줌 등이 힘을 합쳐 올해까지 총 11번 대회를 개최했다.

그동안 버호벤 오픈에는 한국 선수뿐만 아니라 이상천 전 회장과 함께 세계 3쿠션 당구계를 이끌었던 '사대천왕' 토브욘 블롬달, 딕 야스퍼스, 프레데릭 쿠드롱, 다니엘 산체스 등이 출전해 일 년에 한 번 '친구 이상천'을 기리기 위한 뜻깊은 시간을 만들어 왔다.

이런 버호벤 오픈은 미국에서 상대적으로 포켓볼에 비해 저변이 약한 캐롬 3쿠션 종목의 활성화를 도모하는 남다른 의미가 있는 대회이기도 하다.

버호벤 오픈을 통해 미국은 물론, 콜롬비아나 페루, 멕시코 등 남아메리카에까지 3쿠션 종목 저변을 확대하는 견인차 역할을 하는 만큼 세계 당구계의 입장에서는 중요한 대회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있는 대회에 한국 선수가 출전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과 UMB 세계캐롬연맹의 분쟁이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재호는 "분쟁이 마무리될 줄 몰랐기 때문에 비행기 표를 예약하지 않았고, 버호벤 오픈에 출전하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에 같은 기간에 여러 가지 스케줄이 생기면서 부득이하게 출전을 포기했다"라고 대회에 출전하지 못한 이유를 밝혔다.

다른 여러 선수들도 UMB와 KBF의 분쟁으로 인해 미리 준비를 하지 못해 이번 버호벤 오픈 출전을 일찌감치 포기했다는 사실을 전했다.

또한, 3쿠션 종목 사상 최초로 억대의 우승상금 15만달러(한화 약 1억7000만원)가 걸린 '맥크리리 3쿠션 챔피언 오브 챔피언스'에 초청받은 최성원과 김행직은 "버호벤 오픈과 맥크리리 대회가 일주일 간격을 두고 미국 뉴욕에서 열리기 때문에 장기간 미국에서 체류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커서 버호벤 오픈에 출전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사상 첫 우승컵을 차지한 조재호는 "좋은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는 것이 선수로서 아쉽지만, 내년에 다시 도전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라고 말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한편, 이번 버호벤 오픈에는 한국 선수 중 정승일(서울)과 오성규(충북) 등 2명이 출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저작권자 © 빌리어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