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3쿠션 당구선수권대회

올해 열려야 할 세계3쿠션선수권대회가 아직도 개최국이 결정되지 않고 있다. 88년 전통의 세계3쿠션선수권대회는 20년 만에 개최가 불투명한 최대 위기를 맞았다. 올해는 어떤 국가에서도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을 터, 이쯤 되면 기적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UMB(세계캐롬당구연맹, 회장 장 클라우드 듀퐁)에서 주최하는 2015년 세계3쿠션선수권대회 개최지가 아직도 선정되지 않고 있다. 연 1회 개최돼야 하는 세계3쿠션선수권대회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올해 반드시 열려야 할 대회의 개최지를 아직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지난해 말 서울 잠실에서 열렸던 세계3쿠션선수권대회는 개최국 선정이 이미 4년 전에 확정되었고, 그 이전에 안트워프나 포르토, 리마, 슬루이스낄 등에서 열린 세계3쿠션선수권대회 역시 개최 연도 이전에 개최국과 개최 장소를 미리 확정해 발표했다.

세계선수권대회는 월드컵과 같은 이벤트성 토너먼트와 달리 정해진 주기에 따라 반드시 개최해야 하는 대회이기 때문에 만약 대회가 불발되거나 주기를 지키지 못한다면, 개최를 책임져야 할 UMB는 국제 경기단체로서 망신을 당하게 되는 것은 물론 캐롬뿐만 아니라 당구 전체 종목의 위상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모든 국제 스포츠 이벤트는 개최지를 선정하고 대회를 준비하는 기간을 최소 4~5년 이상 잡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대회를 치를 자금을 미리 확보하고 확보된 자금에 따라 대회 규모를 산정하고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 세계 스포츠 네트워크가 발달되어 있다고는 해도 국제 스포츠 이벤트처럼 여러 국가의 선수가 움직이는 경우에는 지구 반대편까지 의사소통하는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에 자칫 차질이 빚어질 수 도 있기 때문에 이런 만일의 상황에 대비할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물론 세계3쿠션선수권대회는 규모가 크지 않고 UMB나 조직위원회가 출전 선수나 각국의 연맹체와 커뮤니케이션하는 과정에 많은 어려움이 따르지는 않는다. 그래도 세계3쿠션선수권대회를 치르려면 한화로 최소 약 1억5천만 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하다.

전 세계 3쿠션 관련 단체 중에 그 많은 예산을 미리 확보하고 있는 단체는 어디에도 없다. 경기단체가 국가의 지원을 받으려면 늦어도 전년 상반기부터 준비하여 사업 지원의 타당성 심사를 통과하고, 하반기에 국회 예산안 심의를 거쳐야만 올해 예산을 배정받을 수 있다.

2015년 세계3쿠션선수권대회는 개최국이 아직 선정되지 않았으니 어떤 국가에서도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을 듯하다. 결국, 어떤 능력 있는 오거나이저가 나타나서 급하게 스폰서를 확보해야만 대회를 치를 수 있다는 얘기다.

시간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UMB는 이미 4년 전에 2014년 세계3쿠션선수권대회를 한국으로 결정하고 몇 년 동안 2015년 세계3쿠션선수권대회 개최국을 찾지 못했다. 어느 선까지 노력했는지 알려진 바 없지만,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개최국을 선정하지 못했다는 것은 집행부가 제일 중요한 임무에 소홀했다는 것이다.

UMB는 이에 따른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물론 대회 몇 달 전에 개최국이 선정되어 대회를 치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주먹구구식 행정이 계속되는 한 당구가 전 세계인이 인정하는 스포츠로서 입지를 다지고 나아가 올림픽 종목으로 격상될 수 있는 기회를 잡는 것은 더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1928년 시작된 세계3쿠션선수권대회는 1963년부터 1987년까지 매년 개최되었고, 1988년부터 1991년까지는 월드컵 랭킹으로 세계 챔피언을 선정했다. 그리고 캐롬 양대 국제 경기단체였던 UMB와 BWA가 대립각을 세운 1992년과 1993년에는 대회를 치르지 못하다가 두 단체의 갈등이 종결되고 UMB가 체제를 정비한 1994년부터 2014년까지는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개최되었다. 3쿠션은 올해까지 88년 역사 중 총 67번의 세계 챔피언이 탄생했다. 지난해 한국 선수 최초로 세계 챔피언이 된 최성원은 67번째 세계선수권자다.

지금이라도 세계선수권대회라는 명성을 이어갈 수 있는 UMB 행정의 변화를 촉구한다. UMB는 2015년 세계3쿠션선수권대회를 무사히 치러내야 하겠지만, 2016년, 2017년 대회 개최를 위한 준비를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만약 올해 20년 만에 세계3쿠션선수권대회 개최가 불발되고 내년, 내후년 대회 개최 준비에도 계속해서 차질을 빚게 된다면 세계 당구인들과 3쿠션 선수들은 UMB라는 조직과 3쿠션의 변화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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