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그너 막판 3번의 타석에서 21타 집중 '역전 우승'
1위 달리던 조재호 '4타 차 석패'... 아쉽게 준우승에 그쳐
LG U+컵 준우승과 이번 서바이벌 우승으로 1달 새 '상금 1억원' 획득한 사이그너
조재호는 1년 동안 총 6회 열린 서바이벌 대회서 상금 '1억 300만원' 받아

세미 사이그너(터키)가 '2019 서울 서바이벌 3쿠션 마스터스' 결승에서 후반 막판 연속 21타를 터트리며 역전승을 거두고 15년 만에 세계 정상에 올랐다.  사진=이용휘 기자
세미 사이그너(터키)가 '2019 서울 서바이벌 3쿠션 마스터스' 결승에서 후반 막판 세 타석 동안 21타를 집중하며 역전승을 거두고 15년 만에 세계 정상에 올랐다. 사진=이용휘 기자

[빌리어즈=김주석 기자] 세미 사이그너(터키)가 15년 만에 세계 정상에 다시 올라섰다.

사이그너는 22일 밤 10시 서울 마곡동 '더 넥센 유니버시티' 1층 특설경기장에서 열린 '2019 서울 서바이벌 3쿠션 마스터스' 결승전에서 한국의 조재호(서울시청)와 김행직(전남), 벨기에의 에디 멕스와 대결해 막판 세 타석 동안 21타를 집중시키며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15년 만에 메이저급 대회에서 우승 타이틀을 획득했다.

결승전에서 사이그너는 전후반 90분 동안 16이닝 32타, 누적 91점으로 조재호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준우승 조재호는 29타 79점을 기록했고, 3위 멕스는 19타 39점, 김행직은 17타 31점으로 4위에 머물렀다.

사이그너는 전반 45분과 후반 마지막 세 타석이 남기 전까지 3위로 처져 우승 경쟁에서 다소 멀어져 있었지만, 후반 종료 20분가량을 남기고 사이그너가 집중타를 쏟아붓기 시작하면서 반전에 성공하며 극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사이그너는 전반전에 단 10타 득점에 그치면서 김행직(전남)과 함께 누적 24점으로 하위권으로 처졌다.   사진=이용휘 기자
사이그너는 전반전에 단 10타 득점에 그치면서 김행직(전남)과 함께 누적 24점으로 하위권으로 처졌다. 사진=이용휘 기자

박빙의 승부가 벌어진 전반전에서는 13타를 적중한 조재호와 멕스가 누적 36점으로 공동 선두를 달렸다.

전반전에서 10타에 그친 사이그너와 김행직은 누적 24점으로 뒤를 이었다.

전반전 초반에는 2이닝에서 7연타 한 방으로 20점을 획득한 김행직과 1이닝부터 5-2-0-4 등 꾸준하게 점수를 올린 멕스가 선두 경쟁을 벌였다.

조재호는 6이닝까지 단 2타 득점에 그쳐 누적점수가 9점까지 내려갔고, 사이그너도 단타에 의존하며 계속 2위와 3위를 오르내렸다.

그러나 전반 막판 조재호가 3-4-4 연속타로 스퍼트를 하면서 멕스와 36점 동점을 만들고 1위까지 올라오면서 양상이 달라졌다.

꼴찌였던 조재호가 공동 1위까지 치고 올라오는 동안 사이그너는 24점까지 점수를 잃어 하위 그룹으로 처졌다.

조재호(서울시청)는 후반 막판까지 선두에 올라 최초로 한국 선수가 서바이벌 3쿠션 마스터스 우승을 눈앞에 두었지만, 사이그너에게 아쉽게 4타 차 역전패를 당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사진=이용휘 기자
조재호(서울시청)는 후반 막판까지 선두에 올라 최초로 한국 선수가 서바이벌 3쿠션 마스터스 우승을 눈앞에 두었지만, 사이그너에게 아쉽게 4타 차 역전패를 당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사진=이용휘 기자

30점을 더 받아 54점으로 시작한 후반전 초반, 사이그너는 4이닝까지 단 1타에 그쳐 44점까지 점수가 떨어졌다.

반면, 멕스는 후반 1이닝부터 2-2-1 연속타로 77점까지 점수를 벌었고, 조재호는 3이닝 3타와 4이닝 5타를 적중하며 84점으로 단독 선두에 올라섰다.

3위 사이그너와 1위 조재호의 거리가 10타 차이로 벌어지면서 사이그너는 남은 시간 동안 장타나 연속타가 터지지 않으면 승산이 없었다.

