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유람, 김가영은 나에게 좋은 스트레이스자 자극제
김가영, 어린 시절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해준 고마운 존재

LPBA SK렌터카 챔피언십 16강전에서 맞붙은 차유람과 김가영이 경기 직후 인터뷰룸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김민영 기자
LPBA SK렌터카 챔피언십 16강전에서 맞붙은 차유람과 김가영이 경기 직후 인터뷰룸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김민영 기자

[빌리어즈=김민영 기자] 김가영과 차유람의 3쿠션 첫 맞대결에서 김가영이 먼저 웃었다. 5년 8개월 전 포켓볼 대회에서 맞붙은 이후 첫 대결이었다.

그동안 차유람은 결혼을 하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김가영은 포켓볼에 이어 3쿠션 챔피언으로 이름을 올렸다.

'포켓볼 여제’와 ‘포켓볼 여신'으로 불리며 한국 포켓볼을 대표하던 두 라이벌이 우연인지, 필연인지 똑같은 시기에 3쿠션으로 전향하며 또다시 숙명의 라이벌로 한 테이블 앞에 섰다. 

이번 첫 대결에서 김가영은 꾸준한 페이스로 대회를 리드해 가던 차유람을 역전 샷으로 막으며 우승을 차지했다. 대회 후 인터뷰 룸에서 두 선수를 만났다. 

 

- 3쿠션에서 처음으로 맞대결을 하게 되었는데,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어땠는지 소감 부탁한다. 

김가영(이하 김) : 오랜만에 일대일 경기를 하게 돼 감회가 새로웠다. 지난 이틀 동안 차유람 선수의 경기하는 모습을 봤는데, 첫 번째 시즌에 비해 굉장히 많이 발전한 모습이었고 여전히 집중력도 좋아서 조금 더 긴장이 됐다. 이런 긴장감 때문에 내 공에 집중하지 못하고 페이스를 뺏기지 않았나 싶다. 또다시 나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었고, 신선했고, 즐거웠다. 

차유람(이하 차) : 가벼운 마음으로 3쿠션을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지기가 싫어서 열심히 했더니 여기까지 왔다. 가영 언니와는 언젠가는 만날 거고, 결승에서 한번 만나보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는데 조금 일찍 만난 것 같다. 익숙하지만 새로운 느낌이었다.

김가영 선수는 작년에도 워낙 잘했는데, 구사할 수 있는 공의 폭이 더 넓어진 것 같다. 짧은 시간 안에 더 늘 수 있다는 것을 김가영 선수를 보면서 확인했고, 지난 3일간 같이 경기를 하면서 굉장히 많은 자극을 받았다. 

 

- 5년 8개월 만의 만남이었다. 

: 언젠가는 만날 줄 알았는데, 유람이랑 나는 다른 선수들보다 3쿠션을 워낙 늦게 시작해서 둘 다 잘해야 만날 수 있었다. 둘 중 하나라도 발전하지 못하면 당분간은 만나기 어렵겠구나 생각했는데, 다행히 차유람 선수도 굉장히 빠르게 발전을 했고 나도 생각보다 빠르게 성적을 내기 시작해서 이렇게 빨리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는 더 높은 곳에서 더 자주 볼 수 있기를 바란다. 

 

- 오랫동안 라이벌로 활동한 만큼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 같은데, 서로의 장점에 대해 말해달라. 

: 김가영 선수는 공을 다루는 것에 있어서는 여자 선수들 중 최고라고 생각한다. 아직까지 적응하는 기간이라고 생각하는데, 기술적으로는 이미 톱이고 적응만 되고 공 종류별로 익숙해지면 더 잘 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만 걱정하면 될 것 같다.(웃음)

: 포켓볼 선수로서의 차유람 선수의 장점을 너무 잘 알고 있었고, 그 부분들이 역시 3쿠션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내가 생각했을 때 항상 두려웠던 점은 본인이 할 줄 아는 테크닉을 모두 소화해 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연습이 100이라면 실전에서 80, 90 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선수들은 70만 해도 잘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차유람 선수를 보면 연습 때나 경기 때나 비슷한 기량을 발휘하는 것 같다. 오늘도 인터뷰에서 본인 기량을 많이 발휘했다고 하는데, 나는 사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굉장히 부족하다고 느낀다. 확실히 정신력이 굉장히 좋은 선수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 이번 16강 경기 내용을 보면 1세트에서 김가영 선수가 굉장히 고전을 했는데 2세트에서 역전을 하고 3세트까지 승리하면서 결국 이겼다. 이길 수 있겠다, 확신이 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

: 사실 3세트 첫 이닝에 6점을 쳤을 때 흐름이 너무 좋아서 솔직히 쉽게 마무리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그 흐름을 놓친 중반에는 질 줄 알았다.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어느 정도 집중을 못 하고 있는 상태였던 거라 집중을 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집중력이 깨져서 다시 나한테 온 흐름을 못 잡고 싶지 않았다. 

