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어즈=김탁 기자]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 선수위원회(위원장 강자인)가 21일 성명을 발표하고, KBF-PBA 상생협약안이 KBF 총회에서 부결된 이후 후속조치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선수위 성명 전문. 
 

KBF(대한당구연맹) 선수위원회 성명서

KBF와 PBA 양 단체가 상생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는 문제는 한국은 물론, 세계 당구의 미래를 결정하는 매우 중대한 사안이다. 그러나 남삼현 회장 집행부는 이런 중요한 협약을 체결하면서 선수 및 대의원과 어떤 소통도 하지 않았고, 몇 명의 측근들끼리 비밀을 유지한 채 불과 며칠 만에 밀실협약을 체결했다.

이렇게 진행된 상생협약이 권리당사자인 선수와 KBF 최고의결기구인 총회의 반대에 부딪히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2020년 5월 19일 열린 KBF 대의원총회에서 부결 표를 던진 14명의 대의원 여러분께 KBF 선수들은 머리 숙여 감사한다.
 

1. 진짜 상생은 선수 빼가기가 아닌, 양 단체의 공동 발전을 위한 방안을 만드는 것이다

KBF 선수들은 “당구선수가 제약을 받지 않고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권리”를 위한 상생 협약의 기본 취지를 존중한다. 동시에 당구의 스포츠화를 이루어낸 중심 단체인 KBF의 권리 또한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PBA 역시 KBF를 존중해야 하며 투어의 주인공인 당구선수와 우리들의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생협약은 ‘상생’을 해야 하는 것이지만, KBF 총회에서 부결된 상생협약의 계획은 작년에 KBF 집행부가 분석했던 문서에 나와 있는 그대로 KBF의 폐지가 눈에 훤히 보이는 결코 동의할 수 없는 심각한 수준의 계획이었다. 도저히 용인할 수 없는 계획이었기 때문에 PBA는 선수와 대의원의 이러한 반대에 대해 불만을 가져서도 안 된다.

지금까지 KBF가 20년 넘게 지켜온 한국 당구의 스포츠화 업적은 PBA가 이룬 지난 1년의 실적과 비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당구선수와 당구인들은 당구의 스포츠화를 위해 반세기 넘게 척박한 환경을 개척해 왔다. 이렇게 만들어진 지금 한국 당구의 위상은 당구선수와 당구계 모두의 것이지 KBF 집행부나 특정 인물의 소유물이 아니다.

지난 1년 동안 PBA의 활약으로 당구의 위상은 더욱 높아졌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이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KBF와 당구선수를 상대로 과도한 경쟁과 무리한 계획을 세워 암투를 벌이지 않아도 PBA에 호의적인 선수들은 많이 있다. PBA가 처음 약속한 5년의 투자가 순리적으로 이루어지고, 그 사이에 UMB 문제만 해결된다면 PBA는 20년을 고생한 KBF보다 더 빠르고 더 크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처럼 무리하고 위험한 계획에 동조하며 당구계를 양분화시키는 원인을 제공하는 것은 PBA와 브라보앤뉴 기업에 대한 여론과 이미지만 나빠지게 만드는 것이다.

지금 PBA가 주장하는 논리와 같은 맥락에서 만약 더 큰 규모의 기업이 당구 투어를 만들겠다고 한다면, PBA도 마찬가지로 지난 시간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것이다. 그런 상황이 되었을 때 “프로는 돈이다”라는 논리로 믿었던 PBA 선수들이 새로운 투어로 떠나거나 상대적으로 PBA가 보잘것없는 투어인 것처럼 공격을 받는다면 지금 KBF와 선수들이 느끼는 위기감과 배신감을 똑같이 느낄 것이다. PBA와 브라보앤뉴가 정말 당구의 미래를 위해 투어를 개최하는 것이라면, KBF와 당구 선수의 권리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하는 것에 동참해줄 것을 요청한다.
 

2. 가짜 상생으로 큰 분란에 빠진 KBF를 정상화시킬 새로운 집행부가 필요하다

KBF는 회장과 부회장 등 임원이나 사무처의 생계를 위해 존재하는 단체가 아니라 당구선수와 한국 당구계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국가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공적 단체다. 이런 공적 단체의 권한은 선수를 비롯한 당구계의 동의 없이 KBF 집행부가 마음대로 중계권료와 맞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KBF는 우리 당구선수와 당구인 전체의 땀과 눈물로 만들어진 단체이며, 현 집행부 임원은 단 1%도 이에 기여한 바가 없다. KBF 사무처 역시 당구계가 만들어 놓은 성과로 주어진 결과물을 지난 10년 동안 독점을 하고 금전적인 혜택까지 가져간 최대 수혜자들이며 순수한 공로자라고 할 수 없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정관을 무시하여 절차를 고의적으로 회피하고, 규정을 위반하고, 허위보고를 일삼아 KBF를 분란에 빠트린 것이고, 따라서 이 장본인들의 처벌은 불가피하다.

사퇴 의사를 밝힌 남삼현 회장과 함께 현 집행부 임원과 사무처 직원 모두 KBF를 자진해서 떠날 것을 권고한다. 더군다나 이번 사태의 책임자인 수석부회장이 마치 회장직무대행을 수행하는 것처럼 언론에 거론되는 것은 KBF와 우리 선수들을 모독하는 것이다.

KBF-PBA의 상생협약은 KBF와 선수의 권리를 빼앗는 것이 아닌, 공동의 체제 하에서 상호 간 선의의 경쟁을 벌이며 당구 발전을 모색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있다. 이러한 방안을 만들기 위해서는 첫째 KBF 집행부가 바로 서야 하며, 둘째 PBA가 욕심을 버리고 진실된 마음으로 협약에 참여해야 한다. KBF 선수위원회는 이 두 가지 사항이 반드시 실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며, 합리적인 판단을 해 주신 대의원들과 당구계의 밑거름이 되는 선수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을 전한다.

 

2020년 5월 20일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 선수위원회 위원장 강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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