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MB 세계캐롬연맹은 가장 권위적이고 보수적인 스포츠 단체 중에 하나다. 그러나 UMB가 수백 년 묵은 두꺼운 껍질을 벗고 세상 밖으로 나왔다. 공격력만을 측정하는 파격적인 경기 방식 '3CC(3-Cushion Challenge)'를 과감하게 도입하며 개혁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지지부진하고 정체되어 있던 캐롬 종목은 앞으로 UMB의 주도 아래 3CC와 같은 획기적인 방법을 도입하여 프로화 사업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3쿠션의 중심 국가'로 자부하던 한국은 과연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기존 한국의 인프라를 UMB에 모두 빼앗길 처지에 놓였다며 무작정 안으로 단결하자고 호소할 것이 아니라 더 미래 발전적인 방향의 제시하며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다. 지난 7월 UMB가 한국을 제외하고 우리 인프라를 바탕으로 서울에서 개최한 3CC 대회에 대해 평가하고, 앞으로 한국의 현실적인 대응 방안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필자 주>

 

◆ UMB가 변화하는 지난 2년 동안 당구연맹은 제자리


그렇다면 '3쿠션의 세계 중심', 그 프로화의 주역을 자부하는 한국의 사정은 어떨까.

이런 혁신적인 변화를 주장하고 시도해야 할 세계 최대 시장을 보유한 '3쿠션 국가' 한국은, 오히려 인적 걸림돌에 막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는 입장이다. 

어찌 보면 UMB보다도 3쿠션에 대한 기득권이 한참 부족한 한국이, 변화를 주도하기는커녕 시간이 갈수록 더 단단하게 화석처럼 굳어버려 이렇게 말로만 화려해져 버렸는지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오히려 UMB가 수백 년 동안 단단하게 두른 껍질을 깨고 한국보다 더 빨리 세상 밖으로 나왔다는 사실에 대해 자각하고 반성해야 할 시점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당구연맹은 변화와 개혁을 주도하겠다는 상급단체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져 다시 껍질 안으로 들어가고 있는 씁쓸한 상황이다.

UMB의 3CC를 보면서 한국은 어떤 변화를 꾀하고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한 번 되짚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탄스럽게도 당구연맹에 남삼현 회장 집행부가 들어서고 지난 2년 동안, 한국 당구계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3CC와 같은 움직임이 없어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일까.

아니다. 한국에서는 UMB보다 더 먼저 새로운 경기 방식을 도입하고 변화를 추구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지난 시간 한국에서는 '레이아웃 3쿠션(이하 L3C)'이라는 새로운 경기 방식으로 변화를 꾀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유럽이 종주국인 캐롬 당구를 새로운 경기 방식의 도입과 함께 한류 스포츠로 육성하려는 시도가 현 집행부의 2년 재임 기간 안에 활발하게 있었다.

그러나 당구연맹은 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기득권 일부에게만 돌아가는 '중계권료'를 지키는 일에만 혈안이 되어 있었을 뿐, 새로운 대회조차 하나 만들어내지 못면서도 L3C의 도입은 극구 반대했다.

수백 년 묵은 껍질을 깨고 UMB조차 변화하는 마당에 세계 3쿠션의 중심이라고 자부하는 한국이 정작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L3C는 지난 2015년 당구동호인이었던 김태석 씨에 의해 창안되어 저작권 등록이 된 '공격력으로 승부를 겨루는 새로운 방식의 3쿠션 경기'다.

공격력을 측정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L3C는 UMB의 3CC와 비슷한 부분이 있다.

L3C 김태석 대표는 3CC 대회가 열리기 며칠 전 자신의 SNS에 "3CC 경기 방식이 L3C의 저작권 및 독창저인 내용을 일부 침해하고 있음에 주목하며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UMB 세계캐롬연맹은 3CC 경기 방식을 도입하며 과감하게 변화를 시도했다. 사진처럼 UMB는 한국의 인프라를 이용해 사상 최고 수준의 대회를 대한당구연맹과 한국 당구의 도움 없이 한국 땅에서 치러냈다. 3쿠션 프로화 열쇠를 쥔 UMB가 이런 개혁을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응해 '3쿠션 세계 중심 국가'로 자부하는 한국이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할 것인지에 대해 당구인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빌리어즈 자료사진


◆ 한국이 종주국인 '한류 당구 L3C'는 가장 빠른 대안


3CC와 다른 점이 있다면, 3CC는 공격력만을 측정하는 상대평가인 반면 L3C는 공격력만을 측정하는 절대평가라는 부분에 차이가 있다.

