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체스, 결승서 16이닝 만에 50:19로 차명종 꺾고 당구월드컵 '통산 15승'

"한국에서 우승은 언제나 어려워... 좋은 경기하기 위해 최선 다해"

'2022 서울 3쿠션 당구월드컵'에서 우승한 다니엘 산체스(스페인).  사진=이용휘 기자
'2022 서울 3쿠션 당구월드컵'에서 우승한 다니엘 산체스(스페인). 사진=이용휘 기자

[빌리어즈=김도하 기자] '3쿠션 사대천왕' 다니엘 산체스(48·스페인)가 4년 만에 열린 서울 당구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산체스는 28일 저녁 9시 태릉선수촌 내 승리관에서 열린 '2022 서울 3쿠션 당구월드컵' 결승전에서 한국의 차명종(44·인천시체육회)을 16이닝 만에 50:19로 꺾고 개인통산 15번째 당구월드컵 우승을 기록했다.

지난 2021년 11월 네덜란드 베겔에서 한국의 허정한(45·경남)을 결승에서 꺾고 우승했던 산체스는 9개월여 만에 다시 한국 선수를 누르고 1승을 더 추가했다.

이번 대회 결승에서 산체스와 대결한 차명종은 사상 처음으로 세계대회 본선 16강 진출을 달성한 데 이어 8강전과 준결승전도 연달아 승리하며 결승까지 돌풍을 일으켰다.

반면, 산체스는 28년 동안 무려 26번이나 당구월드컵 결승에 올라온 베테랑 중의 베테랑.

입상실적과 경력만 놓고 보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나 다름없었다. 이러한 경험과 통계의 차이는 무시할 수 없었다.

산체스는 지난 2017년 룩소르부터 지난해 베겔 대회까지 올라온 3번의 결승전을 모두 이겼다.

그중 2번은 세계 최강자인 딕 야스퍼스(57·네덜란드)를 상대로 따낸 승리였다.

야스퍼스는 이번 대회에서도 산체스의 결승 진출의 제물이 됐다. 산체스는 준결승전에서 만난 야스퍼스를 50:49, 1점 차로 누르고 결승에 올라왔다.

7:21로 전반에만 14점이나 뒤졌던 열세를 뒤집고 단 1점 차이로 역전승을 거둔 역대급 명승부였다.

앞서 8강에서는 강적 토브욘 블롬달(60·스웨덴)을 21이닝 만에 50:30으로 꺾었고, 16강전은 허정한과 대결해 28이닝 만에 50:37로 승리했다.

또한, 허정한을 비롯해 32강 리그전에서 만난 황봉주(39·안산시체육회)와 김준태(27·경북), 서창훈(41·시흥시체육회) 등 한국 선수와 치른 4경기를 포함해 총 6전 전승을 거두고 결승에서 차명종과 만났다.

그 과정에서 하이런 18점과 평균 2점대 이상의 득점력을 보여주는 등 산체스는 이번 대회에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했다.

결승전 뱅킹.  사진=이용휘 기자
결승전 뱅킹. 사진=이용휘 기자
결승전에서 샷을 하는 산체스.  사진=이용휘 기자
결승전에서 샷을 하는 산체스. 사진=이용휘 기자
아쉽게 준우승에 머문 차명종의 결승 경기 장면. 사진=이용휘 기자
아쉽게 준우승에 머문 차명종의 결승 경기 장면. 사진=이용휘 기자

이런 산체스를 결승전에서 이긴다는 것은 쉽지 않아 보였다. 산체스는 불리한 홈 어드밴테이지에도 불구하고 결승에서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결승전은 1시간 10분 만에 끝났다. 16차례 타석에 선 산체스는 5이닝 단 한 번을 제외한 15번을 모두 득점했다.

하이런은 8점에 불과했지만, 산체스는 끊임없이 소나기타를 터트리며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차명종은 초반 4이닝까지 연속득점을 올리면서 10:13으로 따라붙었으나, 중단타를 계속 쏟아붓는 산체스의 파상공세에 템포를 놓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후반전 13이닝, 30:16으로 앞섰던 산체스는 연속 8득점 쐐기타와 후속타 4득점까지 단숨에 12점을 쓸어담아 42:16으로 크게 점수를 벌렸다.

15이닝 산체스가 1점 더 보태면서 무려 27점 차. 반전을 기대하기에는 점수가 너무 벌어졌다.

산체스는 19이닝 선구 타석에서 차명종이 3점을 득점하자 곧바로 후구에서 남은 7점을 모두 득점하고 50:19로 승부를 마감했다.

이번 결승전 산체스의 애버리지는 3.125. 세계캐롬연맹(UMB)이 50점제로 본선 경기방식을 바꾼 2019년 이후 당구월드컵 결승전 중 가장 높은 애버리지 기록이다.

경기 후 인사를 나누는 산체스와 차명종.  사진=이용휘 기자
경기 후 인사를 나누는 산체스와 차명종. 사진=이용휘 기자
이번 대회 입상자들. 왼쪽부터 준우승 차명종, 우승 다니엘 산체스, 공동 3위 딕 야스퍼스, 그웬달 마르샬.  사진=이용휘 기자
이번 대회 입상자들. 왼쪽부터 준우승 차명종, 우승 다니엘 산체스, 공동 3위 딕 야스퍼스, 그웬달 마르샬. 사진=이용휘 기자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기뻐하는 산체스.  사진=이용휘 기자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기뻐하는 산체스. 사진=이용휘 기자

우승 인터뷰에서 산체스는 "한국에서 우승을 하는 것은 언제나 어렵다. 좋은 경기를 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그런 경기를 보여줘서 만족한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고비였던 야스퍼스와의 준결승전에 대해서 "초반부터 원하는 대로 컨트롤이 되지 않아서 어려운 경기였다. 그렇지만 최선을 다했고 1점 차 승리를 따내 기쁘다"라고 말했다.

준우승자 차명종은 이번 대회에서 사상 처음 당구월드컵 결승에 올라가며 꿈에 도전했지만, 아쉽게도 마지막 한고비를 넘지 못했다.

그러나 차명종은 이번 대회에서 세계 16강의 벽을 허물었고, 김행직(30·전남)과 세미 사이그너(58·튀르키예) 등 최강자들을 차례로 제압하며 준결승까지 진출해 값진 첫 세계대회 입상실적을 기록했다.

돌풍의 주인공들끼리 진검승부를 벌인 준결승전에서도 차명종은 강한 인상을 남겼다.

차명종은 통렬한 역전 하이런 15점을 발판 삼아 '프랑스의 신성' 그웬달 마르샬(25)에게 24이닝 만에 50:48로 역전승을 거두며 결승에 올라갔다.

차명종은 인터뷰에서 "팬 여러분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 이렇게 많은 응원을 받았지만, 우승을 하지 못해 죄송하다.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고, 더 열심히 노력해서 다음에는 꼭 산체스를 이기겠다. 어려운 가운데 선수 생활을 하는 우리 당구선수들에게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이번 대회 우승자 산체스는 1만6000유로(한화 약 2140만원), 차명종은 1만유로(약 1300만원), 공동 3위 야스퍼스와 그웬달은 각각 6000유로(약 80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UMB가 주최하는 3쿠션 당구월드컵은 오는 10월 23일부터 29일까지 네덜란드 베겔에서 다음 대회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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