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 외리센, 32강 종합 1위로 통과... 韓 안지훈도 블롬달 꺾고 G.A. 2.458 기록하는 등 '펄펄'

외리센·안지훈 모두 예선 2라운드부터 출전... 외리센 이번 대회 총 8승 1무 '무패 행진'

안지훈은 2라운드 2위로 탈락했다가 '행운의 3라운드' 진출 후 16강 쾌거 달성

무명의 제프리 외리센(네덜란드, 사진 왼쪽)과 한국의 안지훈(대전)이 '2021 베겔 3쿠션 당구월드컵' 32강 리그전에서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치며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사진=Ton Smilde
무명의 제프리 외리센(네덜란드, 사진 왼쪽)과 한국의 안지훈(대전)이 '2021 베겔 3쿠션 당구월드컵' 32강 리그전에서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치며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사진=Ton Smilde

[빌리어즈=김주석 기자] 세계 무대에서 무명에 가까운 네덜란드 선수 제프리 외리센(세계랭킹 249위)과 한국의 안지훈(대전, 세계 252위)이 32강 무대를 흔들었다.

두 선수는 '2021 베겔 3쿠션 당구월드컵' 본선 32강 리그전에서 각각 종합 1위와 통산 평균득점(G. A.) 1위 등을 차지하며 반란을 일으켰다.

이들은 '세계 챔피언' 토브욘 블롬달(스웨덴)과 한국의 김행직(전남)을 꺾는 등 놀라운 실력으로 1년 9개월 만에 막 올린 3쿠션 축제를 뜨겁게 달구었다.

외리센은 한국시간으로 12일 새벽에 끝난 32강 조별 리그전 3전 전승으로 G조 1위에 올랐다. 

놀라운 것은 외리센의 상대가 김행직(세계랭킹 8위)과 김준태(경북체육회, 세계 30위)를 비롯해 터키의 무랏 나시 초클루(세계 12위)였다는 것.

객관적인 전력상 외리센은 G조 최약체로 평가되었고, 16강 진출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번 대회에 예선 2라운드(PPQ)부터 출전한 외리센은 최종예선까지 3일간 패배 없이 5승 1무로 통과하며 32강에 올라왔다.

예선 2라운드에서 통산 평균득점 1.132을 기록하고 1승 1무로 I조 1위에 올라 3라운드에 진출했고, 이어서 3라운드에서는 D조 1위에 오르며 2승, 평균득점 1.276을 기록했다.

최종예선인 4라운드에서도 2승을 거둔 외리센은 F조 1위에 올라 첫 본선 무대를 밟았다. 4라운드를 통산 평균득점 1.428로 통과하면서 경기를 치를 수록 점점 좋아졌다.

그러나 32강에서 만난 상대들이 너무 쟁쟁한 탓에 외리센의 승리를 점치는 사람은 없었다.

막상 뚜껑이 열리자 외리센은 펄펄 날았다. 외리센의 첫 상대인 초클루는 18이닝까지 한 번도 주도권을 내주지 않다가 경기 막판 외리센의 3-6-1-2 연속타에 역전을 허용하고 34:40(21이닝)으로 무너졌다.

두 번째 김행직과의 경기는 2, 3이닝에서 외리센의 하이런 12점 두 방이 연속으로 터지면서 3이닝 만에 27:0의 스코어가 되었다.

외리센의 충격파 탓에 김행직이 7이닝까지 점수를 올리지 못하면서 33:0이라는 기록적인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이 경기에서 외리센은 13이닝 만에 40:8로 대승을 거두며 2승으로 본선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한국의 김행직과 김준태, 터키의 무랏 나시 초클루를 꺾고 16강 무대를 밟은 제프리 외리센.  사진=Ton Smilde
한국의 김행직과 김준태, 터키의 무랏 나시 초클루를 꺾고 16강 무대를 밟은 제프리 외리센. 사진=Ton Smilde

앞선 경기에서 김행직과 김준태는 40:40(33이닝) 무승부를 기록했고, 두 번째 턴에서는 김준태가 23이닝 만에 40:29로 초클루를 꺾어 1승 1무가 되었기 때문에 김행직(1무 1패)과 초클루(2패)의 탈락이 유력해졌다.

마지막 경기에서는 외리센 대 김준태, 김행직 대 초클루의 승부가 벌어졌다. 외리센과 김준태의 대결은 초반부터 끝까지 박빙이었다.

14이닝까지 21:21, 22이닝까지 32:32 등 우열을 가릴 수 없는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외리센은 34:36으로 2점 뒤진 24이닝 공격에서 끝내기 6득점에 성공하며 40:36으로 승리, 3전 전승으로 조 1위를 차지했다.

