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어떤 스포츠 종목도 변하지 않는 룰이란 없다. 급변하는 정세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스포츠 경기에서의 시대적 요구는 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기서 다룰 칼럼 내용 중에 변하지 않는 규칙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며, 다만 지금 적용되고 있는 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될 것이다. 아울러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과 주관적인 견해가 다소 포함되어 있을 수 있다. <필자 주>

 

이번에는 뱅킹에 관련한 내용을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뱅킹을 할 때 보통 많은 동호인들의 질문은 ‘뱅킹한 공이 사이드레일에 맞았을 경우’ 혹은 '센터라인을 침범한 경우'에 관한 것이다.

심판은 뱅킹한 공이 사이드레일에 맞았을 때, 혹은 센터라인을 침범했을 때에도 통상적으로 별다른 제재 없이 진행한다.

허나 예외적으로 '상대가 뱅킹해 놓은 공을 건드리거나' 센터라인을 '너무 많이 침범한 경우' 그 결과가 확인되기 전에 공을 잡아 다시 뱅킹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너무 많이 침범한 경우'라는 기준이 모호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것은 심판의 재량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뱅킹에 관해 이것보다 더 조심하고 경계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심판이 뱅킹 출발신호를 하여 두 선수의 뱅킹을 거의 동시에, 혹은 너무 늦게 출발하지 않도록 하는 규정은 상대방 공의 속도를 파악하고 내 공의 속도를 조절하는 비양심적이고 비신사적인 플레이를 예방해 정당한 경쟁을 꾀하기 위한 것이다. 빌리어즈 자료사진


그것은 바로 '뱅킹의 타구 시점'이다. 공식 경기 룰에서는 "어느 한 선수의 공이 출발하여 풋레일에 닿기 '전에' 나머지 한 선수의 공도 출발해야 한다"라고 되어 있다.

과거 국내에서 뱅킹 출발신호를 적용하지 않았던 시절에는 간혹 템포가 빠른 선수는 상대 선수가 준비되기 전에 서둘러 뱅킹을 하기도 했다.

이렇게 되면 상대 선수는 본의 아니게 '늦은 출발'을 할 수밖에 없다.

초임 심판 시절 이런 경우를 여러 번 경험했다. 지금 모든 심판들이 하고 있는 '뱅킹 출발신호'는 그런 실수를 저질렀던 필자의 경험에서 나온 생각으로 국내에 처음 적용되었다.

이후 국제심판으로 파견을 가서 보니, 다른 나라 심판들은 이와 같은 뱅킹 출발신호를 이미 하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지만 말이다.

아무튼 뱅킹을 거의 동시에, 혹은 너무 늦게 출발하지 않도록 하는 규정은 상대방 공의 속도를 파악하고 내 공의 속도를 조절하는 비양심적이고 비신사적인 플레이를 예방해 정당한 경쟁을 꾀하기 위한 것이다.

이때 심판은 만약 어느 한 선수가 이 뱅킹에 관한 규정을 어겼다면 뱅킹 결과를 확인하지 않고서 움직이는 공을 멈추고 다시 뱅킹을 하도록 한다.

그리고 규정을 어긴 쪽 선수에게는 주의를 주면서 "같은 실수를 저지른다면 결과와 상관없이 뱅킹의 승자권한을 상대에게 넘기게 된다"라는 것을 고지한다.

처음 실수도 고의는 아니겠지만, 이쯤 되면 일부러 늦게 출발시키는 선수는 거의 없다.

이런 심판의 정형화된 규정의 적용은 앞서 말한 '센터라인을 너무 많이 넘어간 경우' 다시 뱅킹시킬 때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필자 개인의 생각이지만, 상대방이 준비될 때까지 기다려 주는 것도 고수의 배려가 아닐까 생각한다.

정당한 경쟁을 통한 떳떳한 승리를 위해 오늘도 파이팅하시길 바란다.

 

* 이 칼럼의 내용은 (사)대한당구연맹 심판위원회 공식 입장과 관계없는 필자 개인의 의견임을 밝혀둡니다.

 

필자 류지원

현 (사)대한당구연맹 공인심판
현 (사)대한당구연맹 여자 3쿠션 당구선수
경기지도자 2급
숭실대학교 일반대학원 석사과정
 

 

* 류지원 공인심판에게 당구 규칙에 대해 물어보세요.

평소 당구 규칙에 대해 궁금했던 점이나 칼럼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과 의견 등을 <빌리어즈> 페이스북 페이지로 댓글로 남겨주시거나 이메일(thebilliards@daum.net)로 보내주시면 류지원 심판이 직접 답변해 드립니다.

 

 

저작권자 © 빌리어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