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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本色] "세상에 없던 당구" UMB의 3CC와 한국의 L3C ①
김주석 편집장 | 승인 2018.08.15 15:33

UMB 세계캐롬연맹은 가장 권위적이고 보수적인 스포츠 단체 중에 하나다. 그러나 UMB가 수백 년 묵은 두꺼운 껍질을 벗고 세상 밖으로 나왔다. 공격력만을 측정하는 파격적인 경기 방식 '3CC(3-Cushion Challenge)'를 과감하게 도입하며 개혁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지지부진하고 정체되어 있던 캐롬 종목은 앞으로 UMB의 주도 아래 3CC와 같은 획기적인 방법을 도입하여 프로화 사업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3쿠션의 중심 국가'로 자부하던 한국은 과연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기존 한국의 인프라를 UMB에 모두 빼앗길 처지에 놓였다며 무작정 안으로 단결하자고 호소할 것이 아니라 더 미래 발전적인 방향의 제시하며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다. 지난 7월 UMB가 한국을 제외하고 우리 인프라를 바탕으로 서울에서 개최한 3CC 대회에 대해 평가하고, 앞으로 한국의 현실적인 대응 방안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필자 주>


 

◆ '성공적인' 3CC 대회, 3쿠션 당구의 파격적인 변화의 시작


UMB 세계캐롬연맹은 "세상에 없던 당구"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워 지난 7월 서울에서 '제1회 3쿠션 챌린지 월드 마스터스'를 개최하며 기존의 틀을 벗어난 파격적인 변화를 꾀했다.

'3CC' 불리게 된 이 새로운 방식의 룰은 20이닝 동안 공격만으로 승부를 겨루는 것으로 지금까지 당구 역사상 전례가 없던 획기적인 시도였다.

3CC 대회는, 한국은 다소 예외적이긴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정체되어 있는 캐롬 종목의 환경에 변화를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확장성 없는 캐롬 종목 경기 방식의 한계를 넘기 위해서는 '관심'과 '자본'을 동시에 끌어들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번 3CC 대회는 알 수 없는 변화를 맹목적으로 좇던 캐롬 당구계의 길잡이 역할을 하기에 충분했다고 평가한다.

대회가 끝나고 3CC에 대한 나름의 평가가 여기저기서 들려왔지만, 필자가 직접 본 3CC에 대한 시각은 '긍정적'이다.

국내 사정과 약간의 정치적인 이유로 3CC에 대해 의도적인 혹평을 늘어놓고 싶지는 않다.

 

지난 7월 서울 임피리얼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제1회 3쿠션 챌린지 월드 마스터스' 대회 장면. 빌리어즈 자료사진


이번 3CC 대회에 대해 구체적으로 평가하자면 첫 대회라는, 그리고 분쟁의 중심에 선 치명적인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경기에 대한 만족도, 방송 노출, 이벤트적 요소, 홍보 등 모든 면에서 지금까지 3쿠션 당구대회 중 단연 첫손가락에 꼽힐 만한 대회였다.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과 UMB라는 거대한 두 기득권이 충돌하면서 시작부터 말이 많았던 대회였지만, 반사적으로 그만큼 더 많은 관심을 끌어낼 수 있어서 오히려 대회장과 TV 앞에 더 많은 관전자들이 모여들었던 예측하지 못한 효과도 있었다.

또한,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일념으로 더 열심히 준비한 주최 측의 노력으로 대회 구성과 완성도 측면에서도 충분히 호평을 받을 수 있는 대회였다.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MBC스포츠플러스를 통해 본선 모든 경기를 주말 내내 시청할 수 있었던 점이다.

시청률이 높은 시간대에 당구 경기를 장시간 중계한 것은 단순하게 측정할 수 없는 큰 효과를 가져왔을 것으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대회의 전반적인 부분은 포맷부터 세부적인 요소까지 참여하고 관람하는 모든 사람에게 만족스러운 대회였다고 평가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쿵저러쿵 3CC에 대해 말이 많아서 이 대회를 통해 파격적인 변화를 도모한 이들의 노력과 대회의 효과, 선수들의 희생 등 부수적인 모든 것을 차치하고 단순하게 경기만을 놓고 보더라도, 필자는 재미있었다.

모든 경기가 박진감 넘치는 승부가 벌어질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런 전개를 기대하는 것은 너무 과한 기대치이므로 단순하게 지루했던 몇몇 경기의 결과만 두고 3CC 대회 전체를 평가절하할 수는 없다.

필자가 시청한 몇몇 경기는 꽤 재미있었고, 상당한 시간 동안 채널을 돌리지 않을 만큼 오롯이 경기에 집중하게 만드는 흥미가 유발되었다.

같이 TV 앞에 앉아 있던 당구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지인도 "한 점만 더!"를 외치며 한국 선수를 응원하게 만드는 상황까지 여러 번 있었으니, 점수 차가 벌어져 박진감이 떨어진 몇몇 경기를 일반화하여 아예 "모든 3CC가 재미없다"라는 평가를 늘어놓는 것은 억지스러운 감이 있다.

