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A 프로당구투어의 출범을 견제하기 위해 아마추어 당구 종목단체인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 이사회가 PBA로 이탈하는 선수에게 '자격정지 3년' 제재를 하도록 규정을 바꾸었다. PBA는 이에 즉각 반박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협회의 선수 독점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과거 유명한 스포츠 단체와 선수간의 국제 소송에서 증명되었다"라고 강조했다.


[빌리어즈=김민영 기자] PBA 프로당구투어 출범을 막기 위해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KBF)과 세계캐롬연맹(UMB) 등 관련 단체들이 '독점 카드'를 꺼내 들면서 끝내 법적 다툼이 불가피한 상황까지 전개되고 있다.

지난 28일 오후에 KBF는 이사회를 열고 종전 지도자선수체육동호인등록규정을 대한체육회 지침에 따라 경기인등록규정으로 변경하면서 프로 및 유사단체로 이탈한 전문선수에 대해 '3년간 등록 제한'을 두도록 규정을 변경했다.

이에 PBA 측은 29일 오전에 빠르게 보도자료를 배포해 강력 대응을 시사하고 제소 절차를 밟겠다는 뜻을 밝혔다.

결국 이번 PBA와 KBF, UMB 분쟁 사태가 법적 다툼이 불가피한 상황까지 가면서 과거 같거나 유사한 사례에서 법원은 과연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보도자료에서 PBA는 "과거 같은 사례에서 법원이 '스포츠 단체들의 선수 독점'을 금지시킨 것은 이미 국제 스포츠계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라고 강조하며 3가지 분쟁 사례를 제시했다.

첫 번째는 2017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ISU 국제빙상연맹이 '아이스 더비(Ice Derby)'에 출전한 네덜란드 스케이트 국가대표 선수 2명을 제재한 사건에서 "국제빙상연맹이 EU의 독점금지법을 위반했다"라고 판단한 사건이다.

이러한 집행위원회의 시정조치에 따라 국제빙상연맹은 규정을 개정하고 독립 주최자가 세계빙상대회를 개최할 수 있도록 적법한 절차를 구성했다.

두 번째 사례는 널리 알려진 국제수영연맹(FINA)과 국제수영리그(ISL) 사이의 분쟁으로 이 사건은 지난 2018년 12월 개최될 예정이었던 ISL 대회를 국제수영연맹이 '승인하지 않은 대회'로 선언하면서 촉발되었다.

당시 국제수영연맹은 ISL에 출전하는 선수에게 최대 2년간 올림픽 등 국제수영대회에 출전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소속 단체에 보냈다.

현재 당구계에서 벌어진 프로 사태와 똑같은 이 사건은 수영 선수 3명과 ISL 주관 단체가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지방법원에 국제수영연맹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일단락되었다.

제소 이후 국제수영연맹은 ISL 대회가 규정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공식 성명을 발표해 반박했지만, 결국 국제수영연맹은 독립주최자가 개최하는 대회(ISL)에 출전하는 것은 규정상 문제가 없으며 선수들에게 제재를 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입장을 수정했다.

세 번째 사례는 지난 2015년에 있었던 국제승마연맹(FEI)과 글로벌챔피언십리그(GCL) 사이에 벌어진 분쟁으로, GLC는 'EU의 독점금지법' 위반으로 국제승마연맹을 벨기에 법원에 제소했다.

당시 벨기에 법원은 국제승마연맹이 GLC 대회를 제재할 수 없다는 가처분 판결을 내렸고 국제승마연맹이 즉각 항소했지만, 항소심 판결까지 패하면서 승마선수들은 2016년 열린 GLC 대회에 국제승마연맹의 제제없이 출전했다.

GLC 대회 개최 1년 후인 2017년 1월에 국제승마연맹은 GLC와 MOU를 체결하면서 긴 분쟁을 마치고 상호 협력 체제로 GLC가 운영되고 있다.

PBA 관계자는 "이러한 3가지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스포츠 단체가 대회 개최를 독점하기 위해 선수를 징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선수의 권익이 단체의 권리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은 이미 여러 나라 법원에서 인정했다"라고 밝혔다.

또한, "최근 ASOIF 하계올림픽종목국제연맹총연합회에서도 국제스포츠연맹은 기존의 독점적인 지위로 스포츠를 독점하기보다는 일반기업과 협조해 스포츠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하며 리포트를 발표한 바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태에 대해 PBA 장상진 부총재 내정자는 "국제 스포츠 흐름에 따라 선수 권익을 강화하고 존중해야 하는데, 아마추어 단체가 선수를 일방적으로 제재하겠다는 것은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특히 KBF는 국내 선수들을 보호해야 하는 단체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UMB와 공조해 국내 선수들을 제재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은 KBF가 왜 존재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망각한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다"라며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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