 

LPBA SK렌터카 챔피언십 16강에서 차유람과 대결을 벌인 김가영.  사진=김민영 기자
LPBA SK렌터카 챔피언십 16강에서 차유람과 대결을 벌인 김가영. 사진=김민영 기자

- 반대로 차유람 선수는 역전으로 2세트를 뺏기고 3세트 1이닝에 김가영 선수가 6점을 먼저 치고 나갔을 때 어려운 세트가 되겠다 생각이 들었을 것 같은데, 그래도 1점 차까지 따라 갔다.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을 것 같은데, 뭐가 부족해서 패배했다고 생각하나?

: 실력이 부족해서다. 2세트에서 역전을 당해 그 세트를 빼앗겼을 때부터 조금 힘들겠구나 생각했는데, 어쨌든 한 세트가 남아 있고 나에게 한 번이든 열 번이든 기회가 올 텐데 그 기회가 왔을 때 끝까지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세트 스코어 1-1이 됐을 때 결과적인 부분은 내려놨고, 상황이 어떻게 되든 절대 포기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마지막 3세트 초구가 언니에게 갔기 때문에 상황적으로 불리하겠구나 생각했는데, 언니가 6점이나 쳐서 그때는 좀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점이라도 치자 그렇게만 마음을 먹었다. 

 

- 다음 대결에서는 누가 이길 것 같은가?

김, 차 : (동시에) 내가 이기고 싶다. 

: 여기서 상대가 이겼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할 사람이 있을까? (웃음)

 

- 코로나 사태로 대회가 연기되다가 어렵게 이번 대회가 열렸다. 마스크를 쓰고 경기를 하는데 불편한 점은 없나?

: 마스크를 쓰고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마스크를 쓰고 경기를 하면 많이 답답하다. 숨이 위쪽으로 올라와서 눈이 시렵기까지 하다. 연습 때 일부러 불편하지만 마스크를 쓰고 연습을 해서 어색하지는 않다. 

: 일상생활에서 마스크를 쓰는 것도 답답한데, 경기를 하다가 보면 흥분하면 숨도 좀 가파지고 평소보다 숨을 크게 쉬게 된다. 그런 부분에서는 불편하지만 다른 스포츠처럼 뜀박질을 오래하는게 아니라서 그나마 마스크 쓰고 경기를 하는 것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 오랜 시간 라이벌로 지내왔는데,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가?

: 내가 6학년 때 처음 포켓볼을 시작했을 때 가영 언니는 이미 국내 랭킹 1위였고, 세계적으로도 성적을 내고 있었다. 라이벌이라고 하기 과분할 정도의 차이다. 나한테 있어서는 항상 따라 잡고 싶은 존재이고, 김가영이라는 존재가 있어서 포켓을 하면서도 실력을 더 키울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차유람에게 있어서 김가영은 자극제다. 3쿠션을 하면서도 김가영 선수가 없었다면 이렇게 열심히 안 했을 수도 있다. 

: 이렇게 들으면 우리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것 같지만 중학교 3학년 때부터 국내 랭킹 1위를 유지했던 것 같다.(웃음) 그때 다른 선수들은 전부 나이가 열 살 이상 차이나는 선배들이었다. 그러다 나를 자극해 줄 수 있는 후배가 들어온 거다. 항상 선배들이랑만 경기를 하다가 뒤에서 독기 있게 바짝 추격하는 추격자를 만난 느낌이었다.

쫓기는 사람은 항상 불안하다. 그렇다보니 굉장히 부담스럽고 불편했다. 못 생겼으면 좋겠는데 얼굴도 이쁘고, 사람들은 자꾸 외모로 비교하고, 당구로는 꼭 이겨야 된다는 생각이 많았다.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차유람 선수가 있어서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열든감 같은 것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나의 나약한 부분을 파악하고 어떻게 하면 강해질 수 있을까 나 자신을 더 돌아볼 수 있는 나 자신을 더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나 역시 차유람에게 지지 않으려고 용을 썼던 것 같다. 결혼해서 애기 낳아 키우면서도 이렇게 대회에 나오는걸 보면 정말 정신력 하나는 끝내주는구나 라고 말해주고 싶다. 

