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식 대대 24대, 중대 4대, 포켓볼 6대 등 총 34대의 당구대가 설치된 초대형 당구클럽
유명 당구클럽 ‘엔조이쓰리칼라’의 화려한 변신
자이언트당구클럽의 성공 원인은 바로 ‘6·6요금제’
대형 클럽에서 훈련할 수 있도록 포켓볼 학생선수들 후원

34대의 당구대가 설치된 초대형 당구클럽 '자이언트당구클럽'.  사진=김주석 기자
34대의 당구대가 설치된 초대형 당구클럽 '자이언트당구클럽'. 사진=김태오 기자

[빌리어즈=김주석 기자] 일산 라페스타 문화의 거리에 있는 자이언트당구클럽(대표 권혁민, 김경민)은 24시간 운영하는 국내 최대 규모 당구클럽이다.

국제식 대형 당구대(소렌소가드, 까리뇨)가 24대, 캐롬 중대 4대, 포켓볼 6대 등 무려 34대의 당구대가 놓여 있다. 임대평수 770평, 실평수 400평에 달하는 대형 건물 전체 1개 층이 모두 당구클럽이다.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에 올라오면 별도의 문을 통과하지 않고 그대로 클럽에 진입하게 된다.

엘레베이터에서 내려 왼쪽 입구로 몇 걸음을 옮기면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초대형 당구클럽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자이언트(Giant)’라는 이름처럼 거대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규모가 넓다.

그렇다보니 아무리 많은 사람이 당구를 쳐도 꽉 차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공간이 여유롭다.

이른 저녁 시간임에도 24대의 대대는 빈 자리 없이 모두 게임이 진행 중이다. 또한, 4대의 캐롬 중대도 레슨을 받는 동호인으로 이미 만석이다.

대대 24대가 설치되어 있다.  사진=김주석 기자
대대 24대가 설치되어 있다. 사진=김태오 기자
일반 손님들을 위해 4대의 중대가 설치되어 있다.  사진=김주석 기자
일반 손님들을 위해 4대의 중대가 설치되어 있다. 사진=김태오 기자

포켓볼 구역에서는 20대 남녀가 삼삼오오 모여서 투닥거리고 있고, 한쪽에서는 학생 선수 여러 명이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남은 당구대가 전혀 없을 만큼 사람이 많은데다가 클럽 가운데에 위치한 카운터 옆 널찍한 공간에 마련된 대기자들을 위한 소파에도 여럿이 앉아 당구대 순번을 기다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이언트는 전혀 붐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어딜 가도 이만큼 탁트인 공간을 보기는 어렵다. 주말에 차를 타고 교외로 나가지 않는 한 이곳처럼 막히지 않은 시원한 공간에서 시간을 보낼 수 없다.

책상 앞과 좁은 회의실에서 하루종일 업무와 씨름을 한 이들이 퇴근 후에도 카페와 술집 같은 협소한 장소에서 귀중한 휴식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고된 하루를 보내고 저녁 즈음에는 자이언트처럼 넓은 곳에 시야를 두고 숨을 크게 들이쉴 수 있는 곳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여가를 즐기는 것이 어떨까.

원래 자이언트당구클럽은 유명 당구클럽이었던 ‘엔조이쓰리칼라’였다.

지난해 5월에 오너가 바뀌면서 클럽 이름과 인테리어, 당구대까지 모두 바꾸고 새롭게 문을 열었다.

자이언트가 들어서기 전 한국에서 제일 잘 나가던 엔조이쓰리칼라는 십수년 이어져온 명성이 무색할 만큼 영업이 되지 않았다.

서울과 경기 서부권역에 신생 대형 당구클럽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많은 동호인들이 이곳을 떠나 다른 클럽에 새 둥지를 텄다.

