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쿠션 프로(PBA) 출범 후 사파타, 마르티네스 등 챔피언 오르며 '스페인 전성시대' 이끌어

포켓볼에서도 스페인이 연 1회 개최되는 국가대항전 사상 처음으로 우승

프로당구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스페인의 다비드 사파타.  사진=PBA 제공
프로당구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스페인의 다비드 사파타. 사진=PBA 제공

[빌리어즈=성지안 기자] "이제 스페인에는 다니엘 산체스만 있는게 아냐"

최근 세계 당구계에 몰아치고 있는 '스페인 바람'이 아주 매섭다. 스페인의 젊은 선수들이 유럽과 아시아 등 여러 세계당구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주목을 받고 있다.

스페인은 수십 년 동안 '3쿠션 사대천왕' 다니엘 산체스(48)라는 거물급 당구선수만 유일하게 세계대회를 우승해 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다니엘 산체스 외에는 딱히 알려진 선수조차 없었고, 정상권에 올라가거나 랭커로 활약할 만한 선수가 거의 없었다.

다니엘 산체스의 주 종목인 캐롬 3쿠션은 몇몇 눈에 띄는 선수가 있었지만, 세계 정상급으로 성장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해 보였다.

82년생 루벤 레가즈피(40)는 20대 후반이었던 2009년 후르가다 3쿠션 당구월드컵 4강과 2013년 코린트 3쿠션 당구월드컵 결승에 진출하며 주목을 받았지만, 정상에 오르지는 못했다.

'주니어 3쿠션 세계챔피언' 출신 하비에르 팔라존(34)이 가장 촉망 받아서 다니엘 산체스의 뒤를 잇는 선수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하지만, 성인 무대에서 팔라존도 다니엘 산체스만큼 파급력이 있지는 않았다. 팔라존은 2019년 블랑켄베르크 3쿠션 당구월드컵을 우승한 이후 프로당구(PBA)로 이적했다.

포켓볼의 경우 오랫동안 간판선수로 활약해 온 다비드 알카이데(43)가 유일하게 주목받는 선수였다.

1978년생인 알카이데는 2017년과 2019년 월드풀마스터스에서 징검다리 우승하며 뒤늦게 빛을 보았다.

스페인은 이렇게 다니엘 산체스를 선두로 캐롬의 레가즈피와 팔라존, 포켓볼의 알카이데가 명맥을 이어왔다.

그러나 최근 90년대생 젊은 선수들의 활약에 힘입어 스페인 당구의 위력이 재조명되고 있다.

사파타와 함께 프로 첫 시즌에 데뷔했던 마르티네스는 우승 2회의 성적을 올렸다.  빌리어즈 자료사진
사파타와 함께 프로 첫 시즌에 데뷔했던 마르티네스는 우승 2회의 좋은 성적을 올렸다. 빌리어즈 자료사진

스페인은 2019년에 한국에서 캐롬 3쿠션 프로가 출범할 때 간판선수 다니엘 산체스는 아마추어에 잔류했고, 오히려 젊은 선수들은 프로행을 택했다.

당시 프로에 도전했던 선수는 20대 중후반이었던 다비드 사파타(블루원리조트)와 다비드 마르티네스(크라운해태).

92년생인 사파타는 아마추어 시절에는 세계대회에서 큰 활약이 없던 선수다. 또한, 91년생 마르티네스도 프로 데뷔 전까지 사파타처럼 기대를 받던 선수였지 내세울 만한 성적은 없었다.

따라서, 억대의 우승상금이 걸린 프로 무대에서 두 선수가 어떤 활약을 보여줄 것인지는 미지수였다.

다만, 프로당구(PBA) 투어가 세트제와 뱅크 샷 2점제 등 규칙의 변화와 함께 3쿠션 사상 최초로 억대 우승상금이라는 프리미엄까지 걸린 대회이기 때문에 뚜껑을 열기 전에는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스페인의 두 '영건'은 프로 무대에서 펄펄 날았다. 사파타는 상금 3억원이 걸린 월드챔피언십을 우승했고, 2년 연속 월드챔피언십 결승에 올라 지난해에는 준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첫 시즌부터 한 차례 투어 준우승을 차지한 사파타는 시즌2 월드챔피언십 우승과 시즌3 월드챔피언십 준우승, 그리고 시즌3에 투어 준우승 2회와 시즌4 개막전 준우승 등 무려 여섯 번이나 결승에 오르며 맹활약을 펼쳤다.

