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LG유플러스컵 3쿠션 마스터스' 8강에 오른 서현민(충남·국내랭킹 2위). 서현민은 8강전에서 이 대회 준우승자 프레데릭 쿠드롱(벨기에·세계 1위)을 상대로 30:20으로 크게 앞서는 등 좋은 경기를 펼쳤다. 김민영 기자


[빌리어즈=김민영 기자] "예선 조 추첨이 끝나고 사대천왕 두 명이랑 같은 조에 배정되어 본선 진출은 꿈도 못 꿨다"

서현민은 '2018 LG유플러스 3쿠션 마스터스' 8강전에서 세계랭킹 1위 프레데릭 쿠드롱(벨기에)을 이번 대회에서 처음 코너로 몰아붙인 선수다.

그의 이번 대회 여정은 무척 험난했다. '3쿠션 사대천왕'으로 불리는 세계 최강자 쿠드롱과 딕 야스퍼스(네덜란드·세계랭킹 5위)과 같은 D조에 배정되면서 예선부터 어려운 경기를 해야 했다.

그러나 서현민은 첫 경기에서 만난 야스퍼스를 짜임새 있는 공격으로 20이닝 만에 40:35로 무너트리며 '돌풍'을 예고했다.

쿠드롱과 두 번째 예선 경기에서 19이닝 만에 22:40으로 패했지만, 김재근(인천)과 마지막 경기를 무승부로 만들면서 1승 1무 1패로 야스퍼스를 제치고 D조 2위에 올라 본선행 티켓을 차지했다.
 

서현민이 배정된 예선 D조에는 쿠드롱과 야스퍼스 등 '사대천왕' 두 명이 속해 있었다. 본선 티켓 두 장을 두 선수가 나누어 갖는 것을 의심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첫 경기에서 서현민이 야스퍼스를 20이닝 만에 40:35로 무너트리면서 서현민은 당당하게 본선 8강에 진출했다. 김민영 기자


대회 시작 전 쿠드롱과 야스퍼스가 무난하게 본선에 오를 것이라는 예상을 보란 듯이 깨고 당당하게 본선 무대를 밟은 서현민은 8강에서 또 한 번 쿠드롱과 대결했다.

서현민은 8강전에서 주눅 들지 않았다. 예선의 패배는 그때로 남겨두고, 자기 플레이에 충실했다.

그 결과로, 이번 대회에서 무척 기세가 좋던 쿠드롱은 자칫하면 8강에서 탈락할 수 있는 매우 다급한 상황까지 내몰렸다.

서현민은 11이닝까지 30:20 결코 적지 않은 점수 차로 경기를 리드했다.

만약 쿠드롱이 연속 11득점 한 방으로 역전시켰던 11이닝에서 한 번의 실수라도 범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서현민은 완벽하게 경기를 했다. 아쉽게도 쿠드롱의 득점 감각이 막판에 되살아나면서 서현민은 잠시 흔들렸고, 쿠드롱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그대로 경기를 끝냈다.

비록 결과는 패배였지만, 과정은 그렇지 않았다. 쿠드롱도 서현민과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 전력을 다해 싸웠다는 사실을 말하며 서현민의 플레이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본선 8강전에서 서현민은 맹타를 휘둘러 11이닝까지 30:20으로 쿠드롱을 압박했다. 아쉽게도 막판에 쿠드롱의 득점 감각이 살아나면서 패했지만, 경기 후 서현민은 쿠드롱으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김민영 기자


이번 LG유플러스컵에서 치른 총 4경기 중 3경기를 '사대천왕' 쿠드롱, 야스퍼스와 치르며, 후회 없는 경기를 한 서현민은 한층 더 성숙한 모습으로 당구 팬들 앞에 다시 설 날을 기대하고 있다.

다음은 8강 경기 후 백스테이지에서 만난 서현민과의 일문일답이다.


- 너무 아쉽게 졌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어떤 경기였나.

초반에 운이 좋게 잘 맞아서 경기가 잘 풀렸는데, 브레이크타임이 끝나고 후반전에서 쿠드롱이 연속득점으로 추격해오면서 내가 잠시 흔들렸다.