개인방송 제작을 위해 스튜디오로 꾸민 공간.  사진=김주석 기자
개인방송 제작을 위해 스튜디오로 꾸민 공간. 사진=김태오 기자

이렇게 당구클럽 장사가 안 되다 보니 한쪽 공간을 나눠서 엔조이만화방을 만들었고, 또 떡볶이집까지 운영하며 버텼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국내 최대 당구클럽의 위용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계약만료 시점에  재계약까지 하기 어려운 처지가 되어 존폐의 위기에 놓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3쿠션 프로 권혁민(43) 선수는 의류사업을 하는 친구 김경민 대표와 함께 당구클럽과 용품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는 대대 20대가 깔린 대형 당구클럽을 5년 동안 운영하다가 새로운 투자처를 물색하며 서울과 근교의 자리를 1년 동안 30군데나 보러 다녔다.

그러던 중 지난해 3월에 운영이 어렵다는 엔조이쓰리칼라의 소식을 듣고 자본금 10억여원을 투자해 이곳을 인수하기로 결정하고 자이언트당구클럽을 만들게 되었다.

평일 오후에도 많은 고객들이 클럽을 이용하고 있다.  사진=김주석 기자
평일 오후임에도 많은 고객들이 클럽을 이용하고 있다. 사진=김태오 기자

이에 대해 권 대표는 “영업이 잘 안되는 클럽을 인수하는 거라 불안감이 있었다. 차라리 예전의 엔조이쓰리칼라가 아닌 자리였다면 부담이 덜 했을 거다.

그러나 새로운 클럽을 하기 위해 1년 정도 준비를 했었고, 주차나 접근성 등이 좋아서 시스템과 환경을 바꾸면 충분히 재탄생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라고 밝혔다.

결국, 50일의 긴 공사 끝에 엔조이쓰리칼라는 자이언트당구클럽으로 환골탈태했다.

기존의 공간을 분리했던 가벽과 룸 형태의 인테리어는 모두 뜯어내고 광활하게 탁 트인 공간으로 화려하게 업그레이드되었다. 

간단한 식사가 가능한 휴게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사진=김주석 기자
간단한 식사가 가능한 휴게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사진=김태오 기자
삼삼오오 모여 조용히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공간.  사진=김주석 기자
삼삼오오 모여 조용히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공간. 사진=김태오 기자

5월에 새로 오픈을 하자 떠났던 많은 사람들이 돌아왔고,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한 것까지 성공하며 신규 고객 유치에도 성공하는 등 큰 호황을 누렸다.

자이언트가 새로 도입한 시스템은 바로 ‘6·6 요금제’다.

6·6 요금제는 반정액제로 불리는 요금제로 주로 망해가던 클럽에서 당구비 부담을 줄여 손님을 유치하기 위해 적용하던 요금제다. 아이러니하게도 자이언트는 6·6요금제로 살아났다.

이 요금제는 입장료를 6,000원을 내면 대대에서 게임을 할 수 있고, 2명이 게임을 해서 진 사람이 6,000원을 더 내는 요금제다. 따라서 하점자들에게 유리할 수 있다.

원래 고점자들의 경우 게임에서 질 확률이 많지 않기 때문에 지지 않으면 아예 요금을 내지 않게 된다.

그러나 ‘6·6요금제’에서는 입장료를 6,000원 내기 때문에 고점자들도 요금을 지급하게 되어 하점자들이나 많이 진 사람의 부담이 그만큼 덜어진다. 

클럽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사용자 전원이 일정 부분 요금을 분담한다는 취지이기 때문에 거부감도 없고 반응이 좋았다.

이 요금제는 많은 사람이 입장해서 게임을 칠수록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이기 때문에 당구대가 많은 대형이 유리하다.

각 테이블마다 설치된 빌리보드 스코어보드와 편의용품들.  사진=김주석 기자
각 테이블마다 설치된 빌리보드 스코어보드와 편의용품들. 사진=김태오 기자
권혁민 대표.  사진=김주석 기자
권혁민 대표. 사진=김주석 기자

권 대표는 이를 두고 무너졌던 엔조이쓰리칼라를 인수해 자이언트당구클럽으로 화려하게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말하며, “3게임을 치고 다 이겼는데, 그냥 가는게 아니라 카운터에 들려서 입장료를 내고 가게 된다. 그래서 운영 초반에 기분이 어떤지 많이 물어봤다. 

