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BU 아시아포켓당구연맹 투영휘 회장은 8, 90년대부터 현재까지 당구의 세계화를 위해 앞장서 온 '아시아 당구의 대부'로 불린다. 아시안게임 정식종목 채택과 올림픽 도전, 그리고 지난해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시범종목 채택까지 당구를 국제 스포츠 무대에 끌어올린 장본인이며, 대만의 유명 선수들은 물론 한국의 포켓볼 세계 챔피언 김가영과 1세대 현지원 선수 등을 비롯해 여러 한국 선수들까지도 투 회장에게 도움을 받아 꿈을 키웠다. 김민영 기자


[빌리어즈=김민영 기자] 지난해 대만에서 열렸던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에 사상 최초로 포켓볼이 시범종목으로 채택되어 눈길을 끌었다.

당구가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에서 제외된 이후 당구계 관계자들이 재입성을 위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당구 전 종목이 아닌 포켓볼만 유니버시아드 시범종목에 채택된 것은 아쉬움이 크다. 그나마도 대만에서 포켓볼의 인기가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겠지만 말이다.

대만과 아시아에서 포켓볼을 성장시킨 '아시아 당구계의 대부' 투영휘(Tu Yung Hui) 아시아포켓당구연맹 회장과 만나 유니버시아드와 아시안게임, 나아가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투 회장은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당구가 다시 정식종목이 될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반면, 올림픽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음은 투 회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어떻게 지난해 포켓볼이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 시범종목에 채택되었나.

대만에서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 개최가 결정된 직후부터 체육계 관계자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많은 당구인들이 노력한 끝에 당구 전 종목은 아니지만 포켓볼이 시범종목에 채택되었다.
 

- 당구 전 종목이 아닌 포켓볼만 채택된 이유는 무엇인가.

캐롬, 스누커, 포켓볼 등 당구 전 종목이 아닌 포켓볼만 채택된 것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 부분이다. 당연히 처음부터 포켓볼만 갖고 종목 채택을 추진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체육계 관계자들과 종목 회의를 하다 보니 대만은 포켓볼만 활성화되어 있기 때문에 캐롬이나 스누커는 활용할 수 있는 근거 자료가 없었다. 

대만 포켓볼 선수들이 세계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그것을 바탕으로 쓴 논문이 많았다. 그 논문들이 확실한 근거를 만들어 주었고, 결국 체육회를 설득하여 종목 채택까지 이어졌다.
 

- 다음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도 포켓볼은 시범종목으로 남는가.

아니다. 2019년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개최되는데 안타깝게도 종목에서 제외되어 일회성으로 끝나게 되었다.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의 중요성을 고려하여 정식종목에 다시 채택될 수 있도록 전 세계 당구인들이 노력해야 한다.
 

-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에 채택될 당시 많은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아시안게임에 대해서는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

지난 2014년에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부터 당구가 정식종목에서 제외된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었다.

한번 빠져나오게 되면 다시 들어가는 것이 쉽지 않다. 더군다나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에서 아시안게임 개최국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규모를 줄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기 때문에 더 어려워졌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아시안게임 종목에 포함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올해 8월에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서 정식종목에 채택시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개최국 인도네시아가 당구 종목 메달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당구 대신 볼링을 선택했다.


-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에 다시 채택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전망하나.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그래서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에 채택될 수 있도록 다시 도전을 시작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중국이 스누커와 포켓볼 저변이 넓고, 선수들도 세계 무대에서 크게 활약하고 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검토를 하고 있는 듯하다.


- 당구가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등 국제종합경기대회에서 정식종목에 채택되려면 어떤 요소가 중요한가.

일단 개최국 체육회와 조직위원회에서 당구 종목에 대한 검토를 하는데 가장 첫 번째 조건은 메달을 딸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조건이 대회를 치르는 데 드는 경비가 얼마나 필요하느냐다.

당구는 경비가 많이 드는 종목이 아니고, 또 중국이 당구 종목에서 메달 획득이 가능하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 지난해부터 세계 당구계의 큰 화제는 올림픽이었다. 당구의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 가능성은 어떤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쉽지 않을 것이다. 현 상황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본다. 당구는 지금 기본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나는 지난 92년 1월에 당구의 올림픽 입성을 위한 목적으로 세계스포츠당구연맹(WCBS)을 만들었을 당시 창립 멤버이자 부회장을 맡았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아시아와 유럽 등 많은 당구계 내외의 인사들이 올림픽에 들어가기 위해 애를 많이 썼다.

그런데 당구는 올림픽 헌장의 기본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어서 과거부터 현재까지 그 부분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 어떤 조건을 말하는가.

올림픽 정식종목이 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건이 있는데,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5대륙에서 다 하는 종목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남자와 여자 선수가 모두 있어야 한다.

WCBS는 75개 회원국을 유치하고 이들 국가에서 당구를 치기 때문에 첫 번째 조건은 충족이 된다. 그러나 두 번째 조건이 문제였다.

포켓볼은 남자와 여자 선수가 각 대륙에 다 있지만, 캐롬과 스누커는 그렇지 않다. IOC는 이 문제에 대해 두 번째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또한, 다른 종목과의 경쟁력에서 밀리는 것도 아킬레스건이다.


- 당구가 타 종목에 비해 경쟁력에서 밀린다는 것인가.

2020 도쿄 올림픽 정식종목 선정을 위해 일본에서 당구와 볼링, 두 종목을 놓고 어떤 종목을 더 선호하는지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었다.

조사 결과 당구는 완패했다. 볼링을 선호한다고 답변한 사람이 100만 명 이상이었고, 당구는 10만 명도 안 되었다. 그것이 당구가 도쿄 올림픽에서 탈락한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다.


-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하계 유니버시아드 등 당구가 정식종목에 채택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가장 기본적인 조건부터 충족해야 한다. 올림픽에서는 28개 핵심 종목 외에 3개 종목 정도를 개최국에서 선택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것을 통과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낙관적인 요소를 부각시키는 것보다 부정적 요소를 제거하여 종목 간 경쟁력을 확보해야만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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