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당구선수 이신영...내 목표는 ‘세계여자3C선수권대회 우승’
상태바
[인터뷰] 당구선수 이신영...내 목표는 ‘세계여자3C선수권대회 우승’
  • 김민영 기자
  • 승인 2021.02.19 12: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5년 세계여자3C선수권대회 공동3위 오른 최고의 여자 3쿠션 선수
2017년까지 국내 랭킹 1위 사수
2018년부터 새로운 스트로크 연습하며 다시 기본기 다져...새로운 이신영의 모습 보여줄 것
사진=이우성 / 헤어&메이크업=신오키새날(02.542.1475)

[빌리어즈=김민영 기자] 이제 준비는 끝났다. 지난 3년간 피나는 연습 끝에 힘 빼는 법을 익혔고, 실전에서의 평가만 남았다. 대한민국 대표 여자 3쿠션 선수로 이름을 날리던 이신영 앞에 기본기 탄탄한 후배 선수들이 등장하며 위기를 맞았다. 위기에 절망하지 않고, 자신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지난 3년을 땀과 눈물로 보낸 이신영을 만났다. 

오랜만이다. 어떻게 지냈나?
2020년 1년은 코로나19 때문에 대회가 거의 다 취소되다 보니 생활 자체가 느슨해져서 규칙적인 생활을 하려고 일부러 노력 중이다. 운동도 다시 시작하고. 

작년에 코로나19 때문에 대회가 개최되지 않았다. 선수들은 1년 동안 일을 잃은 셈이다. 경제적으로나 여러가지 면에서 힘든 시기를 보냈을 것 같은데. 

코로나 전에는 매달 대회가 있어서 생활 자체가 타이트했는데, 시간이 많아지니 오히려 뭘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게다가 당구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워지다 보니 후원사들도 힘들어지고, 연쇄적으로 선수들 후원도 줄고, 당구장들도 영업을 못 해서 힘들어 하고. 줄줄이 영향을 받는 것 같다. 

2015년에 세계선수권대회에서 4강까지 갔다. 그때만 해도 한국에서 제일 잘 치는 여자 3쿠션 선수였다. 하지만 그 이후 몇 년간 성적이 좀처럼 안 나고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2017년까지 랭킹 1위였다. 요즘 어린 선수들은 어렸을 때부터 체계적으로 당구를 배우고 훈련을 받는데, 내가 처음 당구를 시작할 때만 해도 당구장 사장님이나 동네 당구장 아저씨들한테 조금씩 배우는 게 전부였다. 그렇다 보니 체계적으로 기본기를 다지지 못했다. 그 차이를 2016년부터 느끼기 시작했다. 

사진=이우성 / 헤어&메이크업=신오키새날(02.542.1475)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였나?

골프나 수영 같은 운동을 배울 때도 가장 기본적인 동작부터 체계적으로 배우기 시작하는데, 초창기 여자 3쿠션 선수들은 그런 체계적인 훈련을 받지 못했다. 그 당시만 해도 그런 체계적인 시스템이 전혀 없었다. 그렇게 체계 없이 당구를 배우다 보니 무조건 해내야 한다는 헝그리 정신만 있었지 요즘 후배 선수들이 배우는 것처럼 배우질 못했다. 

2017년까지는 내가 그렇게 했던 게 먹혔는데, 하면 할수록 점점 ‘이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16년도부터 이걸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때부터 힘을 빼는 연습을 시작했다. 

왜 갑자기 힘을 빼는 연습을?

그전까지 내가 치는 스타일은 무조건 힘으로 치는 스타일이었다. 그렇게 치면 공이 변화무쌍하다. 근데 문제는 내 공이 왜 그렇게 변화무쌍한지 나도 모른다는 거다. 왜 내 공이 저기에 서는지 몰랐다. 게다가 당구 영상을 보면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안 되는 샷이 있더라. 나도 포지션을 저렇게 시키고 싶은데, 나는 1적구를 절대 거기에 못 세우는 거다. 힘 때문이었다. 너무 힘이 들어가서 그랬던 거다. 

어떻게 연습했나?

여기서 또 문제가 어떻게 힘을 빼야 하는지 모른다는 거였다. 아무도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었고, 그 누구도 내가 공 치는 걸 보면서 나한테 힘 좀 빼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처음에는 내가 힘이 들어가 있는지, 힘이 빠졌는지 느낌조차도 몰랐다.

