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우성 / 메이크업&헤어=신오키새날
사진=이우성 / 메이크업&헤어=신오키새날(02.542.1475)

[빌리어즈=김민영 기자] 대한민국 엘리트 체육을 육성하는 대한체육회 산하에서 당구선수를 총괄하는 대한당구연맹의 여자 3쿠션 랭킹 1위였던 김민아가 프로당구협회(PBA, 총재 김영수)로 이적한 후 6개월이 흘렀다.

와일드카드로 LPBA 투어 두 번째 시즌에 4차례의 대회에 참가했으나 만족할 만한 성적은 아니었다. 새 시즌은 다를 것이라는 김민아가 프로 당구선수로서의 각오를 들려주었다. 

 

Q : 프로당구협회로 이적하고 벌써 6개월이 지났다. 시즌 중간에 이적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A : 세계선수권대회를 한 해 더 나가고 싶은 마음에 이적 시기를 미루고 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세계대회가 열릴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기다리기만 하다가는 너무 늦을 것 같아서 더 늦기 전에 프로로 이적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프로라 함은 선수로서의 가치가 중요하지 않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고 프로로 전향하고 싶었는데, 계속 기다리다가는 나이만 더 들고, 선수로서의 가치만 낮아질 것 같아서 급하게 프로 이적을 결정했다. 

 

Q : 시즌 중간에 합류해 와일드카드로 4번의 투어에 참여했다. LPBA 투어에 참여해본 소감은 어떤가?

A : 솔직히 첫 시합은 그렇게 긴장되지 않았다. 어느 정도 실력이 있다면,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대회에 임했다. 오히려 주위 분들이 생소한 서바이벌이나 LPBA 규칙 때문에 내가 스스로 무너지거나 다른 선수들의 영향을 받을까 봐 걱정을 많이 해주셨다.

처음 예선 두 경기는 당구장에서 해서 그전과 다른 점을 못 느꼈는데, 32강전부터 방송대회에 들어가니 모든 게 너무 낯설었다. 그 모든 환경들이 나를 위축시키고 긴장시켰다. 그러면서 실력 발휘를 전혀 못 했고, 첫 시합이라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지만 열심히 해야겠다는 동기부여만 얻고 돌아왔다. 

 

Q : 두 번째 대회는 8강까지 갔다. 적응이 좀 된 건가?

A : 서바이벌 경기를 잘 넘겼다고 생각하고 세트제를 가면 오히려 내 게임을 보여 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세트제를 가니까 그때부터는 2점제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 다른 선수들은 2년 동안 2점제에 대한 감각을 많이 키운 상태였는데, 나는 그 부분이 많이 부족했다.

그래도 8강까지 왔으니 한 단계 올라왔다고 생각하고 세 번째 투어를 나갔는데 1회전에서 똑 떨어졌다. 그때는 진짜 절망적이었다.

그때가 코로나 때문에 당구장 영업을 아예 못 하던 때여서 훈련을 평소 하던 루틴대로 하지 못했고, 같이 시합할 사람이 없이 혼자만 연습하다 보니 대회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털어내기 힘들 정도로 충격적이었지만 다음 대회가 시즌 마지막 대회라 잘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털고 일어났다. 

사진=이우성 / 메이크업&헤어=신오키새날(02.542.1475)
사진=이우성 / 메이크업&헤어=신오키새날(02.542.1475)

Q : 그다음 네 번째 대회에 다시 8강까지 올라갔다. 

A : 정규 시즌 마지막 대회라 그 대회 후에 열리는 파이널 대회 진출에 대한 기대감이 없지 않았지만 대회 중에는 파이널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막상 그게 눈앞에 다가오고, 한 게임만 더 이기고 4강까지만 가면 파이널에 진출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부터 욕심이 좀 생겼다.

그런데 하필 8강에서 요즘 가장 잘나가고 있는 이미래 선수와 만난 거다. 긴장도 많이 됐고, 꼭 이겨야 한다는 욕심도 생겼고, 게다가 상대는 마냥 편하지 않은 이미래라는 선수였다. 그러다 보니 게임이 내 마음대로 안 풀리더라. 

 

Q : 이미래는 그날 김민아를 꺾고 결국 우승까지 차지했다. 

