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쏙 빼닮은 힘의 원리가 지배하는 당구대 위의 세상

사진 SBS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
당구대 위의 세상은 온전히 힘의 방향과 힘의 세기에 의해 지배된다. 힘만이 곧 진리다. 현실의 세상과 쏙 빼닮았다.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의 절대 권력자이자 법무법인 한송의 대표 한정호(유준상)는 이렇게 말한다.

“한송클럽에 왜 당구대를 놔뒀는지 알아? 그 위에서는 물리가 곧 진리거든. 힘의 방향, 합력. 5도만 틀려도 안 먹지.”

SBS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한정호가 절대 권력을 휘두르는 법무법인 한송은 지는 사건도 이기게 만드는, 국무총리도 원하는 사람으로 선임할 수 있는 권력 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대한민국 최고의 로펌이며, 의뢰인들의 비자금 조성과 모든 나쁜 일을 합법적으로 저지르는 최악의 로펌이다.

한정호는 바로 그 법무법인 한송의 두뇌이자 대표이다. 물론 덕분에 한송에 붙어먹은 사람은 한송의 권력과 재력 한 귀퉁이를 공유하며 마치 자신의 것인 양 떵떵거리며 살고, 비도덕적인 한송을 비판하는 사람은 사회적 폐인이 된다.  이런 한송의 라운지층에는 선택받은 사람들만 들어올 수 있는 최고의 클럽, 한송클럽이 있다.

최고의 인테리어와 최고의 술, 그리고 최고의 인맥이 만나는 그 곳 가장 중심에 당구대가 놓여 있다. 손님들이 기다려야 할 때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도 하고, 무거운 업무에 시달린 변호사들이 잠시 머리를 시키기도 한다. 뭐, 가끔 당구대를 사이에 두고 날카로운 신경전이 오가기도 한다.

하지만 한송클럽에 당구대를 설치한 이유는 따로 있다.  한정호는 당구대를 이용해 힘의 원리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힘과 권력의 상관관계. 어떤 힘을 어떻게 보내야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지를 가장 명료하게 보여주는 것이 당구니까.

당구대를 통해 상징적으로 그가 가지고 있는 힘과 권력의 이해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한 예로, 지극히 평범하게 살아온 어린 며느리가 빠르게 권력을 이해하고 습득하며 그 힘의 원리를 이용하는 방법을 완벽하게 터득해 나가는 모습을 보며 이런 대사를 던진다.  

“애가 당구를 배웠나?”  

그렇다. 당구대 위의 세상은 온전히 힘만이 존재한다. 힘을 제대로 이해하고 상황에 맞는 적절한 힘의 양과 방향을 계산해야 점수를 얻을 수 있다. 권력을 얻는 방법도 똑같다. 어떤 힘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 어떤 공을 어떻게 맞힐 것인가 대신 누구의 힘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가 숙제로 남는다.  사람들이 당구에 빠지는 이유도 어쩌면 여기에 있는지 모르겠다.

세상에서 마음대로 휘두를 수 없는 힘을 당구대 위에서는 내 마음대로, 내 뜻대로 휘두를 수 있고, 그 힘이 적절했는지 혹은 과했는지, 맞는 방법이었는지 틀린 방법이었는지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당구대 위에서는 어떠한 변수도 없이 절대자인 나의 힘에 의해서만 공들이 움직인다. 
 
정복하고 과시하기 좋아하는 남자들에게 이만한 스포츠가 또 있을까. 특히 권력의 구조와 닮아 있는 이 게임은 인간의 권력으로 향한 욕구에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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