경기 종료까지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기 때문에 1, 2위 경쟁을 하던 조재호와 멕스가 사이그너에게 역전당할 확률은 높지 않아 보였고, 3타 거리에서 조재호를 추격하는 2위 멕스와의 경쟁으로 이번 대회 우승자가 가려질 듯했다.

지난 터키 이스탄불 대회에 이어 두 대회 연속 결승 진출에 성공했던 김행직(전남)은 4위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사진=이용휘 기자
지난 터키 이스탄불 대회에 이어 두 대회 연속 결승 진출에 성공했던 김행직(전남)은 4위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사진=이용휘 기자

그런데 5이닝부터 사이그너가 집중타를 쏟아붓기 시작하면서 대반전이 일어났다.

조재호와 멕스가 모두 범타로 물러난 5이닝 공격에서 사이그너는 6연타로 15점을 만회하며 2위 멕스를 59 대 63, 1위 조재호를 59 대 75까지 쫓아왔다.

이어서 사이그너는 6이닝 공격에서도 멕스가 점수를 올리지 못하자 '하이런 8'로 점수를 쓸어 담아 83점을 만들며 기적처럼 선두에 올라섰다.

6이닝 마지막 순번인 조재호가 3타를 만회하면서 경기 종료 5분여를 남겨두고 80 대 76, 단 1타 차 박빙의 승부가 벌어졌다.

'최초 2연승'에 도전했던 에디 멕스(벨기에)는 후반전 3이닝까지 줄곧 선두를 유지했지만, 4이닝부터 공격 3번이 실패하는 사이에 무려 25점을 빼앗기며 밀려나 3위로 대회를 마쳤다.  사진=이용휘 기자
'최초 2연승'에 도전했던 에디 멕스(벨기에)는 후반전 3이닝까지 줄곧 선두를 유지했지만, 4이닝부터 공격 3번이 실패하는 사이에 무려 25점을 빼앗기며 밀려나 3위로 대회를 마쳤다. 사진=이용휘 기자

전반전 3이닝에서 공동선두로 올라선 뒤 후반전까지 줄곧 선두를 놓치지 않으며 서바이벌 대회 2연승의 청신호를 켰던 멕스는 후반 4이닝부터 잠깐 큐가 침묵을 지키는 동안 결정타를 맞고 무려 25점이나 빼앗겼다.

누적 52점까지 내려가면서 3위가 된 멕스는 1위 사이그너와 8타 차까지 벌어져 2연승이 불투명해졌다.

반면, 조재호는 마지막 7이닝 공격에서 역전까지 2타가 필요해 여전히 우승 도전이 유효했다.

운명을 결정할 마지막 7이닝 타석. 멕스는 단 1타 득점에 그치면서 끝내 2연승이 좌절되었고, 김행직도 4타를 만회하고 4위로 경기를 마쳤다.

3번째 타석에 들어선 사이그너는 75 대 71로 조재호를 간발의 차로 리드하던 상황에서 대거 7타를 성공시켜 96 대 64로 크게 점수 차를 벌렸다.

후반 마지막 공격에서 조재호의 6타째 샷이 아깝게 빗나가자 자리에서 일어나며 세리머니를 하는 사이그너.  사진=이용휘 기자
후반 마지막 공격에서 조재호의 6타째 샷이 아깝게 빗나가자 자리에서 일어나며 세리머니를 하는 사이그너. 사진=이용휘 기자

사이그너가 마지막 타석까지 선방하면서 조재호는 2타 차에서 더 늘어난 동점까지 8타, 우승까지 9타가 필요하게 되었다.

마지막 순서로 큐를 잡은 조재호는 안정적으로 득점을 이어가며 5타를 성공하고 사이그너를 12점 차까지 쫓아갔다.

그러나 아쉽게도 조재호의 득점 행진이 6번째 공격에서 멈춰서면서 사이그너가 91 대 79로 4타 차 승리를 거두고 우승을 차지했다.

사이그너는 지난 2004년 그리스 아테네 3쿠션 당구월드컵 우승 이후 선수활동을 중단한 2008년 이전까지 당구월드컵 결승에 세 차례 올랐고,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2014년 9월, 7년 만에 선수활동을 재개한 사이그너는 바닥부터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서서히 올라왔다.

사이그너는 2016년과 2018년에 세계3쿠션선수권 4강에 진출했고, 지난해에는 당구월드컵 준우승 1회와 4강 2회 성적을 올리며 여전 기량을 되찾았다.

결승전이 끝나고 축하를 나누는 사이그너와 조재호.  사진=이용휘 기자
결승전이 끝나고 축하를 나누는 사이그너와 조재호. 사진=이용휘 기자

지난해 9월 한국에서 서바이벌 3쿠션 마스터스가 시작한 이후 첫 대회 준우승, 2회 대회 3위로 호성적을 거둔 사이그너는 올해 LG U+컵 준결승에 올라왔다.