진짜 별의별 걸 다 해봤다. 주위에서 좋다는 훈련은 전부 다 해봤다. 그러면서 점차 힘이 빠지고 자연스럽게 내가 원하는 포지션 플레이가 되면서 ‘당구는 이렇게 치는 거구나’ 하는 걸 요즘에서야 새삼 느끼고 있다. 

3년 동안 스트로크 연습만 한 건가?

그랬던 거 같다. 주위에서는 왜 그렇게 스트로크에 집착하냐고 하는 분들도 계셨는데, 저기에다 공을 세워야 다음 점수를 칠 수 있는데 아무리 연습해도 그게 안 되니까 누가 뭐라고 해도 내 길만 갔다. 어쨌든 고쳐야 했으니까. 

사진=이우성 / 헤어&메이크업=신오키새날(02.542.1475)

그래서 지금은 성공했나?

지금 내가 공을 치는 걸 보면 다른 선수들이 힘이 많이 빠졌다고 한다. 지금은 힘 빠진 느낌을 아니까 내가 이전에 얼마나 어마어마하게 힘을 주고 공을 쳤는지 알겠더라. 힘을 빼니 자연스럽게 포지션이 됐다.

물론 아직도 미숙한 부분이 많아 성공 확률이 높지는 않지만, 그 전에 비해 큐 스피드도 좋아지고, 포지션과 볼 컨트롤이 좀 되니까 공 치는 게 재밌어졌다. 

힘으로 치는 것과 힘을 빼고 치는 것의 차이는 뭔가?

당구클럽에서 칠 때는 테이블이나 공에 왁스도 좀 묻어 있고 해서 그냥저냥 칠 만한데, 시합 때는 새 테이블이라 힘이 많이 들어가면 진짜 경기가 힘들다. 힘을 빼면 내 공이 순하게 다니는 느낌인데, 힘을 주면 뭔가 자꾸 변화가 일어난다. 그러니 평상시에는 잘 치다가도 시합만 나가면 엉망이 되는 거다.

새 테이블에서 있는 힘껏 공을 치면 공의 변화가 너무 많고, 그걸 보고 또 내가 경직되어 버려서 그럼 더 힘을 주고 공을 쳤다. 악순환이었다. 지난 1년 동안 대회가 거의 없어서 대회가 시작되면 적응하는 시간이 좀 필요하겠지만, 어서 다시 당구대회가 시작돼서 그동안 연습한 걸 적용해 보고 싶다. 

지난 3, 4년간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나?

솔직히 당구를 친 시간 중에 2017년부터 지금까지가 가장 힘들었다. 연습하느라 몸이 힘들었던 것보다 랭킹 1위의 이신영으로서 내가 해야 할 것과 지켜야 할 것이 많았는데, 그렇지 못하니 사람들에게서 점점 잊혀져 갔다. 나는 지금도 꾸준히 계속 노력하고 있는데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는 한물간 선수로 점점 잊혀지는 게 너무 속상했다. 

2018년도가 제일 힘들었던 해다. 랭킹 1위를 뺏기면서 주위의 기대치는 너무 높았고,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스폰서들을 위해서라도 잘해야 한다는 압박이 너무 심했다. 성적을 낼 수 있는 상황에서도 단 한 큐의 실수로 역전되는 상황을 겪어 아쉬움이 컸다. 다 잘하다가 딱 한 큐 실수한 것 때문에 지면 억울한 마음도 들었지만, 어떻게 하겠나 그게 당구라는 스포츠인걸. 

하지만 그 힘든 3년간 정말 많이 발전했다. 그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은 것도 대견하다. 일단 힘 빼는 방법을 배웠으니까. 코로나 시작 전 마지막 평택 대회에서 하루 토탈 애버리지가 1.5 이상 나왔다. 

사진=이우성 / 헤어&메이크업=신오키새날(02.542.1475)

최근 LPBA(여자프로당구협회) 투어가 생기면서 여자 3쿠션 선수들의 애버리지가 많이 좋아졌다. 

맞다. 대한당구연맹은 지금 시합이 별로 없어서 여자 선수들의 발전이 눈에 띄지 않는데, LPBA는 실력으로 스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여자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연습하는 것 같다. 