줄곧 통산 상금랭킹 1위를 달리던 사파타는 지난해 말부터 프레데릭 쿠드롱(웰컴저축은행)의 독주가 시작되면서 2위로 내려왔으나, 총 5억3750만원의 상금을 받아 쿠드롱을 제외하면 현재 가장 많은 상금을 수확한 선수다.

마르티네스는 세 번의 시즌 동안 투어에서 두 차례 우승하며 2억7850만원의 상금을 획득해 상금랭킹 3위에 올라 있다.

프로 첫해에 투어 우승과 준우승, 4강 등의 성적을 거둔 마르티네스는 시즌2에는 다소 부진했지만, 시즌3부터 다시 맹타를 휘둘러 2차 투어 우승과 4강, 8강 등의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프로 데뷔전에서 한국의 강호 박동준, 서현민, 한동우 등을 차례로 꺾고 16강에 진출한 안타니오 몬테스.  사진=PBA 제공
프로 데뷔전에서 한국의 강호 박동준, 서현민, 한동우 등을 차례로 꺾고 16강에 진출한 안타니오 몬테스. 사진=PBA 제공

PBA 투어에서 스페인은 사파타와 마르티네스를 필두로 팔라존과 '주니어 3쿠션 세계챔피언' 출신 카를로스 앙귀타(25) 등 4명이 활약해왔다.

올해부터는 안토니오 몬테스(29), 안드레스 카리온(27), 이반 마요르(21) 등 스페인의 신인 선수들이 프로에 데뷔했다.

이 선수들의 활약도 심상치 않다. 몬테스는 첫 데뷔 무대였던 이번 시즌 개막전 '블루원리조트 PBA 챔피언십'에서 16강까지 올랐다.

128강에서는 박동준을 승부치기에서 2:1로 꺾었고, 64강에서 '팀리그 MVP' 서현민(웰컴저축은행)에게 세트스코어 3-0의 완승을 거두는 이변을 일으켰다.

32강에서도 한동우에게 3-1 승리를 거둔 몬테스는 16강에서는 튀르키예의 강호 비롤 위마즈(웰컴저축은행)에게 2-3으로 졌지만 풀 세트 승부를 벌이며 아주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스페인은 이번 시즌 개막전에서 32강에 4명, 16강에 3명이 올라가는 활약을 펼쳤다. 

오랫동안 다니엘 산체스밖에 보이지 않았던 스페인의 선수들이 최근 3년 동안 많은 성장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거 아마추어 시절 세계 무대에서 벨기에의 판이 벌어졌다면, 프로 무대에서는 스페인 당구의 전성시대가 열릴지도 모른다. 앞으로 PBA 무대에서 스페인의 활약이 무척 기대된다.

스페인의 사상 첫 우승을 이끈 다비드 알카에다(오른쪽)와 프란시스코 산체스 루이즈.   사진=Matchroom Sport 제공
스페인의 사상 첫 우승을 이끈 다비드 알카에다(오른쪽)와 프란시스코 산체스 루이즈. 사진=Matchroom Sport 제공

한편, 스페인은 최근에 포켓볼 종목에서도 역사상 처음 국가대항전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19일 잉글랜드 브렌트우드에서 열린 '월드컵 오브 풀 2022' 결승전에서 스페인은 싱가포르를 세트스코어 11-6으로 꺾고 사상 첫 우승을 기록했다.

미국과 영국, 오스트리아 등 서구권 포켓볼 강국과 필리핀, 대만, 중국 등 아시아권 강국이 주로 우승을 나눠왔던 국가대항전에서 스페인은 알카이데와 신예 프란시스코 산체스 루이즈(30)를 내세워 처음으로 정상에 올랐다.

스페인의 우승을 향한 여정에서 강호 영국과 대만은 차례로 제물이 되었다. 포켓볼 종목에서도 스페인발 돌풍이 PBA처럼 크게 몰아칠 것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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