피드백이 좋았다. 6000원이라는 금액이 전혀 부담이 되는 것이 아니라서 불만이 없고 오히려 고점자들은 매칭이 쉬워져서 만족했고, 게임에서 많이 진 사람은 부담이 줄어서 좋아했다. 물론, 클럽 입장에서는 게임 수가 늘어나서 수익이 더 커졌다”라고 밝혔다.

또한, 동호회를 만들지 않았던 것과 게임 수 제한을 두지 않은 것, 식당과 음료 등 편의시설이 좋은 것 등이 자이언트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던 이유로 꼽았다.

포켓볼은 공간이 넓은 대형 클럽에서도 대부분 영업 상의 이유로 당구대를 놓지 않으려고 하는 추세다. 포켓볼 당구대를 빼고 그 자리에 대대를 몇 대 더 놓으면 그만큼 수익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또한, 포켓볼 당구대에서 들리는 브레이크 소리나 남녀가 모여 떠드는 소리 등은 쥐죽은 듯이 조용히 공을 치는 3쿠션 대대 문화와 사이가 크게 벌어져 있다. 포켓볼과 3쿠션은 점점 공존이 어려운 환경으로 변해가고 있다.

그러나 자이언트에는 포켓볼 당구대가 6대나 자리잡고 있다. 여유있게 대대를 서너 대 늘릴 수도 있는 공간이지만, 이곳에서 훈련하는 학생 선수들을 배려해 포켓볼 당구대를 설치해 놓았다.

젊은층을 공략하기 위해 포켓볼 테이블 6대를 설치, 포켓 선수들 훈련장으로도 이용되고 있다. 사진=김주석 기자
젊은층을 공략하기 위해 포켓볼 테이블 6대를 설치, 포켓 선수들 훈련장으로도 이용되고 있다. 사진=김태오 기자

주니어 국가대표 서영원(한체대)과 송나경(한빛중) 등이 이곳 자이언트당구클럽에서 매일 훈련을 하고 있다.

또한, 3쿠션 당구월드컵 챔피언 허정한(경남) 선수의 딸 서진 양도 자이언트에서 포켓볼을 배우고 있다.

권 대표는 “솔직히 말해 영업적으로 이윤이 나는 일은 아니다. 3쿠션 쪽에서는 기다리는 시간이 많아지면 간혹 포켓볼 당구대를 빼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포켓볼 학생선수들이 보다 좋은 환경에서 훈련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그리고 “포켓볼 당구대마다 카메라를 달아서 학생선수들이 스스로 공을 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했고, 스트로크 연습기도 여러 대 들여놔서 틈틈이 연습을 하도록 했다. 스트로크 연습기는 클럽에 오는 사용자들도 대기시간이나 게임 전에 몸 풀기로 많이 사용한다.

학생선수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보고 포켓볼을 잘 모르는 3쿠션 동호인들이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라며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서도 말했다.

이처럼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자이언트당구클럽은 단순하게 큰 당구클럽이 아니라 3쿠션 대대를 즐길 수 있는 최적의 환경과 상주 프로 선수들의 레슨 프로그램, 오랜 시간 게임을 치며 있어도 피로하지 않는 여유로운 공간 등을 모두 갖추고 있다.

또한, 새로운 반정액제 요금제를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당구클럽이 운영될 수 있는 롤모델을 제시함과 동시에 새로운 당구 문화와 침체된 포켓볼의 확산까지 책임지는 마치 ‘거인’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앞으로 자이언트당구클럽이 더 크게 확산되어 자이언트라는 이름처럼 더 크고 화려한 당구 문화가 형성되기를 기대한다.

권혁민 대표(왼쪽 두번째)와 자이언트 스태프들. 사진=김주석 기자
권혁민 대표(왼쪽 두번째)와 자이언트 스태프들. 사진=김태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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