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회장, 28일 긴급이사회 열고 강자인 위원장 포함 선수위원 14명 전원 해촉

강자인 위원장 "활발하게 장외투쟁 중인데, 직무태만이라는 사유는 터무니없어"

성난 선수들 "남삼현, 회장 자격 없다", "법적 대응 검토" 등 강력 주장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 남삼현 회장이 집행부의 진상조사를 요구하던 선수위원회의 대표자급 선수위원 13명을 전원 해촉했다.   빌리어즈 자료사진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 남삼현 회장이 집행부의 진상조사를 요구하던 선수위원회의 대표자급 선수위원 13명을 전원 해촉했다. 빌리어즈 자료사진

[빌리어즈=김탁 기자]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KBF) 남삼현 회장이 상생협약에 반대하던 선수위원회 강자인 위원장을 비롯한 대표자급 선수위원 14명을 전원 해촉했다.

남 회장은 28일 오후 4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2020년도 제2차 이사회에서 '각종 위원회 중 선수위원회 위원의 해촉'을 보고했다.

선수위원회(위원장 강자인)는 앞서 2월 25일 남 회장을 비롯한 KBF 집행부가 KBF-PBA 상생협약을 체결하자 "선수 권리를 외부 사기업에 팔아넘기는 밀약"이라고 규정하며 반대 입장을 표명해왔다.

선수위는 상생협약을 체결한 집행부가 선수 권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기인등록규정'을 1년 만에 다시 변경하는 것과 UMB 세계캐롬연맹(회장 파룩 바르키)이 배제된 채 반쪽짜리 협약을 체결하는 것을 문제로 제기하며 남삼현 회장의 답변을 요구해왔다.

이 과정에서 선수위는 집행부 박태호 수석부회장이 총회에 "UMB가 KBF 몰래 PBA와 협약을 하려고 했다"라는 허위보고를 하자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상생협의회 및 선수위원회 참석을 보이콧하며 장외투쟁을 벌였다.

앞서 27일에 선수위는 국민권익위원회 앞에서 '상생협약에 대한 당구연맹 집행부 진상조사 촉구' 집회를 열고 선수 권리 보호를 위해 직접 상생협약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하루만인 28일 오후 4시에 이사회를 개최한 남 회장은 선수위의 요구를 전면 거부하듯, 선수위 측 선수위원을 전원 해촉했다.

남 회장은 '대한당구연맹 각종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 제7조(위원의 해촉) 제3호를 근거로, "선수위원이 연맹의 중대한 협약에 자문하기를 거부하는 것은 위원회 활동에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제시했다.

이사회에 앞서 남 회장은 지난 24일 선수위원회를 소집했으나, 선수위는 "연맹에서 계속 허위보고를 하고, 회의를 소집한 안건의 목적이 불분명하다"라는 이유로 불참을 통보했다.

또한, 남 회장은 "KBF 측 상생위원인 강 위원장이 위원장단 회의 및 상생협약 회의에 3회만 참석하고 나머지는 UMB 참여를 주장하며 불참하면서 대화를 중단하고 비판적인 언론 활동만 했다"라는 것도 해촉의 이유로 밝혔다.

선수위원회는 KBF-PBA 상생협약 회의 등에 불참을 선언하고 장외투쟁을 해왔다. 사진은 지난 27일 국민권익위원회 앞에서 '당구연맹 집행부 진상조사 촉구' 집회를 열고 있는 강자인 선수위원장(가운데)과 선수위원들.  빌리어즈 자료사진
선수위원회는 KBF-PBA 상생협약 회의 등에 불참을 선언하고 장외투쟁을 해왔다. 사진은 지난 27일 국민권익위원회 앞에서 '당구연맹 집행부 진상조사 촉구' 집회를 열고 있는 강자인 선수위원장(가운데)과 선수위원들. 빌리어즈 자료사진

이에 대해 강 위원장은 "상생협약을 밀실에서 진행한 것처럼 상생회의도 미리 답을 정해놓고 회의가 진행되는 느낌이 강했다. 지금 KBF 이사회처럼 다수결 원칙에 따라 협약을 밀어붙이면 투표권이 1장밖에 없는 나 혼자서 선수들을 대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장외투쟁을 시작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장외투쟁도 엄연한 선수위의 활동이고 상생협약에 참여하는 것이다. 비판적인 언론 활동은 선수위원장으로서 소속 선수들의 의견에 따라 성명을 발표했던 것이므로 직무태만이라는 남 회장의 주장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 회장의 이번 선수위원 전원 해촉 사태에 대해 한 당구 관계자는 "회장이 자기 권위에 선수들이 도전한다고 본때를 보여주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말하며 씁쓸함을 나타냈다.

당사자인 선수들은 "우리 국민의 목소리가 권력자에 의해 굴복되는 것이 결코 허용되지 않는 것처럼 선수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칼을 휘두르는 사람은 회장 자격이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선수 중 몇몇은 "KBF가 사단법인으로 존재하는 단체 목적상 선수 권리와 주장은 회장의 권한보다 우선한다. 이번 선수위원 전원 해촉 사태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해야 한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KBF 집행부는 이사회에 앞서 지난 24일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고 선수위원회 규정과 경기인등록규정을 개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는 선수위원 전원의 해촉에 앞서 '해임'을 '해촉'으로 바꾸었고, 선출위원 중에 호선하던 위원장을 '이사회 동의를 받아 회장이 위촉'하도록 바꾸었다.

논란이 되던 경기인등록규정은 불과 1년 전에 프로 및 유사단체에 등록할 수 없도록 바꾸었던 것을 '연맹이 정한다'로 되돌렸고, 자격정지 3년 규정도 1년으로 다시 돌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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