A : 이미래 선수랑 경기를 하면 이상하게 둘 다 경기력이 안 나온다. 미래랑 나랑 둘다 쉽지 않은 경기를 했다. 특히 나는 2세트에서 마지막 1점을 남겨 둔 상태에서 운이 너무 너무 너무 안좋았다. 그 세트를 가져왔더라면 어땠을까. 많이 아쉬웠다. 

 

Q : 프로로 이적한다고 했을 때 주위의 반응은 어땠나?

A : 다들 기다렸다는 듯이 좋아해 주셨다. 사실상 방송 시합을 함으로 인해서 팬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건데, 연맹에서는 여자 방송 시합이 많지 않았고, 결승전에 가야만 그나마 특정 채널에서 대회를 중계했기 때문에 방송 시합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없었다.

반면에 LPBA 투어는 여러 방송에서 많이 나오다 보니 주위에서 “너 잘하는 모습 방송으로 보고 싶다” 이런 말씀을 많이 하셨는데, 프로로 간다니까 너무 좋아해 주시더라. 

사진=이우성 / 메이크업&헤어=신오키새날(02.542.1475)
사진=이우성 / 메이크업&헤어=신오키새날(02.542.1475)

Q : 프로로 이적하고 첫 시합 하러 경기장에 왔을 때는 어땠나?

A : 먼저 LPBA에 와 있던 선배, 후배들이 전부 다 많이 반겨줬다. 다른 선수들보다 늦게 간 거라 1년 이상 못 만난 선수들을 다시 만나면 좀 어색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굉장히 반겨주고, 잘 왔다고 해줘서 고마웠다. 

 

Q : 프로당구 대회와 예전 연맹 대회와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적응하기 힘들거나 흥미로웠던 점이 있다면?

A : 모르는 선수들이 많았다. 동호인에서 프로로 넘어 온 선수들은 그전에는 그저 동호인인가보다 하고 선수로 인식을 안 했는데, 여기서 선수로 만나게 되니까 이름을 모르는 선수일수록 무서웠다.

되려 아는 이름의 선수는 실력이 어떤지, 상대 전력이 어느 정도인지 분석이 가능한데, 어떤 선수인지 전혀 정보가 없어서 오히려 상대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선수들이 연맹에 있을 때보다 프로로 전향한 후 더 열심히 하더라. 

 

Q : 처음 김민아 선수가 프로로 전향한다고 했을 때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적 후 기대했던 만큼 성적을 내지 못했는데,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A : 부담감.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너무 컸다. 게다가 연맹에서 하는 체육관 시합하고 호텔 세트장에서 하는 방송 대회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그전에 여자 선수들 대회를 이렇게 해준 적이 없었기 때문에 막상 경기에 들어가면 너무 위축됐다. 다른 선수들은 이미 그 분위기에 익숙해지고 적응이 끝난 상태였는데, 나만 얼어 있는 느낌이었다. 

 

Q : 프로 당구선수가 된 후 가장 많이 달라진 점이 있다면?

A : 자기 관리에 좀 더 신경을 쓰게 됐다. 예전에는 그냥 당구만 잘 치면 되지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당구 실력도 실력이지만 보여지는 외모나 인성 등에도 신경을 쓰고 잘 관리해야 한다는 걸 많이 느꼈다.

또, 압박감이 그 전보다 훨씬 많이 든다. 예전에는 시합을 가도 편안한 마음이었다. 못 해도 다음에 잘하면 되지라고 생각했는데, 여기서는 그런 생각이 안 든다.

이 시합에 목숨을 걸 정도로 최선을 다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이다. 그래서 더 스스로를 느슨해지지 않도록 타이트하게 다잡게 된다. 

사진=이우성 / 메이크업&헤어=신오키새날(02.542.1475)
사진=이우성 / 메이크업&헤어=신오키새날(02.542.1475)

Q : 지난 시즌은 시즌 중간에 손님처럼 끼었다면, 새롭게 시작하는 다음 시즌은 처음부터 시작하게 된다. 각오가 더 클 것 같다. 어떤 각오로 다음 시즌에 임할 생각인가?

