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를 스포츠로 만들어준 당구왕 김경률

고 김경률 선수

지난 22일 오후 3시 05분, 불의의 사고로 우리는 가장 큰 별을 잃었다. 김경률 선수는 한국 당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다. 만약 그가 없었다면 지금의 한국 당구는 없다. 단언컨대 한국 당구는 ‘김경률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김경률 이전의 한국 당구는 성장통을 앓는 미생의 스포츠에 불과했지만, 김경률 이후의 한국 당구는 완전한 스포츠로 거듭났다. 이렇듯 그는 120년의 불행한 역사를 지닌 한국 당구를 송두리째 뒤바꾼 선구자다.

스포츠로 거듭나기 위해 오랜 세월 피땀 흘린 한국 당구의 꿈을 현실로 이뤄준 이가 바로 김경률 선수다. 그는 우리는 해내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 속에 한국 당구가 비겁하게 뒷걸음질 칠 때,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걸고 홀로 도전하고 또 도전하여 끝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었다.

그리고 우리는 이를 계기로 다시 용기를 얻고 혼신의 힘을 다하여 당구가 전국체전에 정식종목이 되었고, 서울시청과 수원시청, 충남당구연맹 등의 실업팀이 탄생하였으며, 한체대와 국민대 등에서 당구 특기생을 선발하는 기반을 닦을 수 있게 되었다. 김경률 선수의 도전과 결실이 없었다면 한국 당구는 지금도 제 길을 찾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이토록 가슴이 저민다. 결코, 잃어서는 안 될 이를 지켜주지 못한 괴로움에 숨이 막힌다. 두 눈을 꼭 감고 반듯하게 누워 입관하는 그의 얼굴을 보며 한없이 목 놓아 울었고, 화장장 입구에 들어서는 그 비통한 순간에 가슴을 움켜쥐며 오열했다. 한국 당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인 그가 왜, 이토록 허무한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가.

우리는 그를 두고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선수’라고 망설임 없이 평가했다. 그가 보여준 실력은 물론이고, 항상 겸손하고 거짓 없는 인성과 행동 모두가 누구든 그를 칭송하게 만들었다. 수억 원의 연봉을 받는 한국 당구 사상 최고의 스타이면서도 항상 겸손했고, 선배에게는 깍듯하고 후배와 동호인들에게는 따듯한 언행을 보여주었다.

우리 같은 보통사람은 누가 먼저 다가가지 않아도 항상 먼저 다가오는 그를 막을 재간도 없다. 그만큼 카리스마가 넘친다. 보통 사람은 가질 수 없는 카리스마가 그에게는 있다. 그 카리스마는 경기 중에는 상대방을 감히 대적하지 못하게 만들었고, 경기장 밖에서는 모든 이가 우러러보게 만들었다.

변방의 약체로 평가받던 한국 당구가 일약 세계 정상권으로 비상하는 데에 선구자 역할을 했고, 훌륭한 인성과 스포츠맨십으로 모든 이에게 칭송 받는 당구선수가 바로 김경률이다. 당구선수는 물론이고 모든 스포츠 선수가 본받고 따라가야 할 표본이 바로 ‘김경률’이라고 감히 말한다.

김경률 선수와 함께 했던 지난 10년의 기억이 그를 놓지 못하게 한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이렇게 슬프다. 한국 당구는 가장 큰 별을 잃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를 잃었고, 기둥을 잃었다.

 

빌리어즈 김주석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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