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월드서바이벌 3쿠션 마스터스'에서 기적같은 준우승을 차지한 세미 사이그너(터키)는 이번 대회에 대해 "끝까지 안심할 수도, 포기할 이유도 없는 박진감 넘치는 경기"라고 평가했다. 인천=이용휘 기자


[빌리어즈=김민영 기자] 서바이벌(Survival). 글자 그대로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승부'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졌다.

'월드서바이벌 3쿠션 마스터스(이하 서바이벌 3C)'는 대회 기간 동안 경기를 지켜보는 당구 팬들은 물론, 출전 선수들까지 매료시키며 성공적으로 개최되었다.

기존 한국형 당구 경기 방식을 토대로 공식 경기로 치를 수 있도록 재구성한 서바이벌 3C에 대한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무엇보다도 대회에 참가해 직접 경기를 해본 3쿠션 세계 최강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선수들은 자국으로 돌아가면 이 경기 방식으로 3쿠션 종목을 보급시킬 수 있다며 반겼고, 이를 토대로 전 세계적인 3쿠션 보급도 가능하겠다며 고무적인 반응도 보였다.

이 경기 방식은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큰 캐롬 시장을 보유하도록 만든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라는 추측을 하기도 했다.

백스테이지에서는 이처럼 대회 기간 동안 선수들 나름대로 직접 경기를 해보고 느낀 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처음에는 기존 당구 경기 방식과 달리 전술이 필요 없는 부분이나 자신의 타석이 돌아오기 전까지 변수가 많은 점 등 다소 어색한 분위기도 있었지만, 경기가 진행될수록 선수들이 적응하게 되면서부터는 대체로 호평이 이어졌다.

선수들 스스로 어떻게든 '살아남기(Survive)' 위한 처절한 혈투를 벌이면서 준준결승, 준결승, 결승으로 올라가는 길목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험난했고 그만큼 경기는 더 재미있었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많은 누적점수 140점을 기록하고, 결승전에서는 꼴찌에서 선두로 올라서는 기적같은 플레이를 보여주었던 세미 사이그너(터키)와 이번 대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음은 준결승 경기 후 백스테이지에서 만난 사이그너와의 일문일답이다.

 

- 이번 대회는 한국형 경기방식으로 치러지는 사상 첫 대회다. 이전에 터키에서도 이런 방식의 경기를 한 적이 있었나.

이 방식에 대해서 조금 안다. 꼭 이런 방식은 아니었지만, 5~6명이 한꺼번에 하는 경기를 해본 적은 있다. 알다시피 이런 경기는 재미있다. 공식 경기에서 처음 적용된 방식이었기 때문에 더 흥미진진했다.


- 이번 '서바이벌 3C' 대회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좋다. 재미있다. 경기를 하는 선수와 보는 관중 모두에게 재미있는 경기방식이다. 


- 이 경기방식의 어떤 부분이 가장 흥미로운가.

일단 변수가 많다. 수비를 할 필요가 없고, 3명이 플레이를 하기 때문에 다음 차례가 오기까지 상황 변화가 많다.

기회를 잡으면 얼마든지 드라마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경기 끝까지 안심할 수도, 포기할 이유도 없다. 그만큼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전개된다.
 

이 대회는 글자 그대로 '살아남기(Survive)' 위해 벌이는 처절한 전투다. 선수들은 모든 타석에서 더 험난한 레이스를 달려야 한다. 따라서 경기를 보는 당구 팬들은 더 재미있는 경기를 볼 수 있다. 인천=이용휘 기자


- 3명의 상대 선수들이 잘 치면 순식간에 '아웃'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그것이 이 경기방식에서 긴장을 잠시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1득점을 하면 누적점수 3점이 되고 상대방의 득점이 많아지면 내가 쌓은 점수를 빼앗겨 그런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이 대회는 글자 그대로 '살아남기(Survive)' 위해 벌이는 처절한 전투다. 선수들은 모든 타석에서 더 험난한 레이스를 달려야 한다. 따라서 경기를 보는 당구 팬들은 더 재미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선수들이 범타로 물러나는 이닝이 많던데 왜 그런가.

당구가 원래 변화무쌍한 경기여서 일단 앞 선수가 수비를 의도하지 않아도 내 차례에서 어려운 포지션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한 타석에서 3점, 4점, 5점을 득점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앞 선수가 수비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모든 이닝에서 그렇게 점수를 낼 수는 없다.
 

- 기존의 '1대1' 경기 대신 4명이 경기를 하는 부분은 어떤가.

별 문제 없다. 괜찮다. 내 앞 차례의 선수들이 득점을 많이 하면 내 차례가 오기 전까지 대기 시간이 길어지지만, 점점 익숙해지고 있는 중이다.


- 한국 선수들은 이 경기방식에 다소 익숙하다. 경험이 많은 한국 선수들이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하나.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 정식 대회가 아니라면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 좀 더 유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식 대회에서는 좀 다르다.

이 경기방식의 특징은 다른 선수와 대결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경기를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달려 있다. 다른 선수들도 이기기 위해 연습하고 있고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 이번 대회에 참가하면서 세운 전략이 있나.

전략은 없다. 앞서 말했듯이 이 경기방식은 앞 선수에게 포지션을 어떻게 받느냐에 의존해야 한다.

나쁜 포지션을 받으면 득점이 어려워져 살아남는 것이 힘들지만, 쉬운 포지션을 받으면 큰 점수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살아남는 것이 더 유리하다. 그래서 전략을 세울 수가 없다.

물론, 이번 대회에 출전해서 경기를 하다보니 예외적인 부분도 있었다.


- 예외적인 부분이 어떤 것인가.

마지막 이닝은 전략적인 부분을 가미할 수도 있었다. 물론, 내가 경기를 리드하고 있는 상황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나에게 주어지는 세 번의 타임아웃(시간연장)을 마지막 이닝까지 한두 번 남길 수 있다면, 다른 선수에게 타석이 돌아가지 않도록 타임아웃을 사용해 최대한 시간을 끄는 것 정도다. 
 

결승전이 끝나고 최성원과 경기 중 포지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이그너. 서바이벌 3C는 당구 팬은 물론, 출전 선수들까지 흥미진진한 대회라는 평가를 받았다. 인천=김민영 기자


- 이닝 제한시간이 30초로 줄어든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나.

경기를 해보니 너무 짧다고 느껴졌다. 이 부분에 대해 모든 선수들이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듯하다. 그렇지만, 선수들은 룰이 정해지면 그에 맞춰 최선을 다해 경기를 해야 한다. 큰 문제는 아니다.


- 가장 경계하는 선수가 있나.

TV로 보면 한 선수가 조금 더 경기를 잘 컨트롤할 수 있겠지만, 모든 경기에서 그렇게 할 수는 없다. 우승의 기회는 누구에게든 열려 있다.

다른 선수가 컨디션이 좋아보인다고 해서 경기를 포기할 이유도 없다. 얼마든지 재미있는 경기를 만들 수 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 마지막으로 이번 대회에 참가한 소감 한마디 해달라.

일단 본선 무대에 올라 당구 팬 여러분에게 좋은 경기를 보여줄 수 있어서 기쁘다. 경기에서 이기고 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지금 여기서 경기를 하는 것 자체가 즐겁고 흥미롭다. 

 

인터뷰=김민영 기자
정리=김주석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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