당구에 대해 관심이 없던 사람도 경기 방식을 바꾸면 이렇게 오랫동안 당구를 시청할 수 있다는 새로운 사실도 몸소 느껴지며 재미있고 즐겁게 3CC를 관람했기 때문에 UMB와 코줌이 시도한 3CC를 '실패작'이라고 말하는 일부 평가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국내 관계자들의 주장처럼 "UMB를 무시하고 한국에서 독자적으로 3쿠션을 프로화하겠다"라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없는 계획이다. 3쿠션 종목의 프로화는 UMB가 움직이지 않으면 '가능성 제로'의 사업이다. 반대로 UMB가 움직이면 '가능성 100%'의 사업이 될 수도 있다. UMB가 3CC로 첫발을 뗀 것은 종목의 숙원과도 같은 '프로화' 문제와도 직접 결부되는 문제다. 빌리어즈 자료사진

 

◆ 기득권 틀 깨고 과감하게 밖으로 나온 UMB
 

일반적으로 기득권의 안정적 기반을 바탕으로 존속하는, 필연적으로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스포츠 단체에서 경기의 룰을 바꾸는 파격적인 선택을 했다는 것 또한 주목할 만한 일이다.

더군다나 UMB 세계캐롬연맹은 스누커나 포켓볼에 비해 다소 변화에 적극적이지 않은, 당구 종목 중에서도 '가장 보수적'이라고 할 수 있는 단체다. 

식스레드 스누커와 슛-아웃, 포켓 9볼, 10볼 등으로 꾸준하게 새로운 룰을 도입해 변화를 도모하는 스누커와 포켓볼에 비해 캐롬 종목은 새로운 경기 방식의 도입은커녕 핵심 대회조차도 기존 3쿠션 당구월드컵과 월드 챔피언십 등 두 가지 주요 이벤트만으로 연명해 왔다.

이렇게 캐롬 종목을 관장하는 UMB는 다른 종목의 단체와는 달리 지금까지 '변화를 통한 발전'은 다소 등한시하고 '안정'에만 무게를 두어 캐롬 경기의 성향만큼이나 조용하고 차분하게 종목을 운영하고 있다.

그 결과로 캐롬은 오랫동안 제자리에 정체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UMB가 역사상 최초로 '3CC'라는 캐롬 종목 자체의 변화를 선택한 부분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UMB가 지난 과거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고 현실에 안주한다면, 캐롬 종목은 지금과 같이 국소적이고 간헐적인 형편을 벗어나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번에 UMB가 과감하게 변화의 첫걸음을 뗀 것은 캐롬 당구계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출발을 기대할 수 있는 고무적인 일이다.

3CC 대회의 결과는 아직은 체감될 만큼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서서히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는 '변화의 물고'라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3CC 이후에 UMB가 어떤 시도를 하게 될 것인지, 이러한 흐름이 캐롬 종목의 운명을 달리할 것인지는 아직 누구도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한국 당구 관계자들에 의해 꾸준하게 시도되고 있는 '3쿠션 프로화' 추진의 열쇠를 쥔 UMB가 움직인다는 점이다.

국내 관계자들의 주장처럼 "UMB를 무시하고 한국에서 독자적으로 3쿠션을 프로화하겠다"라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없는 계획이다.

현실적으로 지금까지 한국 당구계에서 어떻게 대회 개최를 하고 있는지를 보면 이해할 수 있다.

현재 당구연맹의 대회 개최 자금줄인 지방자치단체 지원금과 기업 후원금은 세계대회가 아닌 국내대회 개최로는 수억원의 지원금을 타내는 것이 불가능하다.

한국 당구계는 지금까지 수원, 구리, 청주, LG 등 지자체나 기업에서 세계대회 개최를 명분으로 3억원 이상 지원금과 후원금을 타냈다.

단일 세계대회 개최자금으로도 이 금액이 아직까지는 최대치다. 만약 대회 성격을 국내대회 유치로 계획을 세워 지자체나 기업에 지원금을 요청한다면, 대회 성격에 따라 1억원 미만으로 한도가 설정된다.

이것은 당구뿐만 아니라 국내 대다수 스포츠 종목에 통용되는 현실적으로 데이터화되어 있는 지원 규모다.

그런데 한국 당구계는 지금까지 UMB가 참여하지 않는 단독적인, 국내에 국한된 3쿠션 프로화의 규모를 비현실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UMB 없이, 세계 선수들이 출전하지 못하는 프로를 추진하면 이렇게 개최 자금을 비롯한 중요한 문제의 걸림돌이 한둘이 아니다.

이처럼 UMB가 3CC로 첫발을 뗀 것은 종목의 숙원과도 같은 '프로화' 문제와도 직접 결부되는 문제다.

앞서 말한 대로 3쿠션 종목의 프로화는 UMB가 움직이지 않으면 '가능성 제로'의 사업이다. 반대로 UMB가 움직이면 '가능성 100%'의 사업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UMB가 기득권의 틀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오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것인데, 이번에 3CC를 통해 UMB가 꽁꽁 묶여 있던 밧줄을 끊고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3CC의 성패 여부는 UMB 입장에서는 중요한 것이고, 3쿠션 당구계 입장에서도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

 

- <"세상에 없던 당구" UMB의 3CC와 한국의 L3C ②>에 계속

 

<빌리어즈> 김주석 편집장

 

 

jay92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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