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어즈=김민영 기자] 세계포켓볼당구협회(WPA)의 회장이자 올해부터 세계스포츠당구연맹(WCBS) 회장을 맡게 된 이안 앤더슨(69∙호주)이 지난 10월 구리에서 열린 '2017 구리 세계포켓9볼챔피언십' 참석을 위해 처음 한국을 방문했다.

앤더슨은 스누커 프로 선수 출신으로 73년부터 92년까지 스티브 데이비스나 레이 리어든 등과 같은 전설적인 선수들과 한 시대를 풍미했다. 90년경 포켓볼 세계 연맹체인 WPA가 결성될 무렵 우연히 포켓볼과 인연을 맺었고, 이를 계기로 현재에 이르게 되었다. 

프로 스누커 선수에서 포켓볼 단체인 WPA의 회장이 되기까지, 그리고 세계 당구계를 이끄는 WCBS의 수장으로서 바라보는 당구의 올림픽 비전에 대해 직접 들어보았다. 
 

당구 종목의 최상위 스포츠 연맹체인 세계스포츠당구연맹(WCBS) 이안 앤더슨 회장은 2024년 파리 올림픽 입성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내다 보았다. 앤더슨 회장은 "당구를 도와주는 인물들이 많다. IOC 토마스 바흐 위원장이 당구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것도 긍정적이다"라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 한국 당구 팬들, 그리고 <빌리어즈>와 처음 만나는 자리다. 정말 반갑다. 

한국에서 사상 최초로 열리는 뜻깊은 포켓볼 세계 대회가 개최되어서 방문하게 되었다. 한국 당구 팬들과 처음 만나서 매우 반갑고, <빌리어즈>와 인터뷰를 하게 되어 기쁘다.
 

- 현재 세계포켓볼당구협회 회장인데, 정작 본인은 포켓볼 선수가 아닌 스누커 프로 선수 출신이다. 어떻게 스누커 선수에서 포켓볼 단체 WPA의 회장이 되었나.

90년경에 일본의 가즈오 후지마 씨를 만나게 된 것이 포켓볼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였다. 나는 85년경에 스누커를 그만두었다가 90년부터 선수 생활을 재개했다. 대회에 출전하고 얼마 안 되었을 때, 가즈오 씨로부터 "포켓볼을 쳐보면 어떻겠냐"라는 제의를 받았다.

때마침 대만에서 대회가 하나 열렸고, 그다음 주에는 일본에서도 대회가 있어서 출전하게 되었다. 그렇게 처음 포켓볼하고 인연이 시작되었다.

당시에 WPA가 막 시작하는 단계였는데, 유럽의 유력 포켓볼 인사 몇 명과 일본의 가즈오 씨, 그리고 대만의 투융휘 회장 등 여러 사람이 포켓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서로 협력을 통해 WPA가 만들어졌다.

1991년에 호주가 포함된 오세아니아가 WPA의 회원이 되었고, 내가 오세아니아 대표자로 선출되었다. 그 후 꽤 오랫동안 WPA의 이사로 있다가 2003년에 WPA의 회장에 선출되었다. 
 

- WPA 회장 임기가 4년으로 알고 있는데, 그럼 2003년부터 현재까지 회장을 맡고 있나.

그렇다. 4년마다 새로운 회장을 선출하는데, 나 같은 경우 2003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WPA 회장으로 재임 중이다. 
 

- 오랜 시간 회장으로 재임하면서 많은 대회를 개최해왔을 텐데, 이번에 처음으로 열린 '2017 구리 세계포켓9볼챔피언십’은 어떻게 평가하는지 궁금하다. 

아주 좋았다. 보통 대회는 주어진 한정된 자원으로 이뤄지는데, 구리 같은 경우도 주어진 상황 안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선수들의 반응이 중요하다.

처음 치르는 포켓볼 대회이다 보니 모든 것이 완벽할 수는 없었겠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으며 대회를 끝마쳤다. 전체적으로 상당히 잘 치러진 대회라고 평가한다.