같은 시각 김행직은 21이닝 만에 40:32로 초클루를 꺾고 기사회생하며, 조 2위 자리를 노렸다.

김행직은 김준태와 1승 1무 1패로 동률을 기록했으나, 외리센과의 대결에서 평균득점 0.615(13이닝 8득점)를 친 여파로 통산 평균득점 1.313에 머물러 1.450으로 경기를 마친 김준태에게 밀려나 3위로 탈락했다.

외리센은 16강전에서 한국의 강자인(충북)과 대결한다. 강자인은 32강에서 A조 2위로 16강에 합류했다.

김행직과 김준태를 꺾은 외리센이 다시 한번 한국 선수를 제물로 당구월드컵 8강 무대를 밟게 될 것인지 주목된다.

안지훈은 첫 경기에서 대결한 '3쿠션 사대천왕' 토브욘 블롬달(스웨덴)을 격추하며 탄력을 받았다.  사진=Ton Smilde
안지훈은 32강 첫 경기에서 대결한 '3쿠션 사대천왕' 토브욘 블롬달(스웨덴)을 격추하며 탄력을 받았다. 사진=Ton Smilde

외리센과 함께 32강에서 활약이 두드러졌던 또 한 명의 선수는 한국의 안지훈이었다.

안지훈은 E조에서 토브욘 블롬달, 제러미 뷰리(프랑스), 레이몽 버그만(네덜란드) 등 굴지의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쟁해 조 1위에 올랐다.

2승 1패를 거둔 안지훈은 통산 평균득점 2.458을 기록하며 32강 출전 선수 중 가장 좋은 샷 감각을 보여주었다.

안지훈은 첫 상대부터 가장 어려운 블롬달을 만났지만, 침착하게 경기를 주도권을 잡고 블롬달을 서서히 제압해 갔다.

그러다가 24:25로 1점 지고 있던 11, 12이닝에서 연달아 연속 7점짜리 결정타 두 방을 터트리며 마침내 블롬달 격추에 성공했다.

끈적하게 벌어지던 접전 양상을 뒤집고 한순간에 38:26으로 앞선 안지훈은 15이닝에서 마무리 2득점을 올리며 40:29로 승리했다.

버그만과 대결한 다음 경기에서는 더 펄펄 날았다. 안지훈은 2이닝부터 2-9-2-4 연속득점을 올려 17:5로 리드한 뒤 24:7로 크게 앞서 있던 9이닝 타석에서 하이런 12점을 작렬시켰다.

36:7로 승부의 추가 크게 기운 상황, 마무리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안지훈은 곧바로 11이닝에서 4점을 득점하고 40:10 승리를 거두며 2승으로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안지훈은 마지막 경기에서 아깝게 뷰리에게 역전패했지만, 출전 선수 중 가장 높은 통산 평균득점 2.458을 기록하며 활약을 펼쳤다.   사진=Ton Smilde
안지훈은 마지막 경기에서 아깝게 뷰리에게 역전패했지만, 출전 선수 중 가장 높은 통산 평균득점 2.458을 기록하며 활약을 펼쳤다. 사진=Ton Smilde

다음 경기에서 안지훈은 2패로 먼저 탈락한 뷰리와 대결했다. 세계랭킹 15위 뷰리는 앞서 버그만과 블롬달에게 연패를 당했다.

따라서 체면을 구긴 뷰리가 안지훈과의 대결에서 총력전에 나서면서 두 선수의 승부는 아주 치열했다. 

안지훈은 경기 중반부터 주도권을 잡기 시작해 20이닝에서는 35:29로 리드했지만, 뷰리가 21이닝 5득점, 22이닝 4득점을 연속득점하면서 38:40으로 아깝게 역전패했다.

이번 대회에서 안지훈은 외리센과 같이 예선 2라운드부터 출전했다. 2라운드에서 안지훈은 1승 1패로 조 2위로 탈락했으나, 3라운드에 출전하는 카라즈 톨가한(터키)이 갑자기 불참하면서 운 좋게 3라운드에 올라왔다.

안지훈은 3라운드와 4라운드는 각각 2승을 거두고 조 1위로 통과하며 행운의 기회를 살렸다.

16강에서 안지훈은 세계랭킹 4위의 강자 타이푼 타스데미르(터키)와 대결한다. 타스데미르는 D조에서 한국의 허정한(경남)과 40:40 무승부를 기록했고, 조 2위로 16강에 진출한 바 있다.

안지훈이 16강전에서 타스데미르를 제압하고 8강 진출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

안지훈과 타스데미르의 16강 경기는 한국시간으로 12일 오후 8시에 시작하며, 유튜브와 아프리카TV 등에서 생중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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