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런닝맨> 캡처
페놀 수지 가공 기법이 있던 살룩에서 아라미스 당구공 히트시켜
존 웨슬리 하얏트는 당구공 개발 과정에서 인류 최초의 플라스틱 셀룰로이드 발견

[빌리어즈=김민영 기자] 지난해 배우 강하늘이 SBS <런닝맨>에 출연했다가 ‘당구공의 원재료이자 대학을 이르는 OO탑’이라는 문제에 ‘석고’라는 답을 했다. 
 
틀렸다. 정답은 다들 알고 있듯이 ‘상아’다. 
 
원래부터 당구공은 상아로만 만들어졌을까. 그렇다면 지금의 당구공은 과연 어떻게 탄생했을까.
 
적절한 무게와 내구성, 광택, 경쾌한 소리, 게다가 정전기가 발생하지 않아야 하는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시킨 현재의 당구공이 탄생하기까지 수많은 실패와 시행착오가 있었다.
 
하지만 인류는 당구공 개발 실패 과정에서 뜻밖에 플라스틱이라는 최고의 선물을 받기도 했다. 

당구공은 원래 목재로 만들어졌다. 19세기 초 나무나 돌을 깎아 만들기 시작한 당구공은 19세기 중반부터 상아로 제작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상아 당구공은 너무 비싼 데다가 잦은 재가공이 필요했고 칠수록 공이 작아지는 단점이 있었다. 
 
게다가 피아노 건반이나 보석 등 상아의 수요가 급증하자 당구공 가격이 치솟기 시작했다.
 
결국 상아 당구공의 가격을 감당하지 못한 미국의 뉴욕 당구 용품 제조회사에서 상아 당구공을 대체할 당구공 개발에 1만 달러 현상금을 걸고 광고를 내기에 이르렀다. 
존 웨슬리 하얏트

BCA 명예의 전당에 헌정까지 된 독일 출신의 인쇄업자인 존 웨슬리 하얏트(John Wesley Hyatt) 역시 새로운 재질의 당구공 만들기에 나섰다. 

나무를 말려 가루로 만든 것과 물에 불린 종이, 헝겊, 아교풀 등 여러 가지 재료를 섞어 반죽을 압축해 당구공과 비슷한 모양 제작에는 일단 성공했다. 

하지만 상아 당구공처럼 단단하지도, 묵직하지도 않아서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거듭되는 실패에도 불구하고 실험을 거듭한 하얏트는 천연 셀룰로스에 질산을 반응시켜 인류 최초의 플라스틱인 셀룰로이드를 발명해 냈다. 

비록 셀룰로이드의 단점인 폭발성 때문에 당구공으로는 사용할 수 없는 재질이었으나, 주사위나 단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쓰이면서 셀룰로이드는 하얏트를 돈방석에 앉혀 주었다.

현재 당구공 시장은 살룩사가 전 세계 당구공의 80% 이상을 생산, 공급하며 지난 60년간 전 세계 당구공 시장을 독점해 오고 있다. 

그만큼 완벽한 당구공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말해 준다.

원래 살룩은 1923년 피혁 가공용 화학 약품 제조사로 출발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수많은 피혁 대체품들이 나오면서 피혁 회사들이 줄줄이 문을 닫자 도산 위기에 직면한 살룩은 다른 돌파구가 필요했다.

당시 독특한 페놀 수지 가공 기법을 갖고 있던 살룩은 페놀 수지를 이용한 당구공 제조에 뛰어들었다. 

살룩은 당구공의 밀도와 재질을 극도로 압축한 신공법인 페놀 포멀 포뮬러 기법을 고안해 냈고, 1960년대 중반부터 ‘승리를 안겨주는 공’이란 이름의 ‘아라미스’ 공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살룩의 페놀 수지 당구공은 미세분자 구조로 완벽한 구의 형태를 구현해 냈으며, 균일한 재질로 인한 균형과 반발, 일정한 중량과 경도를 보여주었다.

기존의 당구공에서 볼 수 없었던 뛰어난 장점을 갖고 있던 아라미스 당구공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단숨에 당구공 시장을 장악했다. 

40만 회 이상의 타격과 5톤의 하중, 250도의 최고 마찰열을 거뜬하게 이겨내는 아라미스 공의 비결은 철저한 품질관리에 있다.

재료는 반드시 자체 공장에서 만든 페놀 수지를 사용해야 하며, 23일 동안 13단계를 거치는 과정의 마지막 단계에서는 반드시 수작업으로 꼼꼼히 점검한다.

아직까지도 매출의 10%를 기술개발 비용으로 투자하고 있는 살룩의 당구공에 도전하기 위해 일본, 미국, 중국 등에서 당구공 개발에 공을 들였지만, 살룩의 당구공을 완벽하게 재현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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