대한당구연맹에서 같이 활동하던 여자 3쿠션 선수들이 LPBA로 많이 넘어갔다. LPBA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나?

목표가 없었더라면 지난 3년 동안 당구를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이라는 목표가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 만약 20대라면 망설임 없이 LPBA로 갔을 거다. 하지만 LPBA 대회에 출전하면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할 수 없다고 하니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내 목표는 세계선수권대회이기 때문에 상금이 많고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건 나한테 의미가 없다. 돈을 많이 벌고 싶었다면 애당초 당구를 아예 안 쳤을 거다. 워낙 장사를 잘해서 돈이 목적이었다면 옷 장사든 뭐든 해서 돈을 벌었을 거다. 

LPBA로 많은 여자 선수들이 전향을 했지만 여전히 세계 랭킹 1위의 테레사 클롬펜하우어라는 높은 벽이 있다. 어떻게 극복할 생각인가?

큐 스피드 컨트롤에 열쇠가 있는 것 같다. 확실히 여자 선수들은 한계가 있다. 그런데 테레사의 경우는 좀 예외적이다. 테레사는 거의 남자 선수처럼 친다. 부족한 부분을 큐 스피드 컨트롤하는 걸로 채워야 한다. 당구는 공을 잘 다루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니까. 

사진=이우성 / 헤어&메이크업=신오키새날(02.542.1475)

최근 수원에 ‘이신영 캐롬캐슬’을 오픈했다. 축하한다. 당구선수가 당구장을 운영하는 게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라고 들었는데, 어떻게 결심하게 됐나?

당구선수로 활동하면서 게임 매니저로 당구클럽에서 일을 해왔다. 그러면서 언젠가는 내 클럽을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시기가 문제였다. 마음 같아서는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후에 클럽을 열고 싶었는데, 지금이 적기라는 생각이 들어서 오픈하게 됐다.

딸 부잣집 넷째 딸인데, 큰 언니가 클럽 대표를 맡아서 전적으로 운영해 줄 거라 선수 생활에도 크게 지장 없이 오히려 내 전용 구장이 생긴 것 같아서 기쁘다. 

당구선수로서 존경하는 선수나 고마운 사람들이 있나?

자기 관리를 잘하는 딕 야스퍼스는 정말 존경스럽다. 나도 자기 관리를 위해 안 좋은 생활 습관도 바꾸고 운동도 시작했다.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는데 해보니 너무 좋더라. 

고마운 사람들은 너무 많다. 옆에서 선배 선수들이 많이 도와줘서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다. 특히 최성원 선수 덕분에 공을 생각하는 마인드가 바뀌었다. 그전에는 시스템대로만 치던 공을 이제는 어떻게 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해줬다. 일부러 부산까지 찾아가 공에 대해 물어보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새로운 깨달음을 얻고 돌아왔다. 

그리고 허리우드의 홍용선 대표님과 홍승빈 대표님께 너무 감사하다. 랭킹이 계속 떨어지는데도 믿어 주시고 지금껏 후원자로 든든한 도움을 주셨다. 최근에는 고리나 임정철 대표님이 큐 없다고 큐도 보내주시고, 이번에 ‘이신영캐롬캐슬’ 준비하면서 빌플렉스 이병규 대표님과 허리우드 이광희 전무님이 정말 많이 도와주셨다. 이런 분들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당구에 대해 바라는 바가 있다면?

자기 관리 잘하는 선수로 제2의 전성기를 한 5년쯤 누리고, 이후에는 지도자로서 후배를 양성하고 싶다. 내가 3쿠션을 시작할 때만 해도 여자 3쿠션이 정식 종목이 아니었지만, 여자 3쿠션 선수로서의 자부심이 있었고, 여전히 내가 여자 3쿠션 선수라는 데 큰 자부심을 느낀다. 

실력과 인성을 두루 갖춘 선수들이 많이 나와 줬으면 좋겠다. 또 선수들이 선수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살 수 있도록 연맹이나 협회 등 관련 기관에서도 선수들을 위해서 노력해 줬으면 좋겠다. 

연맹이든 프로협회든 서로 밸런스를 잘 맞춰가며 성장해야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다. 무엇보다 올해는 연맹의 당구대회가 정상적으로 개최돼서 다른 쪽을 바라보면서 소외감을 안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