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어떤 스포츠 종목도 변하지 않는 룰이란 없다. 급변하는 정세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스포츠 경기에서의 시대적 요구는 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기서 다룰 칼럼 내용 중에 변하지 않는 규칙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며, 다만 지금 적용되고 있는 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될 것이다. 아울러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과 주관적인 견해가 다소 포함되어 있을 수 있다. <필자 주>

 

심판은 선수를 위한 직업이지만 우리는 보통 선수에게 좋은 평가를 듣지 못한다.

아주 잘해봐야 ‘심판으로서 당연한 것’이고, 잘못하면 20살짜리 어린 선수에게 나이 60세가 넘은 심판이 “도대체 심판을 어떻게 보는 거예요”라는 소리를 들어도 되는 죄인이 되어야 한다.

물론, 심판의 잘못된 판정에 정당하게 항의하는 선수가 잘못했다는 말은 아니다.

10여 년 전에는 그래도 연맹 차원에서 1년에 한 번 월례대회(지금의 선수평가전) 대신 인성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교육을 하기도 했었고, 적어도 선후배 사이 깍듯한 인사와 경기 중 매너, 심판에 대한 기본적 존중 정도 등은 모두가 상식적으로 교육받고 그대로 했었다.

그동안 상금이 큰 시합이 많이 생기고, 지금은 프로화에 대한 요구도 늘고 있다. 그러나 당구 종목이 성장하는 것에 비해 당구와 관계된 사람들은 얼마나 성장했는가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시점이 되었다.

심판이 판정을 잘못하면 비난받아 마땅하다. 당연하다.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그에 합당한 비난과 징계로 그쳐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참담한 심경이 들 때가 있다.

제99회 전국체전이 지난 10월 전북 전주에서 열렸다. 사진=빌리어즈 자료사진

이번 전국체전을 겪으며 또 한 번 참담한 심경을 필자는 감출 수가 없었다.

전국체전은 연봉과 연금, 시도의 명예 등을 어깨에 짊어진 선수들에게는 너무 중요한 시합이다. 그렇기 때문에 심판의 실수는 중대한 실수가 되고 다른 대회보다 더 비난받게 되는 것이고 그 실수의 결과는 중대한 징계로까지 이어진다.

그러나 모든 비난과 징계 또한 ‘정당해야’ 하는 것 아닌가.

연봉, 연금 등 얻을 것이 많은 선수에 비해 심판은 고작 일당 6만원에 그 많은 비난과 질타와 징계를 견뎌야 하는 ‘너무 슬픈 직업’인 것이다.

오래전처럼 ‘봉사’라는 말로 다독이기에는 너무 가혹한 현실이다. 20살 남짓, 이제 성장하는 선수가 심판에게 그런 말을 할 수도 있는, 지금 이곳이 당구계의 현주소라는 게 너무나 슬펐던 대회였다.

물론 그렇지 못한 심판들도 간혹 있다.

자신의 직무수행에 필요한 기본 룰 숙지조차 하지 않고 경기에 배정되면 고스란히 선수가 피해를 보게 되고, 선수는 그 피해를 보상받을 길이 없다.

그리하여 누구보다 인성교육이 필요한 직업 또한 심판이다.

피눈물 흘린 적 있는 선수 입장에서는 땅을 치고 억울할 이야기일 수도 있으나, 심판에게는 경험이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경험을 통해 실수도 하고 징계도 당하고 또 성장한다. 그 과정은 선수들과 함께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을 한다.

대회에는 ‘정당한 비난과 징계’를 얼마든지 겸허히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 심판이 선발되어 배정된다.

그러나 현재 심판의 권위는 일당 6만원이다. 도대체 이 일을 왜 못 놓고 있는지를 필자도 아직은 이해하지 못한 채 붙들고 있다.

필자와 함께 이 일을 견뎌주고 있는 대한민국의 모든 심판들을 격려하고 싶다.

부디 동호인 선수든 연맹 선수든 내가 선수라면, 신체적 고생보다 마음을 다치게 되는 이 위험한 일을 견뎌내고 있는 심판들에게 독려와 응원까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의 존중’ 정도는 해달라고 간곡히 말하고 싶다.


* 이 칼럼의 내용은 (사)대한당구연맹 심판위원회 공식 입장과 관계없는 필자 개인의 의견임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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