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선수들에게 김경률에 대해 물으면 그를 이렇게 표현한다

김경률은 데뷔 10년 만에 세계 톱 랭커, 한국 최고의 당구선수로 성장했다. 사진 김지현 기자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긍정적인 생각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김경률의 카리스마는 창의력을 바탕으로 한 경기력, 상대방이 아닌 자신을 이기기 위한 집중력,
그리고 긍정적인 습관에 의해 만들어졌다. 
 
세계랭킹 7위, 국내랭킹 1위
 
김경률은 누구나 인정하는 한국 최고의 선수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황득희 선수가 금메달을 따는 모습이 부러워 당구선수가 돼야겠다는 결심을 한 그는 누구보다도 뛰어난 재능에 많은 노력의 땀방울을 더해 지금의 김경률이 되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신인에 불과했던 그는 이제 김경률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한국을 대표하는 당구선수로 성장하고 했다. 김경률이 출전하는 대회에서는 그의 경기를 보기 위해 많은 당구팬이 테이블 주변에 몰려든다.
 
경기가 끝나면 그는 팬들과 기념사진을 찍어주고, 사인을 해주느라 분주하다. 힘든 경기를 마치고 귀찮을 법한 일이지만, 그는 승패에 상관없이 항상 웃는 얼굴로 팬들의 요구에 응하곤 한다. 그는 이렇게 항상 1등 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국가대표가 되기까지 3년
 
2001년 11월, 군에서 제대한 김경률은 회사도 다녀보고 장사도 해봤다. 당시에 진로를 놓고 고민하던 그에게 주변 사람들은 “돈에 얽매여 젊음을 보내지 말고, 젊은 나이에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하라”고 조언했다.
 
그래서 김경률은 자신이 좋아하는 당구를 선택하게 되었다. 때마침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황득희가 금메달을 따는 모습은 김경률에게 확신을 주기도 했다. 황득희가 올라갔던 시상대에 꼭 올라가야겠다는 굳은 다짐을 통해 김경률은 점점 당구에 몰입하게 되었다. 
 
2003년 2월, 고향 양산에서 서울로 올라와 서울시당구연맹에 선수 등록을 하게 된 김경률은 쟁쟁한 3쿠션 선수들이 즐비한 서울시당구연맹 정기평가전에서 4강 진출을 목표로 삼고 이를 이루기 위해 밤낮으로 훈련에만 매진했다. 
 
김경률은 아침 6시에 일어나 밤 10시까지 당구대를 벗어나지 않았다. 밥 먹고 화장실 가는 시간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시간을 당구에만 쏟아부었다. 밤 11시에 취침하고 다음 날 아침 6시가 되면 어김없이 일어나 당구클럽 문을 열었다. 이런 규칙적인 생활에 계속되면 될수록 김경률은 나날이 기량이 향상되었다. 
 
2003년 9월, 선수 데뷔 불과 7개월여 만에 'SBS 한국당구최강전’ 3차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고 말았다. 국내 당구계는 물론, 김경률 본인도 놀랐다. “나도 가능성이 있구나”하는 긍정적인 생각과 함께 김경률은 더 열심히 훈련하게 되었고, 점점 더 좋은 결과가 계속되었다. 결국, 2005년 그는 왼쪽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한국을 대표하는 3쿠션 국가대표가 된 것이다. 
 
당구선수가 된 지 불과 2년 만에 국가대표가 된 김경률의 노력은 그를 아는 이라면 입 모아 이야기한다. "그는 정말 많은 연습을 했다. 김경률은 당구만 보고, 당구만 듣고, 당구만 말하는 시간을 보냈다”고 말이다. 
 
선수가 인정한 최고의 선수
 
김경률과 경기를 마친 동료 선수는 “김경률은 결코 따라갈 수 없는 선수”라며 혀를 내둘렀다. 같은 선수의 입장, 당구선수로서 선배의 위치에서 정말 파격적인 평가이자 극찬이라고 할 수 있다. 
 
선수가 봐도 김경률은 정말 경기를 잘한다고 한다. 어떤 점에서 김경률을 따라갈 수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 동료 선수는 “평소에 김경률은 예의 바르고 장난기가 참 많다. 같이 있으면 참 편안한 사람이다. 그런데 그 모습은 평상시 모습에 불과하다. 경기가 시작되면 그런 모습은 온데간데없어진다. 눈빛부터 달라진다. 매서운 눈빛으로 입을 굳게 다물고 테이블 위에서 시선을 떼지 않는다. 이때부터 상대방은 압도당한다. 김경률의 이런 카리스마는 누구도 따라갈 수 없다. 흉내낼 수도 없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어떤 상황이 와도 김경률은 흔들리지 않는다. 점수 차이가 꽤 벌어져도 한두 점 치는 것 같더니, 어느새 동점이 되고 역전이 되어 있다. 상대방 입장에서는 온몸에 힘이 다 빠진다. 이렇게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김경률의 집중력은 되려 상대방을 흔들어 놓는다. 김경률을 만나면 장타까지 조심해야 하는 판국에 열심히 수비해서 조금씩 차이를 벌여도 동요하지를 않으니 손을 쓸 수가 없다”라고 덧붙였다. 
 
장타력과 수비력, 그리고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멘탈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김경률의 카리스마’에 압도당하게 한다. 이것이 많은 동료 선수와 선후배들이 김경률을 '선수가 인정한 최고의 선수'라 극찬하는 이유다. 
 
창의력과 집중력, 그리고 긍정의 힘
 
‘김경률의 원동력이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려고 김경률과 인천 캐롬클럽에서 만났다. 황득희 선배가 있을 때는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고 해서 이유를 물었더니, “선배님은 내가 당구를 칠 수 있게 만든 우상과도 같은 분이다. 황득희 선배님 앞에서는 인터뷰하기가 조심스럽다. 이건 내 신념과도 같은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시간을 피해 어렵게 자리에 앉은 그는 ‘김경률의 원동력’에 대해 다음 세 가지를 말해주었다. 첫 번째, 다른 사람이 시도하지 않는 시스템을 찾아 나만의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과 두 번째, 경기를 하는 1시간여 동안 테이블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집중할 수 있는 훈련을 하는 것,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항상 긍정적인 생각이 몸에 배도록 습관화하는 것이다. 
 
그가 가진 가장 큰 무기는 위의 세 가지로 만들어졌다. 김경률은 이 중 가장 큰 것은 어떤 어려운 상황이 와도 항상 긍정적으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경기를 하는 것이라고 한다. 당구는 멘탈 게임이기 때문에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고 말하며, 스스로 나는 긍정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가능했다고 한다.
 
기자가 지금까지 본 그의 모습도 별반 다르지 않다. 심지어 그는 경기 중에 상대방의 실수로 본인이 불리한 상황에 몰려도 너그럽게 받아들이기까지 한다. 그는 상대방을 이기기 위해 아등바등하기보다는 자신이 가진 강점으로 상대방을 따라올 수 없게 만든다. '선수가 인정한 최고의 선수’ 지금의 김경률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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