: 사실 어제 근처 당구장에 연습을 갔는데, 언니가 거기에 왔더라. 독하다. 나도 한 독함 하는데, 이 독함으로 지지 않는구나 역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늘 더 집중을 했던 것 같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차유람.  사진=김민영 기자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는 차유람과 김가영. 사진=김민영 기자

- 지난 시즌에 비해 차유람 선수의 발전이 눈에 보였다. 어떤 노력을 했나? 김가영 선수와 언제쯤 결승에서 붙을 수 있을 것 같은가?

: 다음 대회였으면 좋겠다. 하지만 솔직히 아직은 이른 것 같다. 처음에 3쿠션을 배울 때 뭣 모르고 3쿠션 타법을 배웠다. 그런데 몇 십년 가까이 쳤던 포켓 타법이 있는데 그걸 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걸 하려고 하니가 과부하가 걸려서 작년에는 내 자신에게도 실망스러운 모습을 많이 보였다. 그래서 다른 여자 3쿠션 선수들은 할 수 없는 포켓에서 쳤던 타법을 나만의 장점으로 만들어보자 생각하고 집중해서 훈련했다. 

 

- 포켓볼에서는 라이벌이었지만, 3쿠션으로 동시에 전향하면서 포켓볼 동료로서 의지가 되는 부분도 있나?

: 솔직히 언니가 없었으면 좋겠다. 대신 실력은 덜 늘겠지만. 스트레스를 받는 건 너무 고통스럽지만 대신에 지고 싶지 않으니까 발전하지 않나. 의지 보다는 그런 존재인 것 같다. 나에게 가영 언니는 되게 불편하지만 그 존재만으로도 내가 더 열심히 할 수 밖에 없는 좋은 스트레스인 것 같다. 

: 우린 의지가 어울리는 관계가 아니다. 3쿠션이든, 포켓볼이든 어떤 종목에서도 나에게 이런 자극을 주는 존재는 없다. 유람이는 정신력이 굉장히 뛰어난 선수다. 테크닉이 좋은 선수는 많지만 남녀, 종목을 통틀어서 이런 집중력이나 의지력을 보여주는 선수는 굉장히 드물다. 어린 시절 나를 돌아보게 만들어준 굉장히 고마운 존재다. 

 

- 사바이벌과 세트 경기가 모두 35초 룰로 변경되었다. 그 변경된 35초가 경기에 어떤 영향을 끼쳤나?

: 서바이벌 30초, 세트제 40초 보다 35초로 통일된 지금이 더 좋은 것 같다. 

: 동감이다. 서바이벌 30초를 하다가 세트제 40초를 하면 좀 여유있어지기는 하지만 35초 통일하는 게 훈련하기는 더 편한 것 같다. 30초든 35초든 루틴을 만든 것에 있어서 훨씬 수월하다. 

 

- 마지막으로 LPBA 선수들이 늘었다. 예선 경기도 한 경기 많아졌는데 어떤가?

: 여자 선수들 실력이 눈에 띠게 좋아졌다. 특히 새로 합류한 선수들 중에서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주는 선수들도 있었다. 임경진 선수도 첫 경기라 룰도 적응하기 힘들었을텐데 집중력 있는 모습을 보여줘서 대단히 인상깊게 본 선수 중 한명이다. 나는 예선 한 경기를 더 하는게 더 좋은 것 같다. 내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한 단계를 더 천천히 갈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 같다. 

: 나는 한 경기라도 덜 하는게 좋다.(웃음) 선수가 느는 건 정말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3쿠션은 금녀의 구역이었다. 여자는 포켓, 남자는 3쿠션이라고 일반적으로 생각해 왔는데 최근 여자 쿠션 선수도 많이 늘었고, 클럽에 가보면 여성 동호인도 정말 많이 늘었다. 앞으로 더 늘어날 것같다.

포켓볼을 칠 때 중국 선수들이 무서웠던 이유가 인원이 많기 때문이었다. 중국 선수 이기면, 또 중국 선수, 그 선수 이기면 또 다른 중국 선수를 상대해야 했다. 인원이 많아지면 선수들 실력도 향상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내년에는 더 많은 여자 선수들이 참여해서 LPBA도 트라이아웃도 하고 큐스쿨도 하고 그러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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