- 이번 대회에서 쿠드롱을 두 번이나 상대했는데. 

상대가 쿠드롱이다 보니까 시작하기 전부터 마음을 비우려고 했다. 마음 편히 치면서 내 공에 집중하려고 애썼다.

워낙 예선을 힘들게 통과해서 두 번째 대결이었던 8강전에서는 후회 없이 경기를 하고 싶었다. 


- 예선전이 무척 험난했다. 야스퍼스와 쿠드롱 '사대천왕'만 두 명인 조에 배정되었다.

그렇다. 조 추첨을 하고 나서 사대천왕 두 명이랑 같은 조에 배정되었기 때문에 사실 본선 진출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런데 첫 경기에서 야스퍼스를 이기면서 그때부터 자신감이 생겼다.
 

- 야스퍼스를 이긴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관중들이 응원을 많이 해주어서 그게 큰 힘이 되었다. 


- 야스퍼스 경기에서 서현민 선수를 응원하는 관중들의 환호가 컸는데, 그게 큰 힘이 되었나.

솔직히 경기에 들어가기 전까지 이기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이었는데, 관중들의 응원을 받으면서 이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기가 잘 풀려가는 느낌을 받으면서 실수를 안 하면 이길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부터 타석에서 더 집중해서 풀어나갔다.

 

서현민은 예선 리그 마지막 경기였던 김재근과의 대결을 가장 힘든 순간으로 기억했다. 너무 완벽했던 김재근의 플레이에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던 서현민은 후반전에 3-5-5-3점 등 16점을 몰아치며 순식간에 31:31 동점을 만들었다. 그때가 17이닝이었다. 너무 늦지 않게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고, 끝까지 끈질기게 따라붙어 무승부를 만들어내며 본선에 오를 수 있었다. 김민영 기자


- 이번 대회에서 가장 힘든 순간은 언제였나.

예선 마지막 김재근 선수와의 경기가 가장 힘들었다. 1승 1패여서 지면 탈락하는 상황이었고,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비장한 각오로 들어갔다.

그런데 김재근 선수가 완벽한 경기력으로 압박을 해서 처음에는 한숨밖에 안 나왔다. 너무 완벽해서...


- 점수 차가 12:30까지 벌어지면서 서현민 선수가 지는 줄 알았다. 그런데 어떻게 쫓아갔나.

점수가 그렇게 벌어지니깐 그대로 끝나면 너무 창피할 것 같았다. 지더라도 덜 창피하게 점수 차를 좁히자는 마음으로 공에 집중했다.

그러다가 후반에 3점, 5점, 5점, 3점 등 연속득점이 나오면서 17이닝에 31:31로 동점을 만들었다.

그런데 옆 테이블에서 야스퍼스가 쿠드롱에게 패했기 때문에 나는 비기기만 해도 본선에 올라갈 수 있었다.
 

- 김재근 선수가 후반에 연속 5득점을 하면서 먼저 39점을 쳤다. 그때는 어땠나.

내가 후구였기 때문에 3점 이내, 37점 이상만 치면 후구에서 충분히 남은 점수를 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김재근 선수가 40점을 득점하며 경기를 마쳤을 때 내가 38점까지 쫓아온 상태였고, 후구에서 남은 점수 2점을 쳐서 무승부가 될 수 있었다.


- 그런 상황에서 후구도 참 쉽지 않아 보이던데. 보는 사람도 긴장되더라.

어려운 순간이었다. 그래서 후구에서 초구도 잘못 쳤다. 그런데 운이 좋게도 포지션이 내가 좋아하는 배치로 섰다. 그래서 자신있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 마지막으로 서현민 선수를 응원해준 당구 팬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경기를 하는 선수의 입장에서 팬 여러분들의 응원은 정말 큰 힘이 됩니다. 응원해 주신 모든 당구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좋은 경기로 보답하겠습니다"

 

인터뷰=김민영 기자
정리=김주석 편집장

 

 

저작권자 © 빌리어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