3CC는 기존 방식대로 '최성원 vs 쿠드롱'이 경기를 해서 승자를 가리지만, L3C는 '최성원 vs 쿠드롱 vs 자네티 vs 허정한 vs 멕스' 등 골프 경기처럼 여러 선수가 한꺼번에 경기를 해서 순위를 정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L3C는 쿠드롱이나 산체스 같은 선수가 그날의 컨디션으로 인해 예선에서 탈락하고, 32강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없이 대회 기간 내내 경기에 출전하게 된다.

3CC는 기존 토너먼트 방식대로 준결승과 결승을 거치는 구조지만, L3C의 순위는 대회 마지막 날 경기 결과가 반영된 이후 대회 기간 동안 최다 득점자가 우승을 차지하는 방식으로 정해진다.

통상적으로 '공격력만 측정한다'는 기준을 놓고 보면 크게 차이가 없기 때문에 이번 3CC 대회를 지켜본 당구 관계자 중에도 "L3C와 비슷한 방식이다"라는 생각을 한 사람들이 다수 있었지만, L3C와 3CC는 이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

L3C는 3CC의 약점처럼 지적을 받았던 이닝마다 심판이 공을 배열하는데 걸리는 시간도, 경기 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톱 클래스 선수 경기를 본선 중계에서는 볼 수 없었던 것 등의 단점도, 보완한 더 완성도가 높은 경기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김태석 대표는 "이번 3CC의 경기 방식은 3년 전 L3C를 창안할 당시에 이미 검토했었던 방식이다. 그러나 대중성을 확대할 수 없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고 판단해 저작권 등록사항에서는 가장 먼저 배제했던 경기 방식이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L3C는 '수비를 제거한 공격 위주의 경기 방식'을 당구 종목에서 고안한 최초의 사례로, 한국에서 이러한 개혁적인 변화가 일어났다는 점은 무척 반가운 일이다. 

지난 3년 동안 김태석 대표는 필자를 비롯한 당구계 관계자들과 당구연맹 임원들을 만나 L3C의 채택을 위해 부단히 애를 썼다.

 

한국에서는 지난 3년 동안 '레이아웃 3쿠션(L3C)'이라는 새로운 방식의 3쿠션 경기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UMB가 한국의 인프라를 최대한 이용하여 3CC를 통해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L3C와 같은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 한국이 종주국인 한류 스포츠로 3쿠션 종목을 새롭게 재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빌리어즈 자료사진

 

당구계에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김태석 대표는 수차례 당구연맹에 공문을 보내고 남삼현 회장과 박태호 부회장, 나근주 사무차장 등 당구연맹 핵심인물들과 여러 번 만나 의견을 나누었다.

그러나 UMB는 3CC 대회로 개혁적인 첫걸음을 뗀 반면, 한국의 당구연맹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L3C의 도입을 거부했다.

결국, '무엇이라도 시도를 한 것'과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의 차이로, 3쿠션을 프로화하겠다던 한국은 스스로 UMB를 움직일 수있는 주도권을 포기하고 말았다.

앞선 분쟁에서 보았듯이 UMB를 통하지 않고는 어떤 세계당구대회도 국내에서 유치할 수 없다.

UMB-코줌의 커넥션으로도 당구연맹을 배제하고 국내에서 세계당구대회가 열리는 것을 눈으로 직접 본 한국 당구인들은 '한국의 인프라를 굳게 지킬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L3C는 앞으로 3쿠션 당구계의 발전 방향을 설정하고, 한국이 3쿠션의 주도권을 쥐고 갈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또한, '프로라고 인정할 만한 리그'를 만드는 단계에서도 UMB를 무리 없이 참여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L3C는 이미 당구연맹 사무처와 선수위원회 등에 협조의뢰를 해 놓은 상태다. 한국은 L3C에 대한 검토와 협의를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

"한국이 종주국인 3쿠션 당구 경기"를 현실화하기 위한 걸림돌을 과감하게 제거하고, 한국 당구계의 미래 대안을 세우기 위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시기다.

 

<빌리어즈> 김주석 편집장

 

 

저작권자 © 빌리어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