당시 준결승전에서 사이그너는 조재호와 10이닝 만에 40:35, '평균득점 4.00 대 3.50'의 명승부를 승리로 이끌며 결승에 진출했다.

우승에 도전했던 사이그너는 LG U+컵 결승에서 조명우(실크로드시앤티)에게 17이닝 만에 16:40으로 패해 준우승에 그쳤다.

그러나 사이그너는 1달 뒤 이번 서바이벌 대회 결승에 올라 다시 우승에 도전했고, 대역전 드라마로 우승을 거두며 15년 만에 다시 세계 정상에 올라섰다.

시상식에서 15년 만에 정상에 올라선 사이그너가 우승트로피를 번쩍 올려 기뻐하고 있다.  사진=이용휘 기자
시상식에서 15년 만에 정상에 올라선 사이그너가 우승트로피를 번쩍 들어 올려 기뻐하고 있다. 사진=이용휘 기자

사이그너는 LG U+컵 준우승상금 4000만원에 이어 이번 대회 우승상금 6000만원까지 차지하며 한달 동안 1억원의 상금을 획득했다.

총 6회 열린 서바이벌 대회에서는 10만 8200달러, 우리돈으로 약 1억 2860만원을 벌었다.

준우승자 조재호는 상금 2500만원을 더 획득해 1년 동안 서바이벌 대회에서만 총 8만 5000달러, 약 1억 100만원을 받았다.

이번 대회에서 하이런 신기록을 세운 조재호는 결승 후 시상식에서 '아프리카TV 베스트 하이런상'으로 200만원의 상금을 받기도 했다.

조재호는 준준결승에서 '하이런 26' 신기록과 최고 합산득점 57타, 최고 평균득점 4.017 등 대기록을 작성했고, 사이그너도 준준결승에서 최고 누적점수 165점 신기록을 세운 바 있다.

코줌인터내셔널은 지난해 9월부터 한국과 터키 이스탄불에서 모두 여섯 차례 '서바이벌 3쿠션 마스터스'를 개최하고 있다. 사진은 이번 대회 폐회식에서 인사말을 하는 코줌인터내셔널 오성규 대표이사.  사진=이용휘 기자
코줌인터내셔널은 지난해 9월부터 한국과 터키 이스탄불에서 모두 여섯 차례 '서바이벌 3쿠션 마스터스'를 개최하고 있다. 사진은 이번 대회 폐회식에서 인사말을 하는 코줌인터내셔널 오성규 대표이사. 사진=이용휘 기자

전 세계 톱랭커가 총 출전하는 서바이벌 3쿠션 마스터스는 한국의 코줌인터내셔널(대표 오성규)이 한국에서 유행하는 당구 경기 규칙을 UMB 세계캐롬연맹(회장 파룩 바르키)의 정식 경기에 맞게 수정해 작년 9월부터 2달에 1번꼴로 총 6번 개최했다.

첫 대회에서 다니엘 산체스(스페인)가 초대 챔피언에 오른 이후 딕 야스퍼스(네덜란드)가 2회 대회와 4회 대회 우승, 프레데릭 쿠드롱(벨기에)이 3회 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사대천왕' 3명이 4번 대회가 열리는 동안 번갈아 가며 우승을 휩쓸었다.

이번 대회에 앞서 터키 이스탄불로 장소를 옮겨 처음 해외에서 치러진 5회 대회에서는 멕스가 5만달러의 주인공이 되었고, 김행직과 조재호는 각각 2위와 3위에 올랐다.

시상식에서 준우승상금 2만 1000달러를 받은 조재호와 시상한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 남삼현 회장(왼쪽).  사진=이용휘 기자
시상식에서 준우승상금 2만 1000달러를 받은 조재호와 시상한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 남삼현 회장(왼쪽). 사진=이용휘 기자

'세계 최고의 공격수' 조재호는 서바이벌 대회에서 모두 준결승(8강) 이상 성적을 올리고, 이번 대회까지 3회 연속 결승에 오르며 한국 당구의 자존심을 지켰다.

그러나 6번 모두 유럽 선수들이 우승을 차지하면서 서바이벌 당구 세계 제패는 여전히 숙제로 남게 되었다.


 

◆ '2019 서울 서바이벌 3쿠션 마스터스' 결승 경기결과

1 세미 사이그너  91점-32타-16이닝-하이런 8
2 조재호  79-29-16-5
3 에디 멕스  39-19-16-5
4 김행직  31-17-16-7


경기결과 제공=코줌큐스코/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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