A : 서울 온 지 5년째인데, 서울 온 후부터는 개인 훈련을 그전만큼 못했다. 물론 실력이 늘긴 늘었지만, 지난 시즌 동안 개인 연습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동기부여를 얻었다. 특히 2점제인 뱅크샷을 좀 더 연습해야 한다.

철저하게 준비해서 다음 시즌에 임하겠다. 누구와 경기를 해도 마음 편하게 대회에 들어갈 수 있도록 완벽하게 준비하고 싶다. 지더라도 내가 못해서가 아니라 상대방이 잘해서 졌다고 인정할 수 있도록. 이제는 무너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Q : 당구를 치면서 롤모델인 선수가 있나?

A : 당구선수 생활하고 얼마 안 됐을 때, 체육관 시합에 나갔다가 포켓볼 대회에 출전한 김가영 선수의 경기를 본 적이 있다. 그때 그 카리스마가 너무 멋있어서 김가영 선수처럼 따라 해 본 적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LPBA에서 3쿠션으로 함께 경쟁해야 하는 라이벌이 됐다. 종목을 바꿔서 최고의 자리까지 오른 지금도 대단하고 멋진 것 같다. 

 

Q : 프로로 이적하자마자 NH농협카드 소속으로 후원도 받고, 팀 리그도 출전하게 됐다. 계획에 있었나?

A : 생각도 못 했다. 프로당구협회로 올 때 아무런 조건도 없이 그냥 맨 몸으로 왔다. 오자마자 NH농협카드 패치를 달아서 미리 약속된 일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듣기로는 농협 쪽 지주회사의 회장님이 당구를 무척 좋아하셔서 내가 전향한다는 소식을 듣고 농협카드 소속으로 김민아 선수를 넣어달라고 하셨다고 한다. 진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Q : 팀 리그 준비는 따로 하고 있나?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A : NH농협카드 소속 선수들이 어느 정도 친분이 있는 사이라 다행히 선수들 간의 관계는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얼마 전에 오태준 선수를 만났는데, 꼭 이기라고 압박하지도 말고, 졌다고 눈치 주지도 말자고 약속했다.

내가 못 했을 때 팀원들에게 너무 미안해하거나 스스로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는 순간 무너질까 봐 걱정된다. 전체적인 경기력을 위해서라도 편안한 마음을 갖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사진=이우성 / 메이크업&헤어=신오키새날(02.542.1475)
사진=이우성 / 메이크업&헤어=신오키새날(02.542.1475)

Q : 대한당구연맹 소속 시절부터 숙적이었던 스롱 피아비 선수도 최근에 프로로 전향했다. 

A : 스롱 피아비가 와버렸다. 좀 더 있다가 올 줄 알았는데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다. 동갑내기 친구라 워낙 친하지만, 또 그만큼 서로 라이벌로 좋은 자극이 되는 친구다. 

 

Q : 벌써 11년 차 당구선수다. 그동안 선수로 지내면서 고마운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 

A : 굉장히 많다. 대구에서 처음 당구를 칠 수 있게 해주신 김창호 선배님은 대학교 안에 있던 당구장 사장님이셨는데, 나에게 처음 당구를 가르쳐 주신 분이다. 그때 그분이 “10년 뒤에 니가 나한테 고마워할지, 나를 미워할지 모르겠다”고 하셨는데, 10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 고마운 분이시다.

그리고 내 당구의 기반을 만들어준 정연철 선배님, 계속 당구를 칠 수 있도록 이끌어준 김동룡 선배님, 서울 올라와서 더 큰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신 DS의 김용철 대표님과 오경희 대표님은 두말할 것도 없이 제일 고마운 분이다. 이분들이 지금의 김민아를 있게 만들어 주신 분들이다. 

 

Q : 앞으로의 각오와 당구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A : 당구선수들이 돈 걱정 없이 당구만 칠 수 있는 날이 올까 손꼽아 기다렸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 그 날이 가깝게 온 것 같아서 너무 기쁘다. 이제는 진짜 당구만 열심히 치면 될 것 같다.

PBA로 넘어와서 많은 동기부여를 얻었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시즌은 중간에 합류해서 적응하느라 만족스러운 성적은 못 얻었지만, 새로운 시즌부터는 더 멋있는 모습 보여드리겠다. 조금만 더 지켜봐 주셨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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