- 그동안 한국에서는 세계 규모의 포켓볼 대회가 거의 열리지 않았다. 한국에서 세계 포켓볼 대회를 개최한다고 신청했을 때, WPA에서는 선뜻 승인해 줄 수 있었는지 혹은 여러 가지 고민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전혀 고민하지 않았다. 한국에서 연락이 왔을 때 우린 무척 기뻤다. 한국에서 포켓볼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고 보았다. 포켓볼과 당구 종목 전체를 놓고도 한국에서 포켓볼이 성장하는 것은 상당히 좋은 일이다. 이번 구리 대회를 잘 활용해서 한국에서 포켓볼이 더욱 발전되길 기대한다. 
 

- 올해 7월에 열린 WCBS 로잔 총회에서 회장을 맡게 되었다. WCBS는 어떤 역할을 하는 단체인가.

WCBS의 회장 자리는 단지 포지션에 불과하다. WCBS는 각 종목의 단체에 어떤 영향력도 행사하지 않고,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같은 범세계적인 행사에 세계 당구계의 통합된 의견을 피력하기 위해 설립된 단체다. 

캐롬과 스누커, 포켓볼 등 각 당구 종목 단체의 회장이 4년마다 한 번씩 돌아가면서 회장직을 맡게 되는데, 이번에는 포켓볼 협회 회장인 내가 그 자리를 맡게 된 것이다.

WCBS는 세 종목 단체의 의견을 취합해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 세계 스포츠계에 한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한 창구 기능을 한다고 보면 된다.

[세계 당구 단체 조직도. 출처=WCBS 세계스포츠당구연맹] 캐롬, 스누커, 포켓볼 등 3개 종목이 합쳐 '당구(Billiards)'를 구성하고 각 3개 종목을 이끄는 종목 단체들이 위 도표와 같이 구성되어 있다. 도표를 보면, 스누커는 프로와 아마추어가 WPBSA와 IBSF로 나뉘어 있는데, 스누커가 한 단체인 세계스누커연맹(WSF)으로 통합되지 않는 문제는 매번 올림픽 입성에 걸림돌이 되어 왔다. 최근 이와 같은 시도가 캐롬에서도 진행되어 한국을 중심으로 '프로 연맹'을 창설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다수의 체육계 관계자들은 종목 단체가 난립하고 통합되지 않으면 올림픽 입성에 큰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김주석 편집장

- 당구가 올림픽 정식종목에 채택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  

당구가 올림픽에 입성하는 것은 오래전부터 세계 당구계의 목표이자, 꿈이었다. 그것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인지는 장담할 수는 없지만,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 좋은 기회가 생긴 것은 맞다. 

IOC가 대회마다 가이드라인을 바꾸는데, 지금의 가이드라인을 봐서는 당구가 올림픽에 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이 조금 커졌다고 할 수 있다. 

모든 스포츠 종목이 올림픽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에 새로운 종목이 올림픽에 포함되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다. 현실적으로도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는 종목은 매우 제한적이다.

경쟁이 심하다 보니 로비를 위해 꽤 많은 자금이 필요하지만, 우리가 그런 막대한 자금을 출연할 수 있는 단체가 아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현재 IOC 내부에서 당구를 도울 수 있는 자원들이 움직이고 있다. 이런 도움이 있기 때문에 오랜 염원을 이루는 꿈을 꿀 수 있게 되었다. 
 

- 당구는 2020년 도쿄 올림픽 정식종목에 채택되지 못했다. 그 원인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지난 2020년 도쿄 올림픽 정식종목 도전에서는 시간이나 자원 등 많은 부분이 부족했다. 본격적으로 IOC와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를 설득할 수 있을 만큼 시간이 충분하지 못했다. 

그러나 실패했던 도쿄의 도전이 언젠가 이뤄낼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이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도쿄 도전 덕분에 당구가 어떤 스포츠인지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긍정적인 것은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당구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당구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인물이 위원장이었더라면, 이야기하는 데도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다. 지금은 그보다 훨씬 좋은 상황이다.

IOC 본부가 있는 로잔에서 캐롬 3쿠션 대회인 '로잔 빌리어드 마스터스'가 수년 동안 개최되고 있는 부분도 효과를 보고 있다. 

물론 이것만 갖고 정식종목 채택이 될 수 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관계자들의 전반적인 당구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고 이해도가 높아져서 지난 도쿄보다는 훨씬 수월하다고 생각한다.


- 당구가 올림픽에 채택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부분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당구(Billiards)는 캐롬(Carom)과 스누커(Snooker), 포켓볼(Pool) 등 3개 종목이 합쳐진 종목이다. 따라서 3개 종목 모두 인프라가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해야 한다.

세 종목 중에 포켓볼이 전 세계에 가장 많이 보급된 종목이기 때문에 의견 피력에 큰 도움이 된다. 스누커는 프로화 과정을 거쳐서 가장 많이 방송에 노출되고 있는 종목이다. 

캐롬 인프라가 일부 국가로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현재 당구는 세 종목의 인프라를 합치면 전 세계 수억 명이 즐기는 스포츠로 인정받고 있고 올림픽에 정식종목에 채택될 수 있는 여러 조건에도 부합한다. 

현재로서는 이 조건을 최대한 활용해서 올림픽에 입성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앞으로 당구가 포함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올림픽은 언제라고 예상하고 있나. 이를 위해 WCBS에서는 현재 어떤 준비를 하는가.

2024년 파리 올림픽에 들어가는 것이 지금의 목표다. 가능성을 더 높이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번 도전에 성공하기 위해 WCBS에서는 캐롬과 스누커, 포켓볼 종목 모두 참가하는 준 올림픽 수준의 'WCBS 챔피언십'을 기획하고 있다. 이것은 올림픽에 들어가기 위한 전초전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당구는 4년마다 월드게임(World Games)이 개최되고 있지만, 이런 성격의 국제종합대회가 자주 열려서 당구에 대한 스포츠적 이미지를 전 세계에 홍보해야 한다. 이것은 중요한 부분이다. 

'WCBS 챔피언십'을 4년에 한 번 개최할 수 있다면, 월드게임 중간에 대회를 개최하는 것이므로 2년 기간으로 두 대회가 번갈아가면서 열릴 수 있도록 기획 중이다.
 

- 그 밖에 또 당구의 올림픽 입성을 위해서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세 종목을 모두 참가하는 국가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이를 확충해야 한다. 또한, 세 종목 모두 주니어 선수들 육성에 힘써서 국제무대에서 많은 주니어 선수들이 활약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 세계 스포츠계에 알려야 한다.

또한, 심판도 중요하다. 세 종목을 모두 볼 수 있는 심판을 양성하는 부분도 필요하다. 

 

- 지난 로잔 총회 때 올림픽에 들어갈 경우 세 종목의 메달 수에 대한 대략적인 논의가 있었던 거로 알고 있다. 구체적인 의견이 있었나.

물론,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하지만 단지 이야기를 나눴을 뿐 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 모든 결정은 우리가 아닌 IOC의 뜻에 달려 있다.

캐롬, 스누커, 포켓볼 중 총 세부 종목을 여섯 부문으로 나누어서 남녀 개인전으로 열릴 수도 있고, 참가국 기준으로 종목별 비중을 둘 수도 있다. 또한, 각 종목의 승점을 합쳐서 총점으로 우승 국가를 가릴 수도 있다. 방법은 여러 가지지만, IOC의 안을 수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지난 7월 로잔 총회에서 선출된 WCBS 새 집행부 임원들. 왼쪽부터 페르난도 레케나, 마르친 크르체민스키, 이안 앤더슨, 디안 와일드, 제이슨 퍼거슨, 파룩 엘 바르키, 무바라크 알 카야린, 마이클 알 코우리. 사진제공=WCBS 세계스포츠당구연맹

- 한국에서 계속해서 '구리 세계포켓9볼챔피언십’이 열리길 기대하나.

물론이다. 우리가 올림픽 도전에서 가장 장점으로 부각시키고 있는 포켓볼 인프라가 확충되는 것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매년 정기적인 포켓볼 대회가 열리게 된다면 올림픽에 들어가는 데 아주 큰 힘이 될 것이다. 
 

- 오늘 인터뷰에 응해 주어서 고맙다. 곧 다시 만날 수 있길 기대하겠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

나도 만나서 반가웠다. 한국에서 포켓볼이 성장할 수 있도록 WPA 회장으로서 응원과 도움을 아끼지 않겠다. <빌리어즈>에서 세계 당구계의 흐름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알려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WCBS와 WPA 등 당구 단체들의 활동에 많은 응원을 보내주기를 부탁한다. 당구가 올림픽에 입성하고 다른 